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이냐 8월이냐…조기대선 현실화
◇헌재 탄핵 인용하면 60일 내 대선 먼저 4월 자진 하야를 선언할 경우 별도의 정치적 절차는 필요없다. 국회가 총리를 새로 뽑는다면 새 총리가 대선이 실시되는 6월까지 과도정부를 이끄는 것이고, 총리 선출이 되지 않으면 지금의 황교안 총리가 6월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가능성이 크다. 12월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거쳐 헌재의 탄핵 인용까지 이어질 경우엔 박 대통령은 바로 모든 권한이 정지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송달하고 소추의결서를 송달받은 헌재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선고일은 약 6개월 뒤인 내년 6월 초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 탄핵심판 청구가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며 그 때까지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6월 초에 탄핵 심판이 선고되면 8월 초까지는 대선을 치르게 된다. 다만 헌재 선고가 앞당겨지면 대선은 그만큼 더 일찍 실시된다. 탄핵심판 절차와 별도로 최순실 특검의 수사도 병행된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11월30일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동안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의 노고에 고맙다는 뜻과 함께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에서 박영수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는 국회 회동을 통해 특검 후보로 조승식(64·사법연수원 9기) 변호사와 박 변호사를 추천한 바 있다. 대전고검장, 서울고검장 등을 역임한 박 변호사는 조직폭력 수사 등에 능해 ‘강력통’ 검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게 한 주역으로 알려졌지만 강력뿐만 아니라 공안·특수 분야도 두루 거쳤다.
정 대변인은 또 “박 대통령은 이번 특검 수사가 신속 철저하게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이번 일로 고생한 검찰 수사팀의 노고에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특검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조사에도 응해서 사건 경위에 대해서 설명할 예정”이라며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의 모든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이 가려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특검 변호인단’ 구성 특검 수사에서 벌어질 치열한 법리공방에 대비해 4~5명의 변호인단을 꾸리기로 한 청와대는 이날 특검 임명이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변호인단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 특검은 9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 내지 권한대행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특검이 최장 120일 간 수사 후 내년 4월초까지 기소를 마치면 판결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 제2심과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1심은 7월초, 2심은 9월초, 3심은 11월초에 선고되는 셈이다. 다만 특검수사기간과 공판일정에 따라 선고일은 이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탄핵심판 절차를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은 특검 활동기간 동안에는 수사만 받다가 탄핵심판 청구가 인용될 경우 민간인 신분으로 기소되고 공판까지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6월초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 이때부터 1심 재판이 시작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특검일정은 정해졌지만 청와대는 11월29일 박 대통령이 국회에 제안한 퇴진 시나리오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야3당이 거부하자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가 합의해 퇴진 시기와 절차, 방법 등을 담은 ‘퇴진 로드맵’을 설정해주면 그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3당 대표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조건 없는 조속한 하야를 촉구하면서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 간 협상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도 저렇게 나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 물러날 절차를 논의해달라는 것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탄핵으로 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의 거부로 박 대통령의 퇴진 논의를 위한 여야 협상은 사실상 열리기 어렵게 됐으며 사실상 9일 탄핵소추안의 표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12월 초 박 대통령이 관련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 대변인은 “어떤 형식을 통해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사안 전체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대답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어떤 형식을 통해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안 전체에 대해서 질문을 받고 대답할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시점은 결정된 게 없지만 일정이 정해지면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재선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면담을 가질 계획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그런 얘기가 흘러나온 것 같은데 일정 잡힌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야권 ‘탄핵 대오’ 불협화음? 어쨌든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거취 문제를 국회에 일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탄핵소추안 가결 시 즉각 하야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국회가 결정해주는 대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탄핵안 통과를 국회의 뜻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 탄핵안이 통과된다는 것은 여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여야 합의와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최장 6개월이 걸리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면서 정국혼란과 국정공백을 초래하지 말고 즉시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여야의 탄핵 대오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같은 주장은 아직 전면에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탄핵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퇴진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음달 9일 탄핵 표결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야당도 협상 없이 탄핵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가 결정하는 대로 일정과 방법을 따르겠다”고 강조하면서도 탄핵안 가결을 국회의 퇴진 합의로 볼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국회에서 법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인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절차가 있는 것인데 헌재의 심판까지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퇴진의 전제조건으로 ‘법 절차에 따라…’를 내건 것도 탄핵안 가결 즉시 하야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절차를 규정한 법은 없다. 결국 헌재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탄핵으로 가든 개헌으로 임기 단축을 시키든 하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일방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입장을 변론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고 재판도 열릴 수 없어 유무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억울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본인에게 제기된 혐의의 유무죄를 가리는 차원에서라도 특검과 함께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까지는 반드시 밟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