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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갑질' 퀄컴에 역대 최대 과징금…통상 마찰 우려도

등록 2017-01-03 15:43:18   최종수정 2017-01-04 22: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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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오전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조 300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 WCDMA, LTE 등과 관련해 국제 표준화기구 ITU·ETSI 등에 FRAND 확약을 선언한 표준필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동시에 모뎀칩셋을 제조·판매하는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다.

 공정위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과 칩셋 시장에서 독점력을 강화하고자 경쟁사인 칩셋 제조자에게는 라이선스를 거절하면서 휴대폰사에게 일방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해 온 퀄컴의 부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시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가 스마트폰의 필수 부품인 퀄컴사의 모뎀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12.28.

 [email protected]
"위반행위 정도 매우 중대"…공정위, 과징금 2.7% 적용 "시정명령 중요"…"라이선스 거절·제한은 경쟁 훼손" 퀄컴, "경쟁법 원칙에 어긋나"…트럼프 행정부 자극 우려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퀄컴에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통상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퀄컴을 제재한 것에 대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퀄컴이 2009년부터 7년 동안 표준필수특허를 독점하고 휴대폰 제조업체에 불공정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기간 동안 퀄컴의 관련 매출액이 약 38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2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은 2.3~3%에서 결정된다”며 “이번 건은 위반행위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고 보고 2.7%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체에 특허 라이선스 거절

 퀄컴의 매출액은 크게 모뎀 칩셋 매출과 로열티 매출로 구분된다. 2015년 기준 모뎀 칩셋 매출은 171억5400만 달러(20조7168억원), 특허 로열티는 79억4700만 달러(9조5975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퀄컴은 경쟁 칩셋 업체에게는 표준필수특허 라이선스를 거절하거나 제한했다. 경쟁업체는 라이선스 없이도 칩셋을 제조할 수 있지만 퀄컴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특허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였다.

 휴대폰 제조업체들과의 로열티 협상에서는 모뎀칩셋 공급 중단을 지렛대로 삼으며 우위를 점했다. 퀄컴은 자기 특허를 라이선스 주면서 상대방 휴대폰 제조업체가 보유한 특허에는 정당한 대가도 지급하지 않은 채 교차 라이선스를 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하나의 부당한 사업모델을 완성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휴대폰 제조업체에 과도하게 로열티를 산정했다는 이유로 벌금 1조원을 부과한 중국 경제당국과 차이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과징금액보다 시정명령이 더 중요하다”며 “중국은 휴대폰사에 과도한 로열티와 특허 끼워팔기 등 불공정 거래에 주목했지만 저희는 모뎀칩셋 제조사와의 라이선스를 거절하거나 제한한 것이 경쟁 훼손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정위의 이번 시정조치로 삼성전자·LG전자·팬택은 물론, 애플·샤오미·화웨이 등 한국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퀄컴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가 퀄컴 조사에 착수한 것은 2014년 8월이었다. 공정위는 언론과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 특허권과 모뎀칩셋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제한한다는 혐의를 파악했다.

 공정위는 체계적인 조사 대응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전담팀을 구성, 한국 퀄컴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하드디스크 8개 분량의 디지털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LG, 인텔, 애플, 화웨이 등 국내외 주요 이해관계사에 대한 서면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논리를 보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5년 11월 조사를 마무리 한 뒤, 퀄컴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수만 장의 관련 자료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의견서, 법리검토서 등을 검토했다”며 “심사보고서 본문만 약 400장이고, 첨부자료까지 포함할 경우 3200장이 넘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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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글로벌 통신칩셋 및 특허 라이선스 사업자인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2개 계열회사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조 300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퀄컴은 이동통신 표준기술인 CDMA, WCDMA, LTE 등과 관련해 국제 표준화기구 ITU·ETSI 등에 FRAND 확약을 선언한 표준필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동시에 모뎀칩셋을 제조·판매하는 수직통합 독과점 사업자다.

 공정위는 특허 라이선스 시장과 칩셋 시장에서 독점력을 강화하고자 경쟁사인 칩셋 제조자에게는 라이선스를 거절하면서 휴대폰사에게 일방적인 라이선스 조건을 강제해 온 퀄컴의 부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시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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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3차례에 걸쳐 의견 제출 기한을 연장한 뒤, 지난해 5월에서야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부분 1~2차례 전원회의로 마무리되는 다른 사건과 달리 이번 건은 지난해 7월에 처음 열린 이후 다섯 차례나 전원회의가 열렸다.

 전원회의에는 쟁점 분야인 법학, 경제학, 특허법, 특허기술 등으로 구분해 심리가 진행됐다.

 삼성, LG 등 국내업체 외에도 애플, 인텔, 엔비디아, 미디어텍, 화웨이 등 이해관계자들도 심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퀄컴의 사업모델로 인한 경쟁 제한효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퀄컴은 4차 전원회의가 끝난 직후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동의의결은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등 시정 방안을 제시해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전원회의는 퀄컴이 낸 시정 방안이 경쟁제한 효과를 개선하는 데 불충분하다고 판단, 최종 기각을 결정했다.

 심의를 재개한 전원회의는 퀄컴이 경쟁 칩셋 제조사에 특허 사용권을 부여하지 않고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로부터는 칩셋 공급을 볼모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강제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 자극 우려도

 한편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강화된 보호무역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퀄컴이 조사과정에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반발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퀄컴은 공정위가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공정위의 처분은 사실관계 및 법적 근거의 측면에서 모두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며 “이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보장된 적법절차에 관한 미국 기업들의 권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퀄컴을 제재한 것은 통상 마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퀄컴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반독점 규제는 모든 주요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규범”이라며 “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가 통상 마찰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퀄컴에 절차상의 보호조치들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조사·심의과정에서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했다”며 “교차신문 기회도 제공하는 등 절차적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퀄컴이 불복하는 경우 법원의 사법적 판단 절차가 열려 있다”며 “이번 결정을 두고 통상 마찰의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경쟁법을 적용했고, 이미 퀄컴의 특허남용은 미국과 대만 경쟁 당국에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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