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금개혁안 '청년 달래기·재정안정' 무게…국회선 난항 예상
보건복지부, 서울청사서 '연금개혁안' 발표"청년세대 수긍할 수 있는 연금개혁 추진"세대 간 보험료 인상 차등화…'청년 달래기''소득보장 강화' 중점 둔 야당 합의 불투명전문가 "전보다 후퇴된 안…논의 쉽지 않아"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제시한 연금개혁안은 재정안정을 꾀하고 청년들의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금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고 미래세대의 신뢰를 확보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재정안정보다 소득보장 확대에 중점을 둔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국회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 안정과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구체화한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보험료율 인상 시기 차등화를 추진한다.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 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보험료율 13% 달성을 위해 50대 가입자는 내년부터 매년 1%포인트(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를 높이는 방안이다. 13%까지 인상되는 데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이 걸린다. 연금 지급 보장 규정을 명확히 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연금 재정 고갈로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청년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연금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보험료를 내야 할 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층을 달래서 연금개혁이 동참하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보장보다는 재정안정에 무게를 뒀다. 정부는 현재 9%인 보험료율(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 비율)을 단계적으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40%에서 42%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국회에서 논의된 안보다 후퇴한 내용이다. 앞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시민 500명과 함께 숙의토론회를 진행한 결과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여야는 협의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44%로 이견을 좁혔지만, 여당과 정부가 '구조개혁'을 이후로 반대하면서 끝내 합의가 불발된 바 있다. 여기에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이나 수급 연령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추진한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최대 현재(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보다 32년 뒤인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 다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연금 수급액이 깎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연금개혁안을 내놨지만,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안정화를 위한 구조개혁보다는 노후 소득 보장 확대를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을 제시하자 "국민이 바라는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은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대통령이 말하는 개혁이란 국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연금개혁안 논의 기구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정부와 여당은 여야 동수의 연금특위를 꾸려 개혁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국회 복지위원회 내 소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여당이 국회 의석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상임위 내 논의는 정부에 불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국회 통과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국회 때 민주당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했는데,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은 13%를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제시했다"며 "자동조정장치를 하면 40% 이하로 급여액이 떨어질 텐데 (소득보장을 중시하는) 민주당이 합의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난 국회 때) 여당이 처음 제시한 43%보다 낮은 숫자를 부르면 민주당이 받을 수가 없다"며 "공론화 과정도 무시한 안이기 때문에 논의 테이블에 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