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감독 "10년간 고통, '두 남자'는 내 욕망 발현된 영화"
영화 '두 남자'의 이성태(39) 감독은 2007년 단편영화 '십분간 휴식'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작품이었던 이 영화는, 그 해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과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이 작품을 발판 삼아 이 감독은 곧장 장편영화 데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더 완전한 데뷔작을 내놓고 싶었다. 한 마디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담보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동료·후배 감독들이 데뷔하는 걸 지켜만 봤다. 결국 '완전한' 작품을 내놓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감독은 자기 안의 유치한 욕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그걸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남자'를 하게 됐습니다. '두 남자'는 제 욕망이 솔직하게 발현된 영화입니다." '두 남자'는 10대 가출 소년과 40대 가장의 이야기다. 두 남자의 삶은 위기다. 길에서 사는 소년 진일(최민호)은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다. 그는 자신뿐만 아니라 같이 집을 나온 친구들까지 책임지는 유사 가장이다. 노래방 사장 형석(마동석)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잘나갔지만, 빚을 졌고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아내와 딸을 보살펴야 하는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정을 지켜나가야 한다. 그 위기에서 두 사람은 맞닥뜨렸고, 결국 파국을 향해 달린다. 이 감독은 '두 남자'를 르포르타주 영화도, 사회 고발 영화도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현장 취재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저 고통받고, 절박한 영혼을 어떤 서사와 설정 속에 넣어두고 싶었다. 그게 가출 소년과 망한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 감독은 "만약 관객이 진일이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눈물 흘린다면, 나를 위해서 우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진일과 형석 두 남자는 그런 의미에서 모두 이성태다. "제가 만약에 감독 데뷔 못 하고, 시간 지나서 40대 중반이 되면 형석이처럼 살았을 거예요." '두 남자'를 약점이 없는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소 과장된 설정들이 눈에 띄고, 서사가 무리하게 전개된 측면이 있다. 이 영화의 결론에 쉽게 동의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그건 캐릭터다. 이 작품에는 명확한 캐릭터가 있고, 이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시퀀스가 꽤나 긴장감 있게 다가오는 건 이 캐릭터들 덕분이다. 캐릭터가 이처럼 두드러지는 건 아무래도 두 남자가 이 감독을 비추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양한 설정을 통해 윤리적이지 않을뿐더러 법적으로도 옳지 않은 두 사람이 최소한 도망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주고, 이들을 시종일관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두 남자'의 캐릭터는 인물을 제대로 그리겠다는 이 감독의 의지, 스태프의 도움,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마동석은 역시 대체 불가의 연기를 보여준다. 최민호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가 민호가 아닌 배우 최민호로서 재능이 있음을 증명한다. 또 제3의 인물인 '성훈'을 연기한 김재영의 연기 또한 함께 칭찬받고 있다. "아직 개봉을 안 해서 모르지만, 시사회 끝나고 인터넷 평을 보니까 연기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고요. 저는 그거 하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에게 항상 말했어요. 난 연기 하나만 보고 갈 거라고. 일단 제가 저희 스태프들에게 할 말이 생겼어요. '거봐, 내 말이 맞지?' 이러면서요.(웃음)" 첫 장편영화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 10년, 아직 '두 남자'가 개봉하지도 않았지만, 이 감독의 차기작이 궁금했다. 또 10년이 걸리는 건 아닌지…. 다행스럽게도 그는 "시나리오는 완성됐고, 캐스팅에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 4월에 크랭크인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두 남자'는 아까 말했듯이 제 '유치한 욕망', 하나만 가지고 간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좀 다른 영화가 될 거예요. 관객과 더 소통하고, 많은 부분에서 더 큰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