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금지 강화' 11.3 부동산대책, 투기 세력 쫓아낼까
이 같은 대책이 나온 배경은 국지적 과열현상이 심화·확산할 경우 장래 주택경기의 조정 과정에서 가계와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 방안'(11.3대책)을 발표했다. ◇예상보다 강했다…강남4구·과천 전매금지 정부 방안에 따르면 규제 강화 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서울, 경기(과천·성남·하남·고양·화성동탄2신도시·남양주), 부산(해운대구·연제구·동래구·남구·수영구), 세종(행복도시 예정지역) 등 37개 지역이다. 민간택지의 경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과천은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강화된다. 강남4구 외 서울 전역과 성남은 1년6개월로 연장된다. 경기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화성동탄2, 세종의 공공택지 내 주택은 전매가 기존 1년에서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제한된다. 수도권 중 지구면적 절반 이상이 그린벨트 해제된 공공택지 내 85㎡ 이하 주택도 분양가격이 인근 시세의 70%이상이면 마찬가지로 전매가 금지된다. 청약 1순위 자격도 ▲세대주가 아닌 자 ▲5년 이내 당첨자 ▲2주택 이상 소유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더불어 서울, 경기, 부산, 세종 등 조정대상 지역 주택에 당첨된 세대에 속한 자도 재당첨 제한 대상자에 추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의 골자는 청약시장 규제인데 이 중 입주 때까지 전매를 금지한 것은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선 것"이라며 "전매 거래 축소, 분양가 상승 제동, 청약경쟁률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단기 투자수요 급증…정부가 강경책 꺼낸 이유 정부는 현재의 주택시장이 전반적인 가격 급등이나 급락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내외 저금리 기조에 따른 투자 수요가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국지적인 불안 양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상승률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10월 2주차 0.22%, 3주차0.22%의 변동율로 2009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단기 전매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실수요자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국지적 과열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선별적·단계적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전매제한, 청약 자격 등을 강화해 과열 현상과 주변 집값의 불안 소지를 완화해 나가는 한편,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역점을 뒀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전매제한, 청약 1순위 강화, 재당첨 금지 등의 제도를 선별적·단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의 국지적인 과열을 완화시키고자 하는데 이번 대책의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책을 통해 국지적인 시장과열을 완화하고 실수요자의 주택 당첨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조합원 지위양도' 그대로 정부가 예상보다 강화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의 카드를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대책은 신규 아파트 분양에 집중되면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투자수요가 분양권 거래에서 입주권 거래로 옮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서울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 입주권 양도·양수 규제를 안했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보니 이것 마저 잡으면 경기가 아예 죽어버릴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제한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대책은 신규 아파트 시장 과열에 초점을 맞췄다"며 "재건축 단지 입주권 거래는 이번 조치에 적용되지 않는다. 아직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직 정부가 부동산 가격 거품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의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심사강화로 대체되기 때문에 굳이 정부가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HUG가 주변 인근 단지의 분양가보다 110%가 넘으면 분양보증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방법 등으로 분양가를 잡고 있다"면서 "이번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만으로도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호인 장관 "필요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검토" 당초 예상대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다만 정부는 규제 대상 지역에 전매제한기간 강화(부산 제외), 1순위 제한, 재당첨 제한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의 주요 효과가 모두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서울과 경기의 향후 분양물량은 대부분 정비사업과 공공택지 물량이다. 이들 물량은 통상 1순위에서 마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약제도의 강화가 단기적 투자수요의 청약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올들어 서울 및 일부 지역 재건축 예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고 새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이상 과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전매거래 증가와 청약과열은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어렵게하고 시장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우려했다. 특히 강 장관은 이번 정책이 일회성 종합대책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1회성 종합대책이 아니라 대책 발표 이후에도 정례적으로 시장상황을 점검하면서 필요 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조치의 강도와 지역범위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지역별 시장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응으로 과도한 단기 투자수요를 걸러내면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이 쉬워질 것"이라며 "집값 불안의 확산이나 분양가의 과도한 상승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