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축제는 옥토버 페스트 말고 치맥…필리핀 솔레어 리조트
'K-위크' 일환…7일 밤 2200명 수용 그랜드 볼룸서 개최한국 맥주 무제한·치킨 비롯 각종 K-푸드 뷔페식 제공고가에도 인산인해…한류 열풍 입증·소프트 파워 중요도↑K-식문화, 소프트 파워 기대↑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2010년대에 매년 9월이면 기자를 설레게 만든 '축제'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서울 호텔'(현 스위스 그랜드 호텔)이 수년간 컨벤션 센터 4층 '컨벤션 홀'에서 열었던 '옥토버 페스트'(Oktober Fest)다. 해마다 9월 셋째 토요일(현지시간)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열리는 동명의 세계적인 맥주 축제를 당시 이 호텔 총지배인이던 독일 출신 번하드 브렌드씨가 도입했다. 2011년 10월 뮌헨에서 실제 옥토버 페스트의 '맛'을 살짝 본 뒤 '꼭 다시 가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던 기자로서는 그 축제를 국내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행복해 거의 매년 참석했다. 축제 때마다 현지 분위기로 꾸며진 홀에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 '파울라너'(Paulaner), '그레벤 슈타이너'(Greven Steiner), '벨틴스 필스너'(Veltins Pilsner) 등 독일 브랜드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마시고, 족발 요리 '슈바인학센'(Schweinshaxe), 소시지 '바이스부어스트'(Weisswurst), 짭짤한 빵 '브레첼'(Brezel) 등 맥주와 어울리는 독일 전통 요리와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요리를 마음껏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었다.
더욱더 좋았던 것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대사관, 기업, 학교 등에서 일하는 국내 거주 독일인 수십 명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들도, 나를 비롯한 한국인도 저마다 일행과 함께 먹고 마셨지만, '맥주 빨리 마시기' '팔씨름' '기차놀이' 등 게임은 함께했다. 함께 어울리다 보면 언어의 장벽도, 동서양 문화적 차이도, 비행 시간 약 9시간31분·시차 8시간을 유발하는 약 8569㎞ 거리도 그 자리엔 없었다. 나아가 '독일'에 호감마저 느끼게 했다. '식문화'는 그렇게 마음을 무장해제하는 '소프트 파워'인 셈이다.
그런 '추억'을 갖고 있어서일까. 필리핀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시티(Solaire Resort Entertainment City)가 7~15일 'K-위크' 개막 행사로 7일 오후 5시부터 '그랜드 볼룸'에서 연 '치맥 축제'(ChiMac Festival)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2010년대 독일 옥토버 페스트가 국내 '5성급 호텔'에서 펼쳐지면서 우리에게 줬던 즐거움과 행복감을 이제 우리의 '치맥'이 필리핀인들에게 선물하는구나 싶어서였다. '한국-필리핀 수교 75년'을 함께 축하하고, 1950년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과 한국인을 지켜준 '혈맹'에의 고마움을 전하는 데도 일조한다는 마음도 들었다. 미국의 권위있는 매체인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에 의해 8년 연속 '5성급'으로 선정된 럭셔리 리조트가 치맥 축제를 직접 개최하고, 입장료가 한화 6만원 정도로 적잖이 비싼 데도 2200명까지 동시 수용 가능한 볼룸이 인파로 가득했다. 필리핀에서 '한류'가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수 있었다. 시쳇말로 '(자)부심'이 느껴지고, '국뽕'이 차올랐다.
축제에서는 한국 주류 기업 하이트 진로의 '테라'(Terra)와 '켈리'(Kelly) 브랜드 생맥주가 테이블로 무제한 서비스됐다. 볼룸 양쪽으로 라이브 섹션이 길게 차려져 각종 '치킨'은 물론 '부침개'(김치·감자·해산물·애호박·표고버섯 등), '순대' '라면' '국수' '떡볶이' '어묵탕' '김밥' '튀김' '김치' '떡꼬치' '닭꼬치' '허브 양념 삼겹살' '소 불고기' '매콤한 돼지갈비 찜' 등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푸드'가 일부 현지 음식과 함께 뷔페식으로 제공됐다. 리조트 소속 셰프들이 정성껏 만들어 친절하게 서브했다. 치킨 을 비롯한 K-푸드 맛은 '토종' 입맛을 100% 충족하기엔 부족할 수 있겠으나, 현지인 입맛에 맞췄다고 생각하면 '합격'이었다. 필리핀인 셰프가 K-푸드 맛을 100% 구현한다면 앞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오리지널을 체험하기 위해 굳이 방한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 축제에서도 옥토버 페스트처럼 흥미진진한 이벤트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비어퐁'(Beer Pong), '맥주·치킨 빨리 먹기'와 같은 게임, DJ 카라의 'EDM'(Electronic Dance Music) 공연 등이다.
축제에서 수시로 흘러나오는 'K-팝'을 필리핀인들이 따라 부르고, 2018년 미스코리아 필리핀 출신 교포 방송인 샤인 국(국선영)씨가 MC를 맡아 이벤트에 참가한 한국인은 물론 필리핀인들과도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대화하거나 '제2의 산다라 박'으로 통하는 교포 연예인 정다슬씨가 현지인들의 셀카 요청을 끝없이 받는 것을 볼 때 몹시 흐뭇했다. K-위크 하이라이트가 14일 밤 글로벌 가수 싸이의 공연인 것은 리조트 측의 탁월한 선택이자 한국인으로서 또 한 번 자랑스러운 대목이기도 했다. ▲깐부치킨(한국 주류: 복숭아 소주·칠성 깔라만시 소주·제주산 수제맥주 등) ▲워터사이드 레스토랑 & 바(한국식 바비큐 요리·8일&15일 한국식 바비큐 뷔페: 굴·오징어·떡꼬치·대구·문어 구이 등 ) ▲오아시스 가든 카페(애프터눈 티 세트: 김치·불고기 랩·경단·치즈볼·치킨 버거 등) ▲하우스 오브 주(한국식 바비큐 요리: 삼겹살·언양 불고기·돼지갈비·떡갈비·닭갈비) ▲럭키 누들(한국식 면 요리: 잔치국수·비빔국수·바지락 칼국수·잡채·해산물 짬뽕) 등 리조트 내 식음(F&B) 업장에서 K-위크 기간 각양각색 'K-푸드 프로모션'을 펼친 것도 필리핀에서 K-푸드가 큰 인기를 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만족스러웠다.
볼룸 밖에서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복 입어보기 체험과 사진 촬영'이 마련되는 것과는 다른 요소다. 'K-놀이'도 전 세계로 어서 퍼져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올해 처음 열린 행사이니 내년, 내후년엔 꼭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는 그야말로 '맥주 종주국'다운 축제다. 한국의 '치맥'은 그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다른 나라 술인 맥주와 또 다른 나라(미국) 요리인 '치킨'(닭 튀김)을 접목해 'K-식문화'로 승화했다. 그만큼 어느 나라, 어떤 문화권에도 쉽게 전파될 수 있다. 한국을 모델로 경제 도약을 추진하는 '형제의 나라'가 이 또한 모범으로 삼아 'P-식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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