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생 학원·과외 '자정까지 연장' 발의…"형평성 고려" vs "사교육 우려"
정지웅 서울시의원, '교습시간 연장' 골자 개정안 발의개정안, 고교생 교습 '오후 10시까지'→'자정까지' 연장교육계 "청소년 기본권 침해에 사교육 부추겨…철회"정지웅 "수능은 전국 경쟁…학생 선택권 넓히자는 뜻"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고등학생의 학원, 개인과외 등 교습 시간을 자정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교육계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정지웅 의원(국민의힘·서대문구 제1선거구)이 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교과교습학원, 교습소와 개인과외교습자의 교습 시간을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교습 시간을 정비함으로써 학습권을 보장하고 타 시도교육청과의 교육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조례는 서울 학생의 교습 시간을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습은 그대로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유지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만 자정까지 연장된다. 이에 일부 교원단체와 교육 시민단체는 "경쟁교육의 고통 속에 놓인 청소년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는 처사"라며 "서울시의회가 이번 안에 대해 자발적으로 즉시 폐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좋은교사운동은 "과도한 입시 경쟁 고통으로 대학생의 81%가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생각한다"며 "과도한 경쟁교육 고통을 해소하고 수면권·건강권·여가권 등 아동·청소년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매년 폭증하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국가적 차원은 물론이고 유엔(UN) 아동 권리위원회의 권고를 수차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이런 조례안을 발표했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교육 참여율이 더 높아지고 사교육비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전국에서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시가 학원 교습 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자연스레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 조례안은 사교육비 증가가 자명해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서울 시민의 민생고를 외면하는 대표적인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경쟁교육 고통을 완화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서울시의회가 여기에 비수를 꽂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이며 모순투성이의 안건"이라고 평가했다. 교육의봄은 "통계청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시도별로 살펴보면 서울시의 사교육 참여율 및 참여 시간은 타 시도 대비 압도적으로 수치가 높다"며 "타 시도와 교육 형평성을 맞추는 게 목적이라면 서울시의 학원 등 교습 시간은 현재의 밤 10시보다 더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6.1%로, 전국 평균인 80.0%보다 6.1%p(포인트) 높았다. 대도시 평균(82.2%), 광역시 평균(79.8%)보다 각 3.9%p, 6.3%p 웃돌았고, 읍면지역 평균(73.0%)보다는 13.1%p 상회했다. 이에 교육의봄은 "교육형평성을 맞추려면 사교육 참여율을 타 시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교습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나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 온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오후 10시 이후 비공식적으로 교습받는 학생들이 많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조례안 발의에 찬성하는 시각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영어 과외 강사로 활동하는 윤모씨는 "다들 알음알음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과외 교습을 진행 중이다. 특히 대치동, 목동과 같은 대형 학원가에서는 공공연한 일"이라며 "조례가 개정돼도 심야 교습이 대외적·공식적으로 허용이 되는 것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씨는 "교습 시간이 확대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보충시간이 더 확보된다는 이점이 있다"면서도 "부모와 보호자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했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정지웅 서울시의원은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의미"라며 "수능은 전국 경쟁이다. 그분들은 경쟁을 싫어하시지만 현실이고, 그런 점에서 우리 서울 아이들이 자율권을 침해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컸다"고 했다. 실제로 17개 시도 중 12곳의 고등학생들은 서울의 학생들보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과 과외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강원·경남·경북·대전·울산·제주·충남·충북 등 8곳은 고등학생의 교습 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한다. 부산·인천·전북 등 3곳은 오후 11시까지, 전남은 오후 11시50분까지 교습이 가능하다. 정 의원은 "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해법은 아니다"라며 "근본적으로 서울에서 사교육 시장이 쏠려 있는 현상을 풀기 위한 다른 제안을 해주면 충분히 함께 고려할 생각이 있다. 시간만 제한해선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서울교육청은 현행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습 시간을 늘려버리면 학생들이 힘들어질 수 있고,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현시대 상황과 맞지 않다"며 "시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교육청의 입장을 설명해 드리며 설득하는 노력을 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