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를 일만 남았다는데…고용난에 소득은 제자리[엄동설한 내수경기②]
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농산물 할인지원으로 '물가 잡기'年 1.8% 관측했지만 연초 변수에 소득은 물가상승률 하회
[세종=뉴시스]임하은 박광온 기자 = 새해 첫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연초 대내외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당분간 유가 상승과 고환율이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물가를 1.8%로 전망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할 거로 내다봤지만 향후 트럼프 리스크와 이상기후 등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유류세 인하 연장·농산물 할인지원으로 '물가 잡기' 9일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올해 첫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연장 조치와 농산물 수급대책을 발표했다. 이달 말 일몰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조치를 4월 말까지 연장하면서 휘발유는 122원(15%), 경유는 133원(23%),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7원(23%)의 가격 인하 효과를 그대로 보게 됐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지난달 다섯째 주까지 16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설 연휴가 지났지만 정부는 2~3월 중 30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정부 할인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배추·무는 정부의 가용물량을 동원해 하루 200t씩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과일·채소는 할당관세 물량 37만t을 신속히 도입한다. 이는 최근 환율·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보다 7.3% 오르면서 지난해 7월(8.4%) 이후 반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상승폭도 지난해 12월 1.0%에서 크게 확대됐다.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친 정도를 뜻하는 기여도는 석유류가 0.3%포인트(p)로 지난달 물가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9%로 둔화했지만 명절 효과로 채소류(4.4%)와 축산물(3.7%)의 일부 품목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배추(66.8%)는 2년 3개월, 당근(76.4%)은 7년 11개월, 김(35.4%)은 37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1400원대를 진입한 후 12월 1480원대, 지난달 최고 1470원선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오르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실손보험료가 인상되고 여행요금과 콘도요금 등이 오르면서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年 1.8% 관측했지만 연초 변수에 소득은 물가상승률 하회 물가상승률 2.2%는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물가를 1.8%로 전망한 정부 입장에서는 당초 예상치보다 높게 나왔다. 기재부는 연초 물가 상방압력은 지속될 거로 내다봤다. 당분간 국제유가 변동성,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연간 전체로 볼 땐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세가 둔화할 거로 관측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우호 정책을 기조로 하는 만큼 다수 전망기관은 올해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먼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수입 원자재와 먹거리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또 근래 예측불가능하게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향후 농축산물 물가를 좌우한다. 2023년은 봄철 냉해·서리피해와 병충해로 사과·배 가격이 급등했고 지난해는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과 국지성 호우로 채소류 가격이 치솟았다.
기재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전망할 때, 평년 기후와 최근 이상기후의 빈도가 잦아지는 걸 고려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도 봄철 이상저온, 여름철 극심한 폭염과 폭우, 태풍 등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가 늘면 물가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소비를 지탱할 직장인의 지갑사정도 좋지 못하다. 최근 직장인 월급은 2년 연속 물가상승률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4332만원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이는 같은 해 물가상승률 3.6%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22년 근로소득 상승률 역시 4.7%로 물가상승률(5.1%)보다 낮았다. 당시 근로소득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돈 건 2009년(-2.0%)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런 가운데 고용 한파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업자 수는 17만명 넘게 늘면서 46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작년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도 15만9000명으로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가장 작았다. 20대 취업자 수 감소폭 역시 4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고, 건설업 취업자는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 유가, 원자재 가격 등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다. 이로 인해 연간 물가상승률 1.8%는 달성이 어려울 거 같다"며 "국제유가는 그리 높아질 가능성이 없지만 환율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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