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서워진 담배, 끊는 방법을 알려줘야
2002년 고(故) 이주일씨가 금연 광고에 출연해 “담배 그거 독약입니다. 담배 끊어야 합니다”라고 온 국민을 상대로 호소할 때도, 주변에서 담배의 백해무익을 얘기할 때도 금연을 결심하지만 쉽지 않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 정부에서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12월23일부터 담배공장에서 나간 모든 담배제품의 담뱃갑에는 흡연 폐해를 나타내는 경고그림이 표기하도록 했다. 이는 2002년부터 정부가 답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시도한 지 13년 만이며, 1986년 담뱃갑에 경고문구가 표기된 지 30년 만이다.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과 함께 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증언형 TV 금연광고도 시작한다. 고 이주일씨 이후 14년 만에 만든 증언형 금연광고로,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흡연자들이 흡연의 폐해를 피부로 느껴 금연결심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또한 올 12월3일부터는 흡연자들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던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며, 자신의 집 안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양성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경고그림 10종에 등장하는 질병을 가진 분들의 흡연과 금연 경험을 발굴해 홍보, 교육 등에 활용함으로써 생활 속의 금연문화가 조성,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며 ”복지부는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결국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전제 하에 모든 정책, 특히 금연관련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흡연 규제’에만 집중된 정책 이처럼 정부에서는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확대, 담배 경고그림 도입 등 다양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금연정책에 따라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이 크게 줄었다’며 반기는 모습이지만, 흡연자들은 흡연 규제에만 집중된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흡연부스가 설치된 곳은 38곳에 불과하다. 옆과 뒤 벽면이 뚫려 있는 ‘개방형 흡연부스’가 24곳으로 가장 많고, 모두 막혀 있는 ‘폐쇄형 흡연부스’가 11곳, 일부 방향만 개방돼 있는 ‘부분폐쇄형 흡연부스’가 3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곳들마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흡연자들까지도 이용을 꺼리기 일쑤다. 특히 흡연시설이 덕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시간대에는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흡연자들도 잠시도 있을 수 없을 정도다.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흡연자들도 흡연시설만 제대로 갖춰 있으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비흡연자들을 위한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지만 흡연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부스 관리도 안 되는 등 마치 흡연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무시하는 분위기는 아쉽다”며 “흡연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더 현실적인 방안으로 바꿔야 올해 금연정책의 포인트는 ‘흡연 경고그림’이다. 하지만 도입 이후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 담배업계에 따르면 국내보다 먼저 흡연경고그림을 도입한 다른 국가들 중 ‘흡연경고그림’ 부착 후 뚜렷한 효과를 본 나라들이 거의 없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흡연경고그림 도입 이후 오히려 흡연율이 상승하는 반대효과가 일어나 해당 경고성 그림 도입이 효과가 아예 없었다. 브라질의 경우도 흡연율 감소는 미미했다.
실제로 2014년 43억6000만 갑이던 연간 담배 판매량은 담뱃값 인상 이후 33억3000만 갑으로 떨어졌지만, 올해 다시 37억여 갑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실패한 금연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담배 판매량이 줄지 않으면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분까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담배 규제는 단순 담뱃값 인상과 흡연 경고그림이 아닌 검증된 금연 보조요법인 니코틴 보조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등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바뀌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정부에서는 약국에서 금연 보조제를 무상지급하고 있으며, 금연프로그램 등록도 가능하다. 영국에서도 의사처방 없이 금연 보조제 지급이 가능한 바우처 제도를 운영 중이며, 일본에서도 니코틴 함량이 낮은 껌은 등록된 판매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담배에 대한 규제보다는 실질적으로 금연 치료 서비스 및 니코틴 보조제 등의 보조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며 “담뱃값을 올리거나 경고그림 등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방식보다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세계적 규제와 연구의 경향은 담배 규제 정책에서 니코틴을 분리해야 한다”며 “담배자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담배를 태웠을 때 방출되는 발암물질에 대한규제를 해야 한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