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뜨는 바른 정당…김무성, 대선 출마로 다시 유턴?
이에 중심 격 대선주자를 잃은 보수진영에서는 김 의원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아무래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있고, 유승민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은 지지율이 너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때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김 의원이 다시 보수진영의 정점에 서서 출마하는 게 가장 낫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본인 스스로 이를 뒤집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현재로선 마음에 변화 없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재등판설에 대해 "유승민, 남경필 후보도 훌륭한 후보지만 국민적 지지가 높았던 반기문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참여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불출마를 해서 사실상 참 큰 고민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치인이 국민 앞에 정치적 큰 결단을 내려서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이것을 번복해 다시 출마하겠다는 얘기는 저로선 참 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런 결심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런데 너무나 많은 곳에서 불출마 번복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 이것을 피하고 싶은 생각에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전화를 끄고 쉬었다"며 "현재로선 제 마음이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현재로선'이란 말을 붙였는데 사정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로 (하자)"며 자신의 재등판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김 의원이 불출마 생각을 고수하려 했다면 굳이 '현재로선...'이란 말을 붇일 이유가 있겠느냐 하는 분석에서다. 김 의원의 한 측근에 따르면 김 의원은 자신의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골이 아프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선 불출마와 백의종군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참석자 10여명 중 5명 정도가 김 의원의 출마를 요구했고, 1명만이 불출마 고수를 주장했다고 들었다"며 "당내 분위기는 '7대 3' 정도로 출마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물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 당과 당내 주자들 모두 지지율이 너무 안 나오고 있다"며 "김 의원이 대승적 결단을 해서 경선 흥행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병국 대표는 2일 라디오방송을 통해 "김무성 의원이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법으로 안 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 국민적 여론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김 의원의 재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6일 "국민 여론이나 바른정당 지지자들의 '본인의 뜻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이나 나라를 위해서 반드시 당신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 그때는 또 상황 변화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본인이 스스로 번복하기 보다 보수진영에서 자신에 대한 재등판을 강력히 요구하는 분위기가 성숙되거나, 황 대행의 불출마 등 보수진영에서 본선에 내세울 후보 자체가 부족한 수준의 상황이 되면 추대 형식을 빌어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김 의원은 황 대행의 출마설과 관련, "황 대행은 모범적인 공무원이고 국가관이 투철한 좋은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현재 자기가 역사적으로 맡은 큰 소명이 있는데 이것을 내팽개치고 대선전에 뛰어든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황 대행의 출마 반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제가 높이 평가하는 황 대행은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적 리더십이 공백 상태에 있고, 황 대행은 법적으로 대통령인데 그런 사람이 대선전에 뛰어든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기본자세가 아니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황 대행이 보수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데 대해서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황 대행 쪽으로 모였는데, 곧 정리될 것"이라며 "황 대행은 대정부질문에 나와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이 문제로 혼란이 있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을 향해 "적극적으로 재판에 협조하고 특검 조사에 피하지 말고 응해서 이 문제를 빨리 마무리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면서 "국정 리더십 공백 사태가 빨리 종결돼야 하는데 박 대통령도 본인의 잘못으로 이런 국가적 위기가 발생해서 진행 중에 있으므로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한 특검 조사에 빨리 응해야 하는데 이게 좀 늦어지는 감이 있다"며 "또 특검이나 헌법재판소에서 필요로 하는 증인들의 출석을 대통령이 독려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재판 절차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관계 증인들도 소환장 수취 거부를 하고, 피하고,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이게 더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과거 우리가 새누리당에 제시한 선이 있다"며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정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 탈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선거에 임하려면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으면 출당 조치를 해야 한다"며 "윤리위가 바뀌기 전에 이미 윤리위가 결정한 바가 있다. 그것이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 사당화된, 박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에서 그런 행위에 앞장서고 있는 몇몇 과격한 사람들과는 당을 같이 하지 못하겠다"며 "8명 의원을 정한 적 있는데, 그 사람들이 용퇴를 해주든지 당에서 조치를 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친박 8적'(서청원·최경환·이정현·조원진·이장우·홍문종·윤상현·김진태)에 대한 조치 없이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새누리당 및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보수의 적통이 자신을 위시한 바른정당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으로 해석됐다. ◇국민의당에는 연대 '손짓'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당에게는 손을 내밀었다. 김 의원은 "이 정권을 국민이 우려하는 정치세력에 넘겨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있으면 연대를 해서 공동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며 "대선을 포기하고 야당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에서 연대의 승리는 이미 쭉 증명되고 있다. 이번 선거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후보단일화를 위한 연대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극한 대립의 정치는 이제 중단하고 연정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연대 세력이 다시 힘을 합해서 단일후보를 만들어서 정권을 잡고 그 다음 국정은 연정을 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비민주적 패권주의 정치세력을 제압해서 가치 중심의 민주정당들이 같이 연대해서 집권할 수 있느냐에 대해 역할을 할 생각"이라며 '반문' 연대를 통해 '문재인 대세론'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새누리당의 기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알앤써치가 8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1.0%로 1위, 새누리당은 11.6%로 2위를 유지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10.6%로 3위였고 바른정당은 6.8%로 4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이 여야 4당 중 가장 많은 대선 후보를 배출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벌써 거론되는 주자만 해도 6~7명에 달하는데다 시간이 지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한 때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 대선 후보를 내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어느 새 후보군이 가장 많은 정당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면서 바른정당으로 나선다 해도 후보간 연대나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보수의 분열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보수후보 옹립을 위해 중도에 물러나야 하는지 복잡한 물음이 교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