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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물가·재정 걱정까지…경제정책 난이도 높아졌다[민생회복 추경③]

등록 2025-06-23 08:00:12   최종수정 2025-06-23 11: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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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30.5조 추경 내놓고 경제 살리기 시동

중동 사태 돌출…물가상승 부담에 정책 대응 여력 축소

자산 인플레 조짐도 부담…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확대

국가채무 GDP의 50% 돌파…재정 건전성 관리도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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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4.1포인트(1.48%) 오른 3021.84로 장을 마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6.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이재명 정부가 맞이한 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내수 경기는 장기 부진에 빠져 있고, 미국발 통상 전쟁으로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 침체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8%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과 합치면 재정 지출 규모는 34조원 가량 늘어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까지 등장했다. 중동 사태가 격화하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기를 진작하면서도 물가와 시장,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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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19일 서울 시내 상점가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5.06.19. [email protected]

◆30조 추경으로 경기 살리기 총력전…정책 기대감↑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0.2%)를 기록했다. 분기 성장률은 4개 분기 연속 0.1%를 넘지 못하고 있고, 연간 성장률은 1%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연간 성장률이 1.0%에 미치지 못한 것은 ▲1998년 IMF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4차례 밖에 없었다. 사실상 경기 침체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는 3년 5개월여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추경 편성, 신산업 육성 등 정책으로 향후 경기가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을 기록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의미하는 기준선(100)을 1년 만에 넘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 침체가 심각하고, 중동 사태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으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경은 필요하다"며 "추경을 하면 정부의 발표대로 0.2%포인트(p) 정도의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올해 성장률을 0.8% 정도로 전망해 왔기 때문에 1%대로 올라간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우리 경제는 변곡점에 서 있다. 현장의 어려움과 고통은 우리에게 지체 없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재정 투입이 늦어질수록 경기 반등은 지연되고 서민과 취약 계층의 어려움은 커 질 것이다. 경기가 우상향 경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과감한 재정 투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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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5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셀프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6.15. [email protected]

◆중동 사태로 '물가' 변수 돌출…정책 난이도 높아져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돌출하면서 경제팀의 고민도 커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지난달 말까지 베럴당 60달러 초반이던 브렌트유는 70달러 중반까지 치솟았다. 미국까지 이란에 대한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선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지수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 수준인 2% 안팎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물가 관리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유가가 상승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연료비와 공업제품, 농산물 등 상품 가격과 전기, 가스, 수도, 교통비 등 서비스 가격의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글로벌 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 물가와 경기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재정과 통화 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하지만 경기는 부진한데 공급 측 충격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일 경우에는 정책 대응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이번 추경 이후에는 확장적인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거나 또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역사적으로 봤을 때 2022년 초인플레이션과 1980년대 오일쇼크 등과 같이 유가 급등이 어마어마한 물가 상승을 야기한 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교수는 "지금은 중동 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마다 전략을 세워둬야 한다"며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재정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공급망 안정에 더 초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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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이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제17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전담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2025.06.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아파트 가격 2018년 이후 최대폭 상승…"유동성 확대 위험"

자산 인플레에 대한 우려도 부상했다.

장기 부진을 겪어왔던 주식시장이 활기를 띄는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 뿐만 아니라 서울 등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마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주(0.45%)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2월 이후 20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최근 들어 상승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상승률은 5월 첫째주 0.08%에서 둘째주 0.10%. 셋째주 0.13%, 넷째주 0.16%, 6월 첫째주 0.19%, 둘째주 0.26%, 셋째주 0.36%로 점점 변동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아직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 상태에 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급등할 경우 투기 수요를 자극해 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의 수준은) 물가상승 압력이 엄청나게 커질 정도는 아니지만, 정부가 내년 이후에도 예산 지출을 늘리고 유동성을 푸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이게 점점 쌓이다 한번에 인플레이션이 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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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총 30.5조원 규모로 편성된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5.06.19. [email protected]

◆국가채무 비율 GDP 50% 육박…국채 발행 부담 커져

이번 추경으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차 추경으로 올해 국채 발행은 229조8000억원으로 당초 예산에서 계획한 197조6000억원에 비해 30조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돌파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49.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에서도 부채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른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간 재정 상황을 비교할 때는 보통 일반정부 부채(D2)를 사용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에 비영리공공기관 부채를 더해 계산한 값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말 D2 비율은 52.5%로 20년 전인 2004년(21.6%)보다 2배가량 늘었다. 올해 추경 편성 규모를 감안하면 D2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AAA→Aa1)한 미국보다 더 빠른 증가 속도다. 미국의 경우 D2 비율이 2004년 66.3%에서 지난해 120.8%로 1.8배 가량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절대적인 부채 규모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아 당장 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국채 발행 물량이 급증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할 우려가 있다. 고령화와 성장률 하락으로 중장기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상황도 재정 당국으로선 고민거리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높은 국가부채 비율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이라며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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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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