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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살인 8년②]공용 화장실 불안 여전…5년간 56건에 그쳐

등록 2024-05-18 07:00:00   최종수정 2024-05-22 0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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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일대 주점 건물 여전히 남녀 공용 화장실 다수

지자체에서 시공 비용 500만원 지원해도 참여율 저조

시민들 "바뀐 것 없어…화장실 이용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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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주점이 모여있는 신논현역 인근 노후 건물 1층 화장실.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는 출입문이 따로 없고 커튼 한 장으로 공간을 구분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8년이 흘렀다.

당시 공용 화장실이 범죄 사각지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자체가 화장실 성별 분리 지원 사업을 벌였지만, 여전히 강남 인근 상가 건물 곳곳에는 공용 화장실이 남아있다.

1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추진한 공용 화장실 남녀 분리 사업을 통해 실제 분리가 이뤄진 곳은 56개소에 그쳤다. 오래되고 협소한 건물일수록 남녀 화장실 분리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과 지원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17일 오후 뉴시스가 찾은 강남역과 신논현역 일대 노후 건물은 공용 화장실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였다.

2016년 당시 사건이 발생한 건물에서 약 50m 떨어진, 오래된 상가 건물의 화장실 1층에는 남녀 화장실이 서로 마주 본 구조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출입문이나 잠금 장치 없이 커튼 한 장으로만 분리돼 있을 뿐이다. 커튼도 출입구 위쪽만 가려지는 크기라 화장실 안쪽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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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시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노후 건물. 상가 1층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남녀 화장실이 잠금 장치 없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출입문 근처에 감시용 카메라가 녹화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화장실 주변에 CCTV는 보이지 않았다.

남녀 화장실이 분리돼 있고,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이어도 돌발 상황에 바로 대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한 상가는 찾기 어려웠다.

한 건물 관리인은 "CCTV가 24시간 가동되긴 하지만 실시간으로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체계는 아니다. 사후 관리 정도만 가능하다"며 "이 건물처럼 지은 지 오래된 건물에는 비상벨 같은 관리 시스템을 새로 설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건물도 다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논현역 6번 출구 인근 주점들이 모여있는 골목 상가에는 공용 화장실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도어락이 없는 곳도 있었다.

뉴시스가 돌아본 6번 출구 근방 골목 상가 6곳 중 5곳이 남녀 공용이었다. CCTV가 가동 중이라는 안내문은 대부분 붙어있었지만, 화장실을 비추는 거리에 카메라가 없거나 카메라가 떼어진 흔적만 남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8년 전 사건 당시 범인이 공용 화장실 앞에서 앞서 들어간 피해자를 기다리고 있다가 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용 화장실의 보안 취약성이 범죄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여성들의 안전한 화장실 이용을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민간 남녀 공용 화장실 분리 사업을 추진했다. 남녀 화장실 분리 시공에 500만원을 지원하고, 한 층에 분리가 어려울 경우 층간 분리를 하도록 하고 일부 공사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다만 수요가 낮아 효과를 보진 못했다.

서울시는 2019년 당시 행안부에서 추진한 지원 사업이 1년 만에 종료된 이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시 자체 예산을 통해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5년간 지원 사업으로 공간 분리가 실제로 이뤄진 사례는 단 56건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안부 지원 사업이 끝난 뒤에도 서울시는 자체 예산을 편성해서 지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신청률이 매우 저조하다"며 "낡은 건물일수록 화장실 분리에 필요한 최소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발생했던 해당 건물도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분리가 안 되는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가 신청을 하고 싶어도 건물주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관계자는 "세입자는 고객들이 분리를 원하니까 신청을 하고 싶어도 건물주의 동의를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지원되는 예산이 부족해 건물주나 세입자가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점도 문제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간 분리 공사를 위한 시공비가 약 1500만원 선인데, 지원되는 예산은 500만원이라 추가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세입자들이 많다"며 "이에 작년부터 지원 규모를 1000만원으로 올리고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8년이 흘렀지만 노후화된 건물의 안전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허술한 상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늦은 시간 술집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날 사건 발생 현장 인근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최모씨는 "화장실 구조를 보면 누구나 쉽게 따라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해서 바뀐 건 없는 것 같다"며 "비상벨 표시 붙어있어도 백화점이나 큰 건물이 아니면 실제로 설치된 걸 본 적은 거의 없다. 내 안전이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토로했다.

20대 취업준비생 서모씨도 "술집 밖에 있는 개방 화장실에 가야 할 때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와 함께 간다. 보안이 잘 돼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며 "아니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예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같은 근처 큰 건물 화장실을 찾아서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여성회 등 여성단체들은 전날 오후 7시30분부터 서초동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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