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브로커까지 가담…조직형 범죄 보험 사기[실손 대수술②]
실손보험 누수 불러오는 보험사기…나날이 지능화·조직화허술한 비급여 관리 탓…병원에 범죄단체조직죄 첫 적용 사례도
지난 19일 경찰이 병의원 보험사기 일당을 상대로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부산경찰청은 병원장 A씨와 브로커 3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손해사정사와 약사 등 4명, 허위로 보험금을 타 낸 환자 757명 등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24일 금융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병원과 전문 브로커가 공모해 범행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보험금 편취규모도 커지는 등 조직형 범죄로 진화하는 중이다. 의사와 전문 브로커가 공모해 수백명 이상의 환자를 유인한 뒤 허위의 진료기록과 영수증을 발급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A씨의 사례는 보험사기를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하고 브로커와 보험설계사, 손해사정사를 고용한 조직을 구축하는 등 한발 더 나아갔다. 경찰이 최초로 병의원을 상대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이유다. A씨가 운영하는 병원은 도수·무좀(통원 실비) 치료 뿐만 아니라 300만~1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줄기세포시술(입원실비)을 세트상품으로 만들어 환자들의 실손보험 한도에 맞춰 치료를 받은 것처럼 보험금을 타냈다. 환자들에게는 그 비용만큼 미용시술과 성형수술을 해줬다. 브로커에게는 결제 비용의 10~20%를 소개료를 지불해 환자를 모으도록 했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문제는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해결했다. 이처럼 조직적으로 실손보험금을 타내는 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가운데 병원은 비싼 비급여 진료를 권해 수익을 키우고 브로커는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서다. 환자 입장에서도 고가의 피부미용 시술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충당하면 이익이라는 생각에 큰 죄의식 없이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이른바 'MZ 조폭'까지 실손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는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서울경찰청에 수사의뢰를 해 지난 5월 검거한 보험사기 일당의 경우 MZ조폭과 보험설계사가 포함된 브로커 조직이 가짜환자를 모집하면 병원이 허위로 수술기록을 발급해주고 환자들은 수술흔적을 가장한 상처를 내 보험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금감원에 따르면 MZ조폭들은 기업형 브로커 조직을 설립하고 보험사기에 공모한 병원 이사로도 활동하면서 실손보험이 있는 가짜환자를 모집했다. 보험사기에 가담한 보험설계사는 조직이 모집한 가짜환자에게 보험상품 보장내역을 분석해 추가로 보험에 가입토록 하고 허위 보험금 청구를 대행해줬다.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요령을 매뉴얼로 배포하기까지 했다. 이들이 모집한 가짜환자들은 260여명에 달했는데 여기에는 MZ조폭 조직원들도 다수 껴 있었다. 주로 입원실에서 단순히 채혈만 하고 6시간 동안 머물다가 퇴원하면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일부 조직폭력배는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가슴 부분에 수술 흔적을 가장한 상처 자국까지 냈다. 이렇게 청구한 보험금은 총 21억원이었다. 의료진 2명도 범죄에 가담했는데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가짜환자 명단을 브로커들과 공유하며 여성형유방증이나 다한증 관련 가짜 수술기록을 발급하고 브로커들과 매월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요양병원의 병원장과 상담실장은 환자들에게 입원을 권유하면서 가입된 보험상품의 보장한도에 맞춰 통증치료 등의 진료기록을 발급해주고 실제로는 미백, 주름개선 등의 미용시술을 해줬다. 환자가 월 단위로 약 500만~6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허위 치료계획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렇게 부정하게 타낸 실손보험금은 60억원으로 이와 별도로 입원비, 식사비 등 급여 항목을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청구해 부정 수급하는 수법으로 12억원의 요양급여도 편취했다. 병원의 권유에 넘어가 보험사기에 가담한 환자는 136명으로 1인당 평균 4400만원을 타냈는데 이 가운데 10여명은 편취금액이 무려 1억~1억9000만원에 달했다. 조직적인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험사기 적발금액도 갈수록 증가하며 1조원대를 넘어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164억원으로 전년대비 346억원(3.2%) 늘어났다. 적발 인원은 10만9522명으로 전년보다 6843명(6.7%)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8809억원 ▲2020년 8986억원 ▲2021년 9434억원 ▲2022년 1조818억원 등 꾸준한 증가추세다. 경찰이 검거한 보험사기 건도 지난해 1600건으로 전년대비 0.1% 증가했는데 검거된 인원은 644명으로 24.6%나 증가했다. 나날이 지능화·조직화되는 보험사기는 실손보험 누수를 가중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전가시키는 범죄다. 금융당국도 조직형 보험사기가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민생침해 범죄인 만큼 올해 브로커와 병원이 연계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강화했다. 최근 금감원의 수사의뢰로 다수 검거된 보험사기 조직도 강화된 기획조사의 결과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국민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라며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관계기관과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