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의 민낯①]"잊을만 하면 또"…반복되는 재벌가 금수저 '갑질'
'금수저'들의 갑질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해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힘없는 약자를 상대로 한 금수저들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꼭 터집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眼下無人)입니다. 부모의 재력으로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을 '금수저',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을 '흙수저'라고 비유하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신분 제도는 겉으로 사라진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는지 모릅니다. 부모 재산에 따라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한다는 철저한 서열 의식과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깃든 우리 사회에서는 적어도 그렇게 보입니다. 금수저들의 갑질이 난무하는 시대는 참담합니다. 아니 참담하다 못해 속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더 참담한 것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아도 된다는 금수저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갑'의 힘에 짓눌린 '을'은 더럽고 치사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치욕을 감내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익숙한 관행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습니다. 이 말도 따지고 보면 흙수저들이 겪어야 하는, 더럽고 치사한 일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상식 밖의 말이라 동의하고 싶지 않으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 부조리한 금수저들의 만행이 드러나면 맞서는 것입니다. 거창한 정의감이나 의무감이 필요치 않습니다. 아프다거나 속상하다고 외면하지 않으면 됩니다. 세상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심리적인 타협 대신 제 목소리를 목청껏 내질러야 합니다. 이참에 금수저들이 새겨들을 말을 몇 자 적어봅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당신의 갑질로 고통받은 흙수저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부모이자 자식이다." ◇"잊을만 하면 또"…반복되는 재벌가 금수저 '갑질' 최근 재벌가 자제 등 이른바 '금수저'의 횡포가 잇따르면서 연초부터 우리 사회가 들끓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벌들의 정경유착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악화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SK가 2세 최철원 전 M&M 사장의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까지 그간 불거진 금수저들의 못된 짓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이들의 갑질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음주 난동은 예삿일이다. 금수저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마다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지만,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금수저들의 갑질은 국민을 분노를 넘어 허탈하게 하고 있다. ◇또 '음주 난동' 한화건설 김동선 결국 구속…제 버릇 남 주지 못한 '한화가(家)' 연초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28)씨가 철창 신세가 됐다. 동선씨는 지난 5일 오전 3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 술집에서 종업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한 것도 모자라 연행되는 과정에선 순찰차 좌석 시트를 찢는 등 공용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동선씨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아무 이유 없이 종업원을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종업원 1명의 뺨을 때리고, 이를 말리던 또 다른 종업원 1명의 머리를 주먹으로 친 것으로 확인됐다. 동선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사실이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통상적으로 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면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는 사건 직후 피해자들과 합의했으나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폭행 사건을 일으킨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0년 서울 용산구 특급호텔 바에서 만취해 유리창을 부수고 이를 말리던 호텔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전력이 있다. 호텔 보안 직원 2명도 폭행했다.
이번에 경찰은 동선씨에 대해 초범이 아니라는 점과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히 특수 폭행 혐의를 적용, 피해자와의 합의로 처벌을 빠져나갈 길을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는 데다 공용물건 파손에 파출소·경찰서까지 들어와 욕설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당초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져 '불기소 의견(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하려 했으나 재벌 2세의 갑질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이송되면서 결국 고개를 숙였지만, 때늦은 후회에 불과했다. 승마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동선씨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와 함께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같은 해 한화건설에 입사해 2015년 과장, 지난해 차장으로 초고속 승진해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아온 그는 구속 직후 변호사를 통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화가의 갑질 추태는 셋째 아들만 저지른 것이 아니다. 현재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상무)인 김 회장의 둘째 아들 동원(32)씨는 지난 2011년 교통사고를 낸 뒤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뺑소니)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700만원 약식 명령을 받았다. 동원씨는 또 지난 2010년 1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주한미군 사병이 군사우편으로 밀반입한 대마초 중 일부를 건네받아 4차례나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약물치료 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누가 뭐래도 한화가에서 가장 유명한 폭행 사건은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 직접 나선 '보복 폭행' 사건이다. 지난 2007년 3월 동원씨가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과 시비를 벌이다 종업원에게 맞은 사실에 분노한 부친 김 회장이 직접 '보복 폭행'을 벌였다. 김 회장은 자신의 경호원과 경비용역업체 직원 등 10여 명을 이끌고 아들과 시비가 붙은 술집 종업원 4명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쇠파이프 등으로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김 회장은 1심에서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으로 감형됐다. 사회봉사를 모두 마친 뒤 2014년 12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법원은 "자신의 아들이 폭행을 당한 데 대해 아버지로서 부정이 앞선 나머지 이번 사건을 저지르게 됐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금수저들의 연이은 기내 난동 …국제 망신 '자초' 금수저들의 만행은 '안전'이 최우선인 비행기 안에서도 거듭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술에 취한 중견기업 대표 아들이 기내에서 난동을 피워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두정물산 대표 아들 임범준(34)씨는 지난해 12월20일 오후 2시20분께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KE480) 안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승객과 승무원을 때리고, 자신을 제압하려는 승무원에게 침을 뱉는 등 2시간가량 소란을 피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이 사건은 마침 그와 같은 여객기에 탔던 미국 유명가수 리처드 막스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 전 세계에 알려졌다. 막스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항공 KE480 항공편에서 우리 옆 싸이코 승객이 4시간 동안 다른 승객들과 승무원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대처 미흡을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임씨에게 항공보안법 위반(항공기 운항 저해 폭행·기장 등 업무 방해), 상해, 폭행, 재물손괴 등 모두 5가지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또 그가 지난해 9월8일 기내에서 일으킨 또 다른 난동사건을 병합해 기소했다. 당시 임씨는 인천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술에 취해 발 받침대 등을 부수고 승무원들을 때렸다 베트남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베트남 법원은 벌금 200달러(약 24만원)를 선고했고, 이와는 별도로 국내에서도 피소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기내 난동 사건 이후 임씨가 국내 미용용품 제조업체 대표의 아들로 밝혀지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일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를 샀던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기내 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12월 대한항공 승무원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며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를 램프로 유턴을 시킨 뒤 사무장과 승무원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015년 2월12일 1심 법원은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를 유죄로 판단,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해 5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재벌가 자제들의 갑질은 이뿐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45) SK M&M 전 대표의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도 재벌가 자제들의 전형적인 갑질로 회자한다. 최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탱크로리 기사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폭행한 뒤 '맷값'으로 2000만원을 건넸다 구속됐다. 법원은 최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34) 이사 역시 술집 난동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장 이사는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용산구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가 붙자 술병이 여럿 놓인 진열장에 유리잔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그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술집 측이 처벌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재물손괴죄의 경우 반의사불벌죄가 성립되지 않아 검찰에 송치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장 이사는 사건 직후 사과문을 통해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각고의 구조조정을 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와 임직원 여러분께 큰 상실을 드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마음 아팠을 임직원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행태도 반복됐다. 최근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폭행하는 등 '갑질' 논란이 일었던 이해욱(49)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일선(47) 현대BNG스틸 사장이 약식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박재휘)는 지난해 12월29일 이 부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및 강요미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정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아 고발인과 운전기사, 이 부회장과 정 사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4~2015년 운전기사의 어깨를 치거나 운전석 시트를 치는 등 수차례 폭행한 혐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진술 번복을 요구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 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갑질 행위 자체는 죄질이 불량하나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했고, 사이드미러를 접은 채로 운전하도록 지시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온 사실이 전직 운전기사들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부회장은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은 2014년 10월 운전기사 1명을 손가방으로 1회 때린 혐의 등을 받는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정 사장은 3년간 고용했던 운전기사 61명에게 법정 근로시간(56시간)을 초과하는 주 80시간 이상 노동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140여 장 분량의 수행기사 매뉴얼에는 모닝콜과 초인종 누르는 시기·방법 등 상세한 지시사항을 적어 따르도록 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폭언·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 모두 약식기소됐으나 결말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하태한 판사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결국 그는 법의 단죄를 기다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종복 판사는 정 사장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정 사장 측은 약식명령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1주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이 사건은 사실상 종결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