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이원철의 시계 밖의 시간 ‘TIME’

등록 2016-11-28 15: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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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Praha, Czech’(120×149.3㎝, C-Print, Face mounted with Plexiglas, 2016)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2010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가 완공됐다. 시계의 지름이 43m이고 수십 ㎞ 밖에서도 시곗바늘이 보일 정도의 규모다. 이슬람 성지가 있는 메카에서 가장 큰 시계를 완공하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국의 그리니치 표준시를 메카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지 시계의 물리적 규모가 큰 것뿐인데 표준시를 옮기려고 하는 이유치곤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왜 굳이 메카의 시간을 세계의 시간에 기준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일까?

 사진가 이원철(41)은 “그건 아마도 메카의 시간이 기준이 되면 마치 세계의 중심이 된 거 같은 상징성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의 고건물들에 시계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시계가 있는 건물들은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상징성이 있는 것들이 많다.

 이원철은 “인간이 높은 건물을 짓고 그 위에 시계를 설치하는 데는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기능 외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시간을 품고 싶은, 좀 과장되게 말하면 시간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일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군주나 종교엔 절대적 권력을 상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특히 대도시에서의 시간은 어떠한가? 현대인들은 시곗바늘의 지침에 따라 생활한다. 도시인 대부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을 하고, 일하고, 밥을 먹고, 퇴근하고, 잠을 잔다. 시계 속 시간에 맞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시계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일상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원철은 이처럼 시계에 주목하고 시간성을 풀어낸다. 시계를 장노출로 촬영, 시계 속에서 시곗바늘이 사라진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런 표현방식은 물리적인 시간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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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Yangon, Myamar’(75×91㎝, C-Print, Face mounted with Plexiglas, 2016)
 그가 2011년부터 영국,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미얀마, 베트남, 중국, 쿠바, 호주, 한국의 시계를 촬영한 모습을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갤러리토스트에 걸었다. ‘타임(TIME)’ 시리즈란 제목으로 13점을 전시했다.

  그는 “시계를 통해 시간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하며 시계 속에서 시간의 존재를 끄집어내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시계 속에서 시간을 지시하는 시곗바늘을 사라지게 하고, 주변의 변화 (사람들의 움직임·나뭇가지의 흔들림·구름의 흐름)를 통해 시간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 속에 시계는 눈금만 존재하고 시간을 나타내는 시곗바늘은 사라지게 된다. 그런 이미지는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되고 시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고 동시에 시계에 대한 기록으로도 의미가 있다.

 김최은영 미술평론가는 “이원철의 풍경들은 ‘드러내는’ 사진의 속성을 뛰어넘어 ‘선포하는’ 듯 명제화 된 대상을 보여준다. 익숙한 대상 속 미처 감지할 수 없었던 개념의 흔적이 탐미적 작가의 시점을 통해 새로운 영역의 풍경으로 제시된다”고 평했다.

 “사진 속에 선명히 드러난 시계는 가시적 세계에 대한 정확성과 충실함을 객관적 사실로 드러내지만 사라진 시곗바늘은 카메라의 다른 속도의 눈을 통해 바라본 현실에 대한 차이를 예술적으로 잘 잡아내고 있다.” 전시는 12월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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