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혼숨' 덕에 알게 된 일부 인터넷 개인방송의 공포

등록 2016-11-22 14:14:08   최종수정 2016-12-28 17: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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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최근 기존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뉴미디어가 인터넷 개인방송이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등장한 것을 보니 트렌드는 트렌드인가 보다.

 지난달 26일 개봉해 700만 관객을 바라보는 국산 코미디 ‘럭키’, 할리우드 스릴러 ‘인페르노’, 할리우드 SF ‘닥터 스트레인지’의틈바구니에서 3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선전 중인 국산 공포영화 ‘혼숨(감독 이두환)’얘기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인터넷 개인방송국 ‘아프리카TV’에서 ‘공포’를 주제로 방송을 진행하는 BJ ‘야광’(류덕환)과 ‘박 PD’(조복래)는 어느 섬에서 할아버지가 손녀를 살해해 우물에 유기한 사건을 박수무당이 해결했다는 내용을 방송해 히트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돈과 명예가 보장된 ‘레전드’가 되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공포 소재를 찾아 헤맨다. 그들에게 어느 날 ‘혼숨’ 영상이 제보된다. 귀신을 불러내 숨바꼭질을 한다는 일본산 공포 놀이를 하던 여고생 두 명 중 한 명은 실종되고, 다른 한 명은 미쳐버렸다는 사연에 흥미를 갖게 된 그들은 사건이 일어난 폐 독서실을 찾아간다. 그들은 그곳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아프리카TV는 기존 방송과 달리 진행자인 BJ와 시청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한다는 점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방송이 시청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궁금해 하거나 흥미로워 할 소재를 정확하게 찾아내 소개한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TV 방송과 달리 게이트 키핑을 거치지 않는 이들의 방송은 돈과 인기를 목적으로 계속 자극적으로 변해간다. 물론 아프리카TV 등에는 기존 TV 방송보다 다양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방송을 하는 BJ도 많다. 하지만 스포츠카 과속 경쟁 실시간 중계, 장애인 비하, 미성년자 성희롱, 여성 신체부위 도촬, 불법 도박 등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들이 여과 없이 송출돼 사회 문제를 일으킨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익명성에 숨은 시청자들은 ‘별풍선’을 선물하며 그들이 더욱 자극적이고 야한 방송을 하도록 유도한다. 영화에서도 야광이 박PD는 물론 박수무당의 경고와 만류를 뿌리친 채 목숨을 걸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할 때도 시청자는 말리기는커녕 수만원부터 수천만원에 해당하는 별풍선을 선물하며 부추긴다.

 사람은 자극적인 것에 쉽게 길들여진다. 매운 음식을 처음 먹을 때는 고통스러워 하지만 이내 그 맛에 중독돼 “와, 맛있다!”를 외치며 더 매운 맛을 탐하게 된다. 그 사이 그 사람의 위장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서서히 허물어져 간다. 매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위나 장 질환에 시달리는 것은 매운 음식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인터넷 개인방송도 마찬가지다. 대중은 더 자극적인 방송을 원하고 그곳에서 스타가 돼 돈과 인기를 모두 거머쥐고 싶은 BJ는 아무도 말리는 사람 없는 길을 계속 질주한다. 그러나 그 끝에 만일 낭떠러지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곳으로 추락하는 것을 시청자는 즐길 것이다. “와,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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