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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혁신 주도 김용환 회장은…능률· 실질 중시 '개혁가'

등록 2017-01-08 12:15:50   최종수정 2017-01-13 15: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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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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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회장 "이제 시작…튼튼한 시스템 다져나갈 것"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첫 인상은 봄바람처럼 부드럽다. 늘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한다. 대인관계가 모나지 않고, 대언론 관계가 무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처리는 신속하고, 늦가을 찬서리만큼 매섭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선언하고 대수술에 착수했을 때의 비장함이 그랬다.  

 무엇보다 관료 출신 답지 않게 형식과 비효율을 매우 싫어한다.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 합리적 개혁가이자, 영락 없는 금융 DNA를 타고 났다는 점은 그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특히 두꺼운 문서철 중심으로 돌아가던 농협금융의 보고체계에 휴대폰 직속 보고를 도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휴대폰을 통해 회장에게 바로 보고하는 문화가 생긴 뒤 농협금융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한층 옅어지고 업무 처리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금융 본사에서 뉴시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나라 매뉴얼을 보면, 내용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퍼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피해를 본 농가현장을 방문한 후일담이었다. 그는 "매뉴얼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딱딱 써먹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김 회장은 방대한 매뉴얼과 복잡한 보고체계에 친숙할 법한 이력의 인물이다.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총무처 수습행정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두루 거쳤다. 긴 공직 생활을 거친 인사들이 흔히 보이는 관료적 경직성은 멀리하되, 정통 관료 출신 특유의 정무 감각과 빠른 상황 판단 능력은 갖췄다는 평가다.

 2011년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으로 최고경영자(CEO)직에 발을 내디뎠다.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용주의적 개혁가의 면모를 보였다.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에서 일할 당시 숙원 사업으로 꼽혔던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해결했다. 수은 행장으로 재임할 때는 수은법 개정을 추진해 해외 직접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등 수은의 업무 범위를 대폭 넓혔다. 이는 수은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후 2015년 4월 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뒤 1년간 몰고 온 변화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지난해 상반기 단행한 빅배스(Big bath)다. 적어도 지난 한 해 동안 빅배스란 단어의 저작권은 김 회장에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충당금 적립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번에 내가 빅배스를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누적된 회계손실을 한번에 처리하는 빅배스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주력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1조3589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특히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충당금 부담의 여파로 농협금융은 결국 2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부실 대출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의 규모를 대폭 늘렸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김 회장은 하반기 흑자로 전환한 뒤 연말엔 3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농협금융은 3분기에만 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누적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처음 농협금융에 왔을 때 제도는 갖춰졌는데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체제가 안 돼 있다고 느꼈다"며 "STX에 물려서 허우적거린 것도 산업분석에 대한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회장은 지주 내 산업분석팀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 7명을 충원했다. 분석 대상업종도 24개에서 143개로 대폭 확대해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 능력을 끌어올렸다. 또 조기경보시스템과 편중여신 한도관리시스템 등을 구축,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한 '범농협'의 수익창출 능력도 보여줬다. 농협금융의 내부역량만으로 2조원대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서울 여의도 파크원(Parc1) 개발사업을 성사시킨 것이 그 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8개월에 대한 소회를 묻자 김 회장은 "이제 시작인데"라며 웃었다.

 농업·축산 경제를 지원하는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업계 2위인 자산 규모를 기반으로 범농협 수익센터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단 것이 김 회장의 목표다.

 그는 "수익이 되는 부분은 매같이 잡아서 그 부분만 딱 하는, 내실 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며 "2017년은 재도약의 해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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