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허광한에 풍덩, 진부함에 슬쩍 '청춘 18×2'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여름, 여행, 이방인, 스쿠터, 바다, 영화, 농구, 꿈, 만남, 이별. 당신은 이 단어들을 보면 뭐가 떠오르는가. 잘 모르겠다고? 그럼 한 가지 더 추가해보자. 아마 이 이름을 대면 곧바로 생각 나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쉬광한(許光漢·허광한). 트렌드에 예민하고 눈이 밝은 관객이라면 이미 답을 내놨을 것 같다. 바로 청춘 그리고 첫사랑. 영화 '청춘 18×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5월22일 공개)은 첫사랑을 얘기할 때 소재로 쓰이는 것들을 모두 끌어모아 만든 것만 같다. 여기에 '상견니'로 첫사랑의 아이콘이 된 배우 쉬광한까지 더해지면 이런 청춘 로맨스물로는 갖출 수 있는 구색을 모두 갖춘 게 된다. 맞다. '청춘 18×2'는 뻔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미워하기까진 힘들다. '신문기자'(2019) '남은 인생 10년'(2023) 등으로 주목 받은 일본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말하자면 대만·일본 합작 영화다. 대만 인기 여행 에세이가 원작인 이 작품은 배우 장첸이 기획, 평소 그가 주목해왔던 후지이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면서 협업이 성사됐다. 쉬광한과 함께 일본 배우 키요하라 카야가 주인공 중 한 명이고, 스토리 역시 대만에 배낭여행 온 아미가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지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미는 아르바이트 중인 가라오케에서 아미를 처음 본 뒤 그에게 반하고, 아미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마음을 키워간다. 하지만 아미는 한 달 뒤 일본으로 돌아가고, 18년이 흐른 뒤에야 지미는 일본에 가서 아미를 찾게 된다. '청춘 18×2'는 청춘과 첫사랑에 관한 새로운 감각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흔히 열정과 순수로 요약되는 청춘과 첫사랑의 보편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삶에 찌든 36살이 된 지미가 마음을 재정비하고 새출발 하기 위해 18년 전 스쳐지나간 아미를 굳이 찾아 떠나는 건 아미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때 그 시절 나를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찌됐든 18살과 36살을 오가는 쉬광한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볼거리이다. 어설프지만 뜨거운 10대 후반과 농익었으나 차가워진 30대 중반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모습은 쉬광한이 외모 뿐만 아니라 충분한 연기력을 함께 갖춘 배우라는 걸 알게 한다. 대만의 여름과 일본의 겨울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건 이 영화 매력 중 하나다. 스쿠터를 함께 탄 지미와 아미가 여름밤을 가르며 내달리는 모습은 관객이 대만의 여름과 쉬광한을 얘기할 때 보고싶어할 이미지일 것이다. 기차와 눈, 외로운 여행객의 모습 역시 일본의 겨울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장면이다. 두 나라 합작이라는 말에 걸맞게 이처럼 나름의 균형을 맞춰 가지만, 영화를 감싸고 있는 문화적 취향이나 감성은 일본에 쏠려 있다.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러브레터'가 수 차례 등장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가 언급된다. 이런 요소들 덕분에 극중 지미와 비슷한 세대라면 이 작품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만 '청춘 18×2'에는 이런 매력으로는 가릴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새롭다고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수도 없이 반복·변형돼 이제는 낡아버렸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구도가 그렇다. 대만과 일본 두 나라 풍광을 마치 관광지 홍보하듯 담아낸 방식 역시 어떤 관객에겐 마뜩잖을 것 같다. 이런 대목들은 이 영화를 2024년에 나온 영화가 아니라 2004년에 나온 영화로 보이게 한다. 가장 안 좋은 건 후반부다. 이야기가 마무리하는 게 적당해 보이는 지점에서 마치 억지로 러닝 타임을 늘리려는 것처럼 앞서 나온 장면들을 몽타주 형식으로 반복해서 이어 붙이는 건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