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품은 삼성, 신성장동력 확보…"다음 타깃은 '샷시'"

등록 2016-11-22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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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제휴 확대도…향후 인수 컨티넨탈·보쉬 등 거론  기존 사업 영역이 아닌, 미래 자동차 시장 노린 포석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삼성전자가 80억달러(9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오디오 전문그룹인 하만카돈(Harman Kardon)을 사들이며 사업 역량 확대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에 이어 다음 인수합병 대상은 샷시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궁극적으로 완성차 제조보다 1차 부품협력사인 티어(tier)1 토탈 솔루션 전장부품 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불어 향후 BMW와의 제휴 영역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래차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개발에서 BMW와 공동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하만을 80억달러(9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만의 부문별 매출비중은 커넥티드 카 45%, 오디오 32%, 오디오 시스템 14%, 커넥티드 서비스 9% 등이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매출이 전체의 77%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만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사물인터넷(IoT), 대중화된 다수의 고급 브랜드, 글로벌 유통망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삼성의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접목하면 보쉬, 컨티넨탈 등과 비교해 경쟁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BYD, 하만 이후 삼성의 추가 인수합병 대상은 컨티넨탈, 보쉬 등 샷시업체(조향장치, 브레이크시스템 등)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만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음성인식 기술을 자동차까지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임에 따라 하만의 인수대금은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음성인식 기술을 자동차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내다봤다.

 ◇2017년 3분기까지 인수 마무리

 삼성전자가 미래먹거리로 선정한 전장사업에 뛰어든지 1년만에 이 분야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 및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이후 1년만에 이룬 성과다. 이번 인수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확보하게됐다는 평가다.

 다만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는 시기는 1년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주주와 주요 국가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2017년 3분기까지는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스마트카 사업의 속도는 정부 승인이 조기에 나올 경우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보일 전장사업을 ▲IVI(In-Vehicle Infotainment·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커넥티드카(Connected Car·통신장치가 부착되어 외부와 운전자와 소통) ▲자율주행차 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하만 인수는 삼성에게 글로벌 전장사업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전장부품 시장은 연평균 13%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완성자동차 판매는 2% 증가에 머물러 있다. 완성차 보다는 차량에 들어가는 전장부품을 만드는 것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커넥티드카, 카오디오, 서비스 등 하만의 전장사업 영역 시장은 지난해 450억달러에서 2025년 약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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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매출이 70억달러, 영업이익은 7억달러(직전 12개월 기준)에 달한다.

 매출 중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달러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자동차 전장 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이외에도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의 부가가치를 향상하는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등 개인과 가정, 오피스 분야에서 갈고닦은 삼성전자의 기술을 자동차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 영역이 아닌, 미래 자동차 시장을 노린 포석이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삼성 계열사 '활짝' LG전자 '긴장'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면서 삼성 계열사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LG전자는 긴장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는 삼성전기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 등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이 전장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하만이 해당 부문의 거래선 강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에게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 삼성전자와 부품 공급사들에게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전속 거래선 확보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전망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M&A가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줄일 수는 있으나 전장사업 강화를 통한 성장 엔진 장착 면에서 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삼성전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이번 인수를 통해 고수익성 MLCC 시장 진출은 어렵지만 카 인포테인먼트용 수동부품의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장사업에서도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LG전자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LG전자의 경우 카 인포테인먼트 거래선이 하만과 크게 겹치지는 않지만 심리적 관점에서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경우 기존 오디오 관련 제품군인 톤 플러스 등에서 하만과 협업한 적도 있어 이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인수가 규모도 큰 만큼 이에 따른 계열사 및 라이벌 기업 등에 대한 파장도 클 것이라 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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