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위성사진서 보안시설 가리려면 좌표 내놔"…위법 가능성은?[구글 지도 반출 '대해부'②]
구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지도 반출 조건 일부 수용블러 처리 위해 군사시설 등 수천곳 좌표 요구"보안시설 좌표 공유,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소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이 우리 정부의 지도 국외 반출 성사 시 자사 위성지도 서비스(구글 어스)에 제공하는 국내 주요 보안시설을 흐리게(블러) 보이도록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2016년에 신청했을 때보다 한발 물러선 조치다. 하지만 업계, 학계 일각에선 구글 제안이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글은 정부에 요구한 보안시설 좌표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직접 블러 처리한 위성사진을 구글에 제공하는 대안이 있으나 이마저도 구글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10년 전과 달리 한발 물러선 구글 "보안시설 좌표 주면 블러 처리"
구글이 지난 2월18일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에 제출한 신청서에는 보안 필요성이 인정되는 시설과 관련한 블러 처리를 요청할 경우 직접 블러 처리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구글 지도·어스 정책을 예외적으로 변경하고 이를 위한 기술적 조치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구글 어스에 나타난 위성사진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지도 반출 허용 조건으로 일부 위성사진을 블러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제공하는 축척 1대 5000 수치지도는 보안성 심사를 거친 데이터라 보안시설 위치 등 정보가 빠져있지만 구글 위성사진 데이터와 결합하면 삭제된 정보를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다른 조건으로 구글에 한국 데이터센터 설치를 제안했다. 정부가 요청한 사진 수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고정사업장을 두라는 뜻이다. 구글이 글로벌 일괄 정책 적용 원칙을 들며 두 조건을 모두 거부했고 그 결과 반출이 무산됐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에 제공되는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 서비스에 대해 예외적인 정책 조정, 기술적 조치를 하겠다며 양보안을 제시했다. 블러 처리 필요 지역을 다각형(폴리곤) 형태로 구축하고 폴리곤 형태로 꼭짓점이 찍힌 지역에 대해 저해상도 레이어로 해상도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글은 기술적 조치를 구현하기 위해 구글이 정부로부터 보안시설 좌표를 제공받아야 하고 해당 보안시설 좌표를 위성사진 처리·응답 제공이 가능한 데이터센터로 전송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안시설 좌표 정보, 해외 민간 기업에 몽땅 넘긴다?
법조계와 군 출신 학계 전문가들이 지적한 법 위반 소지 부문은 우리 정부가 해외 민간 기업인 구글에 군부대 등 보안시설 좌표를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공한 일부 보안시설이 군사기밀로 지정돼 있으면 '군사기밀보호법' 제8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이 조항은 군사기밀을 제공하기 위한 별도 허가 요건을 다루는데 ▲법률에 따른 군사기밀 제출 또는 설명 요구가 있는 때(통상적으로 국정감사 때 국회 요구로 적용되는 조항) ▲군사외교상 필요한 때 ▲조약·국제협정에 의해 외국 또는 국제기구 요청이 있을 때 ▲기술개발·학문연구 목적으로 연구기관 요청이 있는 때에만 외부에 제공할 수 있다. 공간정보관리법은 민간 기업이 지도 반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할 뿐 정부가 기밀 좌표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에 정부가 구글에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보안시설 좌표를 전달하는 행위는 군사기밀보호법 제8조 내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다. 공군 법무실장 출신 이수동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구글에 반출하기 위해 군사기밀을 해제하거나 공개요건으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거나 공개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에 현저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가 아니면 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광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만약 군부대 좌표가 모두 표시된 자료를 정부가 제작한다면 그 내용은 당연히 군사기밀로 지정돼야 하고 국외는 물론 외부 공개도 불가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면 정부가 구글에 제공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글 입장은 한국에 제공하는 지도에 대해서만 블러 처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 세계에 제공하는 지도에는 블러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군부대 등 위치 좌표를 기밀 해제하고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사시설 좌표 제공을 국방부 장관이 허가하더라도 국민 여론과 군인들의 반발로 사실상 제공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위원은 "좌표를 직접 문서를 넘기는 방식은 곤란하나 기술적으로는 정부 담당자가 현장에서 구글 담당자와 만나 블러 지역을 설정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제작한 블러 처리된 위성사진을 준다면?
일부 전문가는 현실적 타협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지금은 민간 위성이 군사 위성을 대신하는 시대다. 정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법령에 단서 조항을 추가해 제한적 정보 제공을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제작한, 주요 보안시설이 블러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글이 활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제작된 블러 처리 위성사진을 구글이 활용해 보안 시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이 국지원의 위성사진을 활용한다. 하지만 구글은 위성사진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민간 위성업체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해 사용하는 사업자다. 이 이유로 지도·위성 이미지 관련해 전 세계적 일괄 표준 적용 원칙을 고수하며 정부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법 위반 소지를 알고도 '보여주기식' 양보안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로 구글이 이번에 "대한민국 지도 서비스에 대해 예외적 정책 조정과 기술적 조치를 하겠다"는 등 국가별 예외 허용 원칙을 시사한 만큼 정부의 협상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제작한 위성지도를 건네도 구글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위성지도를 혼용할 수 있다. 그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 건 우리 정부 행정력을 끼치지 못하는 해외 데이터센터에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 구글 모두 서로 신뢰 속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국내 데이터센터 구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