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유전자 가위③]안전성 문제, 생명윤리 논란 등은 상용화 난제
하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에 대해 안전성 문제와 생명윤리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이 신청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가위 임상시험을 승인하면서 유전자 가위기술에 대한 생명윤리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활용시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히 제거할 수 있는지 측정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표적 유전자의 염기서열과 유사한 비표적 염기서열에도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환자의 생명 등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지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편집 메커니즘을 밝혀낸 다우드나 교수 조차도 인간 배아 유전자 치료는 필요하지만 여전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1999년 유전장애를 앓고 있던 미국의 18세 소년이 펜실베니아 대학의 유전자 치료에 참여 했다가 유전자 편집 중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사망한 바 있다. 또 유전자 치료를 받던 아이들이 잇따라 백혈병에 걸리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03년 유전자 치료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은정 연구원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인류의 질병을 쉽고 빠르게 치료해 주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절단할 수 있는 위험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자칫 절단된 유전자가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유전자일 경우 오히려 없던 질병을 발생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인간 배아 연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도 낳고 있다.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넣거나 뺄 수 있어 '맞춤형 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인간 배아를 생명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는 등 찬반 논란이 뜨겁다. 또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허용할 것인지, 허용한다면 어느 정도 범위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유전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 부모의 경우 유전 질환을 갖고 평생 살아가는 것보다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을 원한다는 논리다. 비용 측면에서도 평생 동안 아이의 유전 질환을 치료하는 비용과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유전자 편집 비용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배아를 생명으로 간주하고, 인간 배아에 유전자 편집을 적용하는 것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윤리적 목적으로 배아를 다루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은 우성 형질의 맞춤형 아기 출산, 빈부 격차에 따른 치료 수혜 불평등 발생 등 사회, 경제적으로 이슈화 될 수 있다. 부유층이나 중산층은 배아 초기 단계부터 유전자를 검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편집을 할 수 있고 부모의 요구 처럼 우성 형질의 맞춤형 아기를 낳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지능뿐 아니라 건강, 피부 색, 외모 등 모든 인간 형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편집할 수도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간배아에 대한 연구를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일부만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유전자 치료는 암, 유전 질환, 에이즈와 같은 난치병이면서 동시에 유전자 치료 외에 마땅히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위한 연구에만 적용 가능하고, 인간 배아와 태아를 대상으로 치료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은 지난해 초 유전자 가위기술을 이용해 인간배아의 유전체를 연구용으로 교정하는 것을 허가했다. 수정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임신까지 이르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한 차원이다. 반면 유전자 교정을 거친 배아는 14일 내 폐기하고 자궁 착상을 금지하는 엄격한 조건을 달아 유전자 교정 배아가 태아로 자라 아기로 태어나는 것을 막았다. 중국도 인공 수정란에 빈혈 유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는 등 유전자 가위기술을 이용한 인간 배아 연구가 활발하다. 김 연구원은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효과도 평생 나타나고 유전까지 될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마찬가지로 평생 나타나고 유전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며 "충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안전성 검증을 위한 새로운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