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구설수…반기문, 대선 완주할까

등록 2017-01-31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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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지난 12일 귀국한 뒤 곧바로 대선행보를 밟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초반 움직임이 둔하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자마자 정치교체를 주장하며 전국을 도는 광폭행보를 밟고 있지만 기대만큼 호평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도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본인의 자잘한 실수도 문제지만, 상대 진영의 공격에 대해 반 전 총장이나 캠프의 대처가 너무 미숙하다는 게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벌써부터 대선 완주가 어려울 것이란 공세적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반 전 총장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구설에 오를만한 발언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18일 광주에서는 조선대 강연에서 "여러분이 해외 진출을 해서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어려운 곳에 가서 해야 한다"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하며 어려운 데 갔는데 한국 청년을 만날때가 있었다. 여기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보니 자원봉사로 왔고, 생활은 원주민과 같이한다고 하더라. 참 존경스러웠다"며 "제가 요즘 한옥체험을 한다. 좋은 호텔에서 살다가 요즘 화장실 하나밖에 없는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같이 자는데 세계 인류와 같이 한 번 고통을 나눠보겠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한 조선대 학생이 '현실적인 청년 주거 정책'을 묻는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런 점에서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의 한 식당에서 한국청년회의소 대구지구 임원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자리를 뜨며 이도운 대변인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였다는 논란과 관련, 질문을 던진 기자들을 향해 "나쁜 X들"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 사람들(기자들)이 와서 그것만 물어보니깐,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그런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앞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며 "계속 따라다니면서 위안부 문제 얘기하지 마라. 그건 페어 싸움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제게 상당히 오해를 많이 하고 계신데 이런 오해는 불필요한 오해"라며 "위안부에 관해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 "제가 참 환영한다. 오랫동안 걸렸던 위안부 문제가 드디어 일본 총리가 사과하고 정부 예산으로 한다"며 "어느 만큼의 깊이는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19일에도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대전 카이스트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특강을 마친 후 한 기자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말씀을 해달라"고 하자 질문을 못 들은듯 걸어가다가 자리에 멈춰섰다.

 반 전 총장은 이후 해당 질문을 한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제(18일) 내가 길게 답변을 했으니까 그걸로(되지 않았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낸 뒤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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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뿐만이 아니다. 17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반 전 총장은 세월호 현안을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여러차례 노출했다. 반 전 총장은 '이제 다당제니 세월호 특별법 통과가 쉬워질 것 같다'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의 설명에 "어려울 것 같다고요?"라고 되물으며 "세월호 이거는 이견이 없잖아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두 공감하는 그런거니까"라고 말했다.

 또 이도운 반 전 총장 대변인은 한 여성 지지자가 아이와 함께 반 전 총장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가 "여기선 찍는게 낫다. 여기서 이거 거절하면 이상해"라는 박 의원의 귓속말을 듣고 "아이구~오래 기다렸다"며 급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장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반 전 총장의 언행이 연일 구설에 오르는 데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분의 태도와 언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반 전 총장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을 두고 '나쁜 ×들이에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을 대신한 것"이라며 "국민의 물음에 신경질을 내고 막말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신"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일본과의 굴욕적인 합의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들과는 달리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며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찬양했다"며 "국민들을 당혹하게 했던 분은 바로 반 전 총장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 책임을 기자와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매우 잘못된 태도"라며 "국정농단의 전말이 밝혀지는데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막말과 욕설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라"고 촉구했다.

 한 때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당도 반 전 총장의 비판에 가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반 전 총장에 대해 "현재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고 하면 (대선 완주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 반 전 총장의 대선 완주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반 전 총장이) '돈이 필요하니까 정당으로 가야겠다'(라고 했다)"라며 "같은 말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는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하는가. 참을 때는 참아야 한다"며 "대가를 치를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대통령 후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자신에 대한 비판성 질문과 보도를 한 기자들을 '나쁜 ×들'이라고 칭하며 비난한 데 대해서도 "위트로 넘길 수 있는 것인데 사사건건 기자들한테 ×를 붙인다든지 이런 것은 진짜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반 전 총장은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준비 안 된 분이 서두르기까지 하니까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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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지금까지의 언행을 보더라도 우리는 (반 전 총장이)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로서 우리하고 함께 하기엔, 특히 이념과 정체성 문제에서 완전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히 문을 닫는다, 철벽을 쌓는다 이런 얘기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그 분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융통성은 가지고 있다"고 여전히 반 전 총장과 함께할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다보니 반 전 총장과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보수진영에서도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반 전 총장을 겨냥해 "잔매에 골병든다고, 반 전 총장의 장점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무게감인데, 자꾸 실수하다보면 웃음거리가 되고 무게감이 떨어지면 아주 결정적인 것"이라고 혹평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지금 제대로 된 캠프로 보이지 않고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제각기 돕는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어쨌든 실수가 잦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도움이 되나. 내가 반기문이라면 안 만나겠다"며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만약 MB표가 있으면 당연히 반 전 총장한테 가는 거고, MB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그 사람들을 또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만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MB맨들이 (반 전 총장 캠프에) 많이 가 있는 것은 5년 동안 소외돼 있다가 이제 메뚜기도 한철이니까, 대선 한철이 왔으니까 자가발전으로 줄을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명망가들을 쭉 세워놓고 무슨 캠프라 그러는데 사실 다 엉터리다. 그 사람들이 선거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실무역량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그걸 모른다. 지금 캠프가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선거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패착은 돈이 없어서 정당으로 가야한다고 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완전히 왜소화 시켰다. 갈 곳이라곤 바른정당밖에 없게 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이 정말 돈이 없어 정당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의당에 들어가는 게 고위험, 고수익을 얻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를 꺾어서 안철수의 표까지 같이 들고 그야말로 정치교체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국민의당 못 가게 생겼다. 국민의당에서 누가 받아준다 그러나, 지금 벌써 문을 닫겠다고 그래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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