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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IBK투자증권, 멀쩡한 고객 '금융사기범'으로 내몰아

등록 2016-06-13 13:17:20   최종수정 2016-12-28 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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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표주연 기자 = IBK투자증권(대표이사 신성호)이 멀쩡한 고객 계좌를 '금융사기계좌'로 등록하고, 은행연합회 전산망을 통해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오류는 시정됐으나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각 은행에 퍼진 전산 정보는 2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남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아직 통장과 체크카드 신규 발급을 하지 못하는 등 금융 거래에 제약을 받으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불편을 드려 정중히 사과한다"면서도 피해 보상이나 구제를 위한 대책은 거부해 물의를 빚고 있다.

 ◇IBK투자증권, '금융사기 계좌'로 등록…"사과하지만, 보상 불가"

 13일 IBK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피해자 A(48)씨는 지난 2014년 9월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IBK투자증권 영업점에서 CMA 계좌를 만들었다. 이후 같은 해 11월1일 A씨는 자신의 신용(체크)카드와 통장이 모조리 도난·분실·거래정지·사고계좌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가 확인해 보니 IBK투자증권은 그가 계좌를 개설한 직후인 그해 9월15일 해당 계좌를 금융사기 계좌로 등록하고, 한 달여 뒤인 같은 해 10월30일 이 정보를 은행연합회 전산망을 통해 금융권과 공유했다.

 이와 관련해 IBK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에 ▲화성에 직장을 둔 A씨가 경기도 분당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한 점 ▲계좌를 개설한 뒤 1000원을 입금한 점(타행이체 수수료로 700원을 부담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남) 등 사유를 보고했다.

 그러나 IBK투자증권 측은 A씨의 항의를 접수한 뒤 3일 만인 2014년 11월3일 해당 계좌를 '금융사기 계좌'에서 해제했다. 애초에 금융사기 계좌 등록이 오류였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어 A씨는 IBK투자증권에 완전한 제재 기록 삭제와 사과, 보상 등을 요구 했으나 4개월이 지나도록 답변을 미뤘다.

 A씨가 지속해서 항의하자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24일 우편을 통해 "전화금융사기 계좌 정보는 해제 조치했지만 귀하에게 불편을 끼쳐드렸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상에 관해서는 "피해 보상 요구 수용이 불가하다"고 일축했다. 당시 A씨가 요구한 보상액은 해제에 소요된 3일간 하루 100만원씩 총 300만원이었다.

 결국 A씨는 2015년 4월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에 IBK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2년간 금융거래 '식물인간'

 더 큰 문제는 이미 은행전산망을 통해 퍼진 '기록'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IBK투자증권의 오류로 사기계좌로 등록됐다 해제된 사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치 전과 기록처럼 A씨의 삶을 제약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년 동안 금융거래에서 제약을 받아왔다. 기존 통장을 이용한 단순한 입·출금 거래와 기존 소유한 체크카드 사용만 가능했을 뿐이다. 신규 통장이나 체크카드 신규발급도 제한됐다.

 금융기관들은 A씨의 금융사기계좌 등록 사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기록'만 볼 뿐이다.

 실제로 시중 K은행에서 A씨는 '주의' 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은행 직원은 A씨에게 "(금융사기로 등록됐다 해제됐다는 기록이 있으면)은행이 주의를 기울여볼 수밖에 없다"며 " 각종 심사가 일반인보다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침은 어느 은행을 가든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화 내용은 녹취 후 재판에도 제출됐다.

 A씨는 "은행 업무를 볼 때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은행에 가서 창구에 앉을 때마다 전산조회를 한 은행직원들에게 "금융사기 전력이 있네요"라는 말을 듣게 되니 당연할 수밖에 없다.

 A씨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금융사기 계좌라고 누명을 씌워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면 그동안 피해는 누가 책임지느냐"며 "2년 동안 제대로 된 금융거래를 하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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