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더 빨리 바뀐다"…짧아지는 반도체 주기 [AI 반도체 시대③]
AI 서버·전기차 등 수요 확대…"주기·변동폭 더 짧아져"최태원 "오래 안 간다"…주기 예측 더 어려워져
또 AI 칩의 등장으로 전력이 적게 드는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전망치)는 각각 303조~308조원 대, 66조~74조원 대로 예상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과 DDR5 등 AI향 고부가 제품이 AI 반도체 시장을 확대하며, 매출이 큰 폭 반등할 조짐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올리며 1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4조원 대, 7조원 대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 실적이 큰 폭 등락을 보이는 것은 반도체 주기 영향을 그만큼 크게 받기 때문이다.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평균 4~5년을 주기로 2년 연속 이어진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다운턴(하강국면)을 끝내고 올해 슈퍼사이클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도체 주기가 곧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들린다. AI 시장 확대로 인한 반도체 수요 증가로 주기가 짧아지는 등 기존 패턴으로는 더이상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PC와 스마트폰이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였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센터는 HBM 등 AI향 첨단 반도체가 필요해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에 효자 역할을 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량 전장화 영향으로 차량 분야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면서 슈퍼사이클 주기도 더 짧아졌고, 변동 폭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AI 시장에서 추론 칩이 주목 받으며 저전력 반도체가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AI칩은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나뉘는데, 최근 학습에서 추론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추론 칩 '마하-1'을 공개하며 추론 시장에서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네이버에 마하-1을 공급할 예정이며 올해 안에 안전성 테스트를 한다. 마하-1은 저전력(LP) 메모리로도 거대언어모델(LLM) 추론 등 AI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또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등 새 기술 칩이 나오면서 고객 파이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요 예측이 까다로워져, 생산량 조절 등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자칫 과잉 생산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 "올해 좋아진 현상이 얼마나 가겠느냐 하면, 그리 오래 안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반도체 주기 패턴이 무너지고 있고, 새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로 수요처가 늘어나 슈퍼사이클 주기가 짧아지는 점은 삼성과 SK에게 분명 좋은 징조"라며 "앞으로 수요 예측에 성공하느냐가 사업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