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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시인은 주눅들지 않는다…'검은 시의 목록'

등록 2017-02-06 09:54:43   최종수정 2017-02-13 10: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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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검은 시의 목록'. 2017.02.07.(사진=걷는사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이 잇따라 이에 저항하는 시선집을 펴내고 있다.

 출판사 걷는사람은 원로 신경림·강은교 시인부터 박준·박소란 등 젊은 시인에 이르기까지 99명 시인의 작품을 모은 시선집 '검은 시의 목록'을 6일 출간했다.

 박근혜 정부는 부당한 이유로 수많은 예술가들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예술인 명단으로, 돈을 통해 옥죄겠다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의도였다.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자신들과 다른 길을 걷는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했다는 이유로 시인들을 비롯해 영화·미술계 등 각각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시인들은 그동안 꾸준히 사회적 목소리를 내왔다. 동시에 시(詩)적 언어를 갈고 닦아온 이들이기도 하다.

 앞서 고은·신경림·강은교·박노해 등 역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시인 61명이 참여한 '천만 촛불 바다'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상실된 시민들의 마음을 의로한 주말 촛불집회를 기념하고 노래한 시집이었다.

 이번 시집은 블랙리스트 시인들이 주눅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시인인 유병록 젊은작가포럼 위원장은 "잘못된 일을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언제나 블랙리스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힌 이들이 사실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아름다운 시를 써왔는지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천만 촛불 바다'에 이어 이번 시집에도 참여한 신경림은 "'블랙리스트'라고 하면 모두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검은 시의 목록'을 통해 우리 시인들이 대중 앞에 그 본 모습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번 책을 엮은 시인 안도현은 "누군가는 시인들을 검은색 한 가지로 칠하려 했지만, 시인은 그리고 인간은 한 가지 색으로 결코 칠해질 수 없는 존재"라며 "우리 시인들이 앞으로 고유한 자기색으로 더욱 깊어지고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20쪽, 1만원, 걷는사람.

 한편 이번 '검은 시의 목록' 출간과 함께 11일 오후 2시 광화문 블랙텐트에서 시낭송회를 연다. 시인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함민복 시인, 정우영 시인, 안상학 시인, 천수호 시인, 유병록 시인, 권민경 시인, 최지인  시인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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