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꼬리 무는 로또 조작의혹에 이렇게까지…추첨볼 반 갈라 보여줬다
동행복권, 대국민 로또 추첨 생방송 진행공 반으로 갈랐더니 RFID칩…자석 반응은?
그러자 동행복권은 로또 추첨 준비부터 당첨번호 확인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는 '대국민 로또 추첨 생방송'이라는 정면돌파를 통해 의혹 해소에 나섰다. 지난 23일 오후 2시 취재진이 가득 몰려든 서울 상암MBC 3층 스튜디오B 창고 문이 열렸다. 문 안쪽으로는 또 다른 문과 그 위 '20℃, 36%RH'라고 적힌 전광판이 보였다. 관계자들이 일사분란하게 문 앞으로 다가섰고 또박또박 온도와 습도를 읽어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두번째 문이 열리고 추첨기 3대가 연이어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곳은 로또 추첨 장비 보관창고다. 보안을 위해 CCTV는 물론이고 삼중 보안장치와 봉인이 설치된 곳이다. 올해 MBC복권 스튜디오 내에는 복권 추첨기 전용 보관실이 신설됐다. 동행복권 및 MBC 관계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대국민 초청 방송을 준비 중인 이 날에는 조금 일찍 열렸지만 평소에는 생방송 3시간 전에 동행복권과 MBC 추첨방송 담당자가 함께 동석해 잠금장치와 봉인 상태를 확인한 후 보관소 문을 개방한다. 추첨기가 총 3대나 빠져나온 이유는 뭘까. 추첨기는 본 추첨기 1대와 예비 추첨기 2대로 구성돼 있다. 생방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추첨기 장애를 대비하기 위해 본 추첨기와 예비 추첨기 모두 설치하고 점검해야 한다. 추첨기는 프랑스 아카니스(AKANIS)사의 '비너스' 제품이다. 미국의 파워볼 등 40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홍덕기 동행복권 대표는 "외산 추첨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신뢰성"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첨기가 세트장에 자리잡은 후 '007 가방'을 든 관계자가 등장했다. 이 안에 45개의 추첨볼이 들어있다. 지난주 봉인 시 기록해 둔 번호를 체크한 뒤에야 봉인이 해제된다. '딸깍'하는 소리가 두번 들리고 가방이 천천히 열렸다. 마흔 다섯 개의 추첨볼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이 추첨볼은 폴리우레탄 소재로 되어 있다. 창고를 열 때 온도와 습도가 적혀있던 이유가 바로 이 추첨볼의 변형을 막기 위해서다. 추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완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추첨볼이 본 추첨기에 들어가자 테스트가 진행됐다. '부아앙'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공들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니 공의 형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다. 태풍급인 바람이 불다보니 시선으로 공을 쫓기도 어려웠다. 순간적으로 '탁'하는 소리와 함께 공 하나가 빨려들었고 추첨기가 움직여 또 다른 공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총 7개의 공이 모두 나올때까지 걸린 시간은 56초. 총 세 번의 테스트가 진행됐고, 의심의 여지 없이 다 다른 숫자가 나온다. 테스트 진행자가 쪼르르 자리한 공에 적힌 숫자를 읽었고,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관계자가 "맞습니다"라며 확인해준다.
추첨볼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이 과정이 다가 아니다. 매주 참관인이 볼세트를 직접 선정하고 둘레와 무게도 매번 측정한다. 방송에 사용될 추첨볼의 기준 무게는 4g(오차 ±5%), 둘레는 44.5mm(오차 ±2.5%)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추첨볼 자석물질 의혹에 대해서도 동행복권은 선을 그었다. 임초순 동행복권 상무는 "자력은 초전도자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동선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도 이날 진행된 토크쇼에서 "바람을 이용해 공을 빠르게 섞는 '에어믹싱' 방식이고 추첨기 본체도 아크릴로 만들어 어떠한 종류의 자성이 없기 때문에 조작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동행복권은 일반인 참관인들이 자리한 상황에서 추첨볼을 반으로 잘라 공개하기도 했다. 무선인식(RFID) 칩이 내장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동선 교수는 "이 칩은 입력된 고유 정보를 읽어내는 기능을 한다"며 "어떤 전자기적인 배터리 장치 없이 인식할 수 있는 라벨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칩을 감싸고 있는 구리 성분 코릴이 외부자석에 반응할 수는 있지만 너무 작다"며 "이렇게 작은 구리 코일을 움직이려면 정말 강력한 자성이 필요한데 추첨기 자체가 아크릴이라 자성이 생길 수 없는 구조고 자성을 굳이 이용하려면 착자기가 필요한데 거의 소형 냉장고만 크기인데다 착자기로 자성을 넣었다고 해도 굉장히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공 중 특정 공 하나만을 끌어당기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동행복권이 진행한 대국민 로또 추첨 생방송 '2024 로터리데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다. 100명의 일반인 참관단이 초청됐는데 참관단은 지난 6개월 간 로또·연금복권 방청 경험이 없는 19세 이상 일반인으로 추첨을 통해 선정됐다.
로터리데이에서는 '과학으로 풀어보는 로또 당첨의 모든 것'을 주제로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와 뇌 과학자 장동선 교수가 로또 추첨과 당첨 번호에 숨은 과학, 우리 뇌의 작용과 연쇄작용 등에 대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후 이어진 2부에서는 일반인 100명과 함께 로또 추첨기 테스트, 추첨볼 선정 및 인식 등 생방송 현장을 공개했다. 로또 추첨 현장에는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선수가 황금손으로 출연했다. 홍덕기 대표는 "로또복권 추첨방송에 일반인 100명이 참여하고 함께 소통함으로써 '추첨방송이 녹화방송이다', '조작이다' 등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며 "복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앞으로도 복권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