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취임 100일]⑤대북 유화책 전환, '페이스메이커' 자임…남북·북미대화 진전은 난제
적대적 행위 중단, 불필요한 긴장 해소 조치대북 확성기 방송·'자유의 소리' 송출 등 중단북, 중러 뒷배 확보…운신 폭 넓어져"남북관계 정상화 환경 만들기 쉽지 않아"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간 보여준 대북 정책은 긴장완화 조치로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하면서 일단 북미대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남북관계 복원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으며, 이달 대북 심리전 라디오 방송인 '자유의 소리' 송출도 중단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의지도 표명했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차단하기 위해 틀던 대남 소음방송을 끄며 접경지역에서의 소모적 마찰 저지에는 어느 정도 동조했다. 하지만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고착화하며 남북대화에는 철벽을 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대화 조건으로 남한 헌법상 영토·평화통일 조항의 폐기를 제시했다. 한미연합연습과 비핵화 구상도 문제 삼았다.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에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요구들이다. 정부의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기조에 부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이 이 대통령의 '동결-감축-비핵화' 3단계 로드맵에 호응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말한 '페이스메이커' 발언에는 이 같은 정세 평가가 반영됐다. 페이스메이커는 마라톤에서 속도를 조절하며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돕는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부각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비해 한 발 물러난 뉘앙스다. 북한이 남북대화보다는 여지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 1기 때에 비해 국제정세가 북한에 유리해 북미대화 역시 쉽지 않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파병하며 러시아와 군사동맹의 관계를 맺었다. 미중 갈등 격화 국면에서 중국은 북한을 끌어들일 필요성이 커졌다. 북한으로서는 북미협상에서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지원과 체제 안정을 약속받아야 할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이 열린 톈안먼 광장 망루(성루)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서 반(反)미 삼각 연대를 과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연출된 장면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계기마다 강조하며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노리고 있다. 변화한 북한 입장을 반영한 듯 북중 언론의 지난 4일 북중 정상회담 결과 보도문은 지난 회담들과 달리 '비핵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확보 시도를 방치하거나 더 나아가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공존 시대를 열겠다는 방향성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선제적 조치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미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를 관리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는 아직 미흡하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우리 주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현재 정부의 대북 정책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현상을 관리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