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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바꾼다] ② '투명 통치시대' 열어라… 靑 폐쇄적 구조 뜯어 고쳐야

등록 2017-01-03 08:16:29   최종수정 2017-01-16 1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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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2017년 정유년 첫 날인 1일 오전 청와대가 안개에 싸여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현충원 찹배나 신년 메시지 없이 관저에서 참모들과 떡국 조찬을 가졌다. 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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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비선 통치 유혹 접고 '여론의 광장'으로 향해야 정책, 인사 신뢰받으려면 진짜 '키친 케비넷' 가동을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안가 정치, 관저 정치'로 대변되는 대통령의 밀실통치 방식에 '투명 통치, 공개 통치'를 접목시켜라.

 속이 보이지 않아 신비롭고, 다양한 해석이 필요한 인사 및 정책결정 방식은 대통령 중심의 권력 집중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에서 보듯 '권력 중심부에서 시작된 부패나 독직'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방비다.

 "어떤 때는 대면 보고보다도 그냥 전화 한 통으로 빨리 빨리 해야 될 때가 더 편리할 때가 있어요…(중략) 대면보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지금까지 했던 대면보고를 조금 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마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2015년 1월12일 전국민에게 공개됐던 청와대 신년기자회견)

 이는 '박근혜 정부 = 불통 정치'라는 등식, 이에 대한 여론 등등을 기자들이 지적하자, 박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다.

 10㎝짜리 선을 긋는다면 출발이 다소 어그러져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설사 정교함을 요구받는다 해도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10㎞짜리 터널을 뚫어야 한다면...

 청와대는 대한민국 행정의 정점이자, 통치의 출발점이다. 국방과 외교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 곳의 스타트라인이 비뚤어진채 시작한다면 국가와 국민에게 너무 커다란 '오류 수정비용'을 치르게 만든다. 이 결과를 바라봐야 하는 숱한 사람들에게는 정부 및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만 쌓이게 만든다.

 빠듯하게 운영할 '정책 시간'은 청와대의 헛발질 한 번에 속절없이 허공에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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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사를 겸한 티타임을 하고 있다. 2017.01.01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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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통치의 백미인 '수첩인사'.

 집권초부터 드러난 대통령의 독특한 인사 결정에 대해 세간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때마다 흘러나온 설명이 '수첩에 적힌 인물들'이라는 말이었다.

 자질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 잘못된 행동으로 국제 망신을 자초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등.

 '박 대통령이 수첩을 펼쳤다'는 것은 독특한 인물 또는 이해하기 힘든 인사가 곧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정부를 조각하거나, 개각인사를 할 경우 대략 50% 이상의 인물들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1명도 맞추기 힘들다." 보수계의 대표적인 원로로 꼽히는 노 교수가 박근혜 정부 구성 당시 선임된 각료들의 면면에 대해 살펴보며 던진 말이다.

 그만큼 박근혜 정부가 통상적인 상식과 다른 형태의 접근을 한다는 의미. 인사의 결과가 좋았다면 '역시'라고 평가받았겠지만 알다시피 이 같은 인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통'이미지만 단단히 각인시켰다.

 '서면 보고'는 박근혜 정부의 폐쇄성을 상징한다.

 청와대 한 전직 참모의 고백.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에 본관 집무실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관저로 돌아가 버리는 일이 잦았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들 입장에서는 보고할 사안이 발생해도 관저로까지 찾아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과의 대면보고 기회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대신 유선·서면보고에 의지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집무실 대신 관저를 선택함으로써 '대면 보고' 대신 '서면 보고'가 정책 결정의 주요통로가 됐다는 이야기다. 드러난 것은 '아랫사람의 본능'이지만, 본질은 '윗사람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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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7.01.01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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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청와대는 국가 권력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투명해야, 인사나 정책에 의혹이나 의심이 스며들지 않는다. 각계각층과의 소통도 원활해야 불만과 불평이 사그러든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장 폐쇄적인 조직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국가 예산과 정책, 고위직 인사에서 대통령 연설까지 비선과 밀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국정을 감시하고 경계할 '경고시스템'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으려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철저하게 시스템과 공식 조직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용화 전 국회정책연구위원은 "국가 운영은 당연히 공적 라인과 시스템에 의해 가동돼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실착은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비이성적·비상식적 관계가 그것들을 대신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희한한 해명으로 화제가 된 '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민간인 고문단)' 역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유 연구위원은 "국민 여론의 수렴과 언론을 통한 소통을 강화시켜야 국정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을텐데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식사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키친 캐비넷'이 작동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박 대통령의 경우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서 국정운영에 개입시켜버렸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지만 대통령이 국정을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든는 것은 중요하다"며 "공무원들의 이야기가 현장과 동떨어진 경우도 많은 만큼 앞으로는 비선이 아닌 진짜 여론수렴 창구로서의 키친 캐비닛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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