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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황정민, 소름 송일국…이토록 힙한 '맥베스'라니[리뷰]

등록 2024-07-27 08:30:00   최종수정 2024-08-01 16: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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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맥베스' 스틸컷. 레이디맥베스 역의 김소진과 맥베스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맥베스가 왕이 된다고 예언한 세 마녀의 대사 中)

완벽한 선, 완벽한 악은 없다. 마녀가 맥베스에게 왕이 된다는 예언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덩컨 왕을 살해하지 않았을까? 아름다움과 추함은 통한다는 마녀들의 대사는 모든 인간의 내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점을 곱씹어보게 한다.

천만 배우 황정민이 연극 무대에서 맥베스를 연기한다. 지난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맥베스'는 황정민이 연기하는 셰익스피어 비극을 보고 싶은 이들에 의해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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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맥베스' 스틸컷. 맥베스 역의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반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황정민)는 절친한 동료 뱅코우(송일국)와 돌아오는 길에 세 마녀와 마주친다. 마녀들은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며, 뱅코우의 자손도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레이디 맥베스(김소진)는 남편을 부추겨 덩컨 왕(송영창)을 살해하게 만드는데…

원전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다. 맥베스와 뱅코우가 소총을 들고 방탄조끼 차림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파발이 달려와 보고하는 장면은 영상통화처럼 표현했다. 맥더프의 아들이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에선 요새 아이들처럼 엄마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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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맥베스' 스틸컷. 세 마녀와 맥베스. (사진=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무엇보다 감각적인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폐허처럼 버려진 무대엔 하수구가 자리한다. 세상에 더러운 것들이 아래로 모이는 것처럼, 무대 자체에 더러운 마음들이 모이는 공간을 두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게 양정웅 연출의 설명이다. 스크린과 조명을 감각적으로 사용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황정민은 왕이 되고픈 욕망에 살인을 저지르고 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죽은 이들의 환영과 공포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인간 감정의 나약한 고리를 잘 건드렸다. 승전보를 가져온 장군으로 위풍당당하게 등장한 맥베스는 왕위를 찬탈하라고 부추기는 아내의 충실한 하인이 되었다가 왕은 물론 절친한 친구마저 죽이는가 하면 끝이 보이는데도 왕좌를 지키고 싶은 욕망에 광기에 사로잡혀 칼을 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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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맥베스' 스틸컷. 뱅코우 역의 송일국. (사진=샘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난 당신 본성이 걱정이네요. 당신은 지름길을 택하기엔 인정이 많고, 위대한 야망이 넘치면서도 그걸 차지할 악함이 없어요. 악한 걸 원하면서도 성스럽길 바라죠." 김소진의 레이디맥베스는 거사를 망설이는 남편을 조곤조곤 꾸짖어 손에 피를 묻히게 하지만, 결국 본인 역시 몽유병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뱅코우 역의 송일국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뱅코우는 죽임을 당한 뒤 피투성이가 된 채 흰 옷을 입은 유령으로 맥베스 곁을 맴돈다. 송일국이 소리도 없이, 하지만 입이 찢어져라 웃는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소름이 돋는다.

공연은 다음달 18일까지다. 매진 행렬에 8월14일 오후 7시30분 공연을 추가 오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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