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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물가 안 올린다'던 트럼프, 고물가에 사실상 백기

등록 2025-11-14 11:42:39   최종수정 2025-11-14 13: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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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바나나 1년 새 최대 19%↑…경제 평가 하락·소비 심리 급락에 정책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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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미국인들의 경기 인식 악화와 고물가 부담을 예의주시하며,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관세 완화 조치까지 검토·발표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의회 임시 예산안에 서명하기 전 발언하는 모습. 2025.11.14.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소비자들의 식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관세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그간 백악관이 주장해온 '관세는 물가를 올리지 않는다'는 논리와 정면으로 모순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관세가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음을 정부가 인정한 셈이라는 것이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미국인들의 경기 인식 악화와 고물가 부담을 예의주시하며,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관세 완화 조치까지 검토·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은 아르헨티나·에콰도르·과테말라·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4개국과 무역협정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되는 대부분의 상품에는 10~15%의 상호관세가 유지되지만,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일부 품목은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WSJ은 "미국이 생산하지 않는 품목에까지 관세를 부과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보호무역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커피의 99% 이상, 바나나 대부분은 콜롬비아와 중미 국가에서 수입된다"고 지적했다.

관세 부담은 이제 소비자 가계에 직격탄을 주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바나나 가격은 6.9%, 커피 가격은 18.9%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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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펄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소비자들의 식품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관세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그간 백악관이 주장해온 '관세는 물가를 올리지 않는다'는 논리와 정면으로 모순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뉴욕 버펄로의 한 월마트 매장 모습. 2025.11.14.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서로 다른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고용 확대를 늦추거나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주 사상 최저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2022년 6월 인플레이션이 9.1%까지 치솟았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NBC뉴스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부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산층을 위한 정책 수행에 실패했다고 답한 비율은 65%,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대응에 실망했다는 답변은 66%에 달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감세·인프라 투자 확대·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공약을 앞세워 '경제 호황 재현'에 대한 기대감을 얻으며 재선에 성공한 만큼, 최근 유권자 인식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경제를 최우선 이슈로 꼽은 유권자의 81%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취임 초반기에는 경제 운영 평가가 높았으며 소비자 신뢰지수 역시 견고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제 평가 지표는 올해 2월 캐나다·멕시코를 겨냥한 대규모 관세 공세가 시작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고,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는 가짜"라며 "우리는 역사상 최고의 경제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인들이 더 나아졌다고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며 생활물가 부담에 대한 책임 대부분을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번 주 초 현재 3% 수준인 미국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세 정책 이후 식료품 물가가 오른 점을 인정했다.

WSJ은 "현재 미국인들의 지출을 높이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라며 "미국인들은 커피와 바나나뿐 아니라 더 폭넓은 관세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 미국인의 삶을 더 비싸게 만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다. 미국인들은 커피와 바나나 이상의 폭넓은 관세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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