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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만으론 부족…'저가 수주·공기 단축' 구조적 악순환 끊어야"[안전제일 건설현장 대책은]①

등록 2025-08-14 06:01:00   최종수정 2025-08-20 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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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하도급→비용 절감·공기 단축 압박→안전 '소홀'

건설업계, 충분한 공사 기간 확보·안전 예산 증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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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2025.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국의 모든 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은 일시 중단하고, 안전교육과 점검에 나서고 있어요."

지난 13일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건설사나 예상하지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보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며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중대 재해 사망 사고 직보를 지시하는 등 강력 제재를 공언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역력하다. 올 들어 네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지적받은 포스코이앤씨의 CEO(최고경영자)가 교체된 데 이어 DL건설도 대표를 비롯한 임원, 현장소장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 수위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필요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 산업재해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무위원들에게 "일상적으로 산업현장을 점검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건설현장은 다른 업종보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요소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지만, 건설업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사망자 수는 1968명이다. 이 중 건설업 사망자가 991명으로 50.4%를 차지했다. 또 올해 1분기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사망한 근로자수는 137명인데, 이 중 건설업 사망자수는 7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명이 늘었다.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처벌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행처럼 반복되는 불법 하도급 관행과 최저가 입찰제(저가 수주 경쟁), 공사 기간 단축 압박 등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벌 위주의 해결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행법에 따라 하도급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다르다.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상반기 전국 건설 현장 1607곳을 단속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 하도급이 3분의 1 이상(37.9%)을 차지할 정도로 만연하다. 하청과 재하청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이 심해지고, 안전 관리가 소홀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저가 입찰과 공사 기간 단축 역시 문제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인력과 안전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무리한 공정 압박을 받다 보면 안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또 건설 현장의 미숙련 고령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안전사고 위험이 커졌다. 의사소통은 어렵고, 노동자 개개인의 숙련도와 건강 등 안전사고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지역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이 존재하지만,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청의 재하청을 거듭하다 보면 비용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이 거세지고, 안전 문제는 뒷전을 밀려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충분한 공사 기간 확보와 안전 관련 예산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각사마다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처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고, 충분한 공사 기간을 보장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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