"엔비디아 등 빅테크 경쟁에서 이기려면"…이종호 장관이 꺼낸 AI반도체 차별화 전략
이 장관 "절대적 자본 부족한 韓…학부생 때부터 실전 나서는 등 차별화 필요"장관 초기 '마이칩 프로젝트' 구상 정책 확대…올해 600명 학부생에게 기회 제공"우리만의 장점과 지형지물 잘 활용할 경우 결과 달라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리가 자주 비교하는 미국, 중국 등은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백만대군'을 데리고 다니는 국가들입니다. 많아야 5만명, 10만명인 우리나라는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우리만의 장점을 살리는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반도체 전문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한 지 2돌이 지났다. 이를 기념해 8일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국가 반도체 전략에 대해 이같은 소회를 밝혔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들의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는 엔비디아에 맞서 애플, 구글, 인텔, 메타 등이 AI 칩 자체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인텔의 '가우디 3', 메타의 '메타 훈련·추론 가속기 2세대', 아마존의 '마이아'와 '애저 코발트' 등이 대표적이다. 애플 실리콘으로 대표되는 칩 설계 역량을 갖고 있는 애플도 TSMC와 손잡고 AI 칩 개발 프로젝트 'ACDC'를 추진 중이다. AI 칩 시장의 매출 규모는 올해에만 671억 달러(약 92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앞으로도 매년 고공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떨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AI 칩을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이나 대만 빅테크들에 뒤쳐진다. 정부 또한 AI 칩을 핵심 산업으로 보고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수조원대 예산 투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이 장관의 지론이다. 이 장관이 과기정통부 장관 초기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추진한 '마이칩 프로젝트'를 예로 삼았다. 마이칩 프로젝트란 대학 학부생 시기부터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본인이 설계한 반도체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실전에 강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자는 프로젝트다. 직접 반도체 제조·양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장점을 잘 살린 반도체 인재 양상 정책이다. 학생들이 설계한 반도체 칩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서울대학교·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 운영하는 500㎚ CMOS(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 반도체 팹에서 제작하고 패키징까지 진행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설계한 칩이 실제로 제작된 이후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측정·분석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차별화된, 실전에 강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장관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매우 약한 게 사실"이라며 "학부 때부터 반도체 설계를 충분히 이해한 학생들이 기업, 연구 현장에 나가게 되면 우리나라만의 차별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이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마이칩 프로젝트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마이칩 프로젝트 지원 규모를 전년 대비 6배 수준으로 늘려 올해 총 600명의 학생에게 반도체 직접 설계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지원 규모를 지속 확대해 2026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어느 분야를 가도 늘 백만대군을 데리고 다니는 미국·중국 등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물론 백만대군이 있어야만 싸울 수 있는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과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 신속하게 움직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