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탐구생활①]新인류, 욜로…"지금 이 순간 행복이 중요"
'도전적 삶' vs '현실도피' 미래 불안하면, 현재 행복 추구 경향 강해져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신(新) 인류가 등장했습니다. '욜로(YOLO·You Olny Live Once)족'입니다. 최근 가장 '핫한' 인류입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당신의 삶은 오직 한 번뿐. 필자처럼 영원한 '아웃사이더'에겐 더없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평범한 '정상 궤도'를 사는 사람들은 낯설기만 존재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욜로족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삽니다. 이들에게 불투명한 내일이나 미래 따위는 중요치 않습니다. 개의치도 않습니다. 지금의 행복과 자기만족을 추구합니다. 우리 사회는 정상적인 삶의 궤도를 이탈하는 사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평가합니다. 혀를 끌끌 차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생존이 어렵겠다며 공포심을 강요합니다. 지나칠 정도의 관심입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의 고난을 감내하며 꿋꿋이 살았던 기성세대에겐 도무지 이해가 안 갈 듯합니다. 가난하지만, 내일의 희망을 품고 과중한 노동을 하며 가족과 사회를 지탱했던, 성장시대를 이끌던 기성세대의 시각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청춘들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약 12년이 걸립니다. 취직은 오죽할까요. 결혼과 출산은 말조차 꺼내기 미안합니다. 욜로,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한 청춘들의 모습이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냉소적으로 질문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신은 욜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윤동주 시인의 '내일은 없다'가 자못 회자합니다. 내일은 없다 (어린 마음이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 -윤동주- #1. 6년 차 직장인 한모(37)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캠핑 장비부터 꺼낸다. 각종 캠핑 장비를 닦고, 조이면 금세 자정을 넘기기 일쑤지만,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한씨는 2년 전 회사를 옮긴 뒤부터 매주 캠핑을 다닌다. 그는 계절별 캠핑 장비와 사진기, 카라반 등 특수 장비까지 수천만 원이 들었지만, 캠핑을 포기할 수 없다. 한씨는 "이전 회사에서 일주일에 5일 정도 야근했고, 야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었다"며 "퇴근하면 피곤해서 무조건 잠만 잤고, 주말에는 밀린 피로를 푸느라 소파와 한 몸이 된 채 보냈다"고 말했다. 한씨가 이직한 회사는 주 5일 근무와 퇴근 시간까지 철저히 지키고, 퇴근 이후에 상사가 연락을 금지하도록 했다. 그는 연봉이 절반 가까이 깎였지만 만족한다. "수입이 많이 줄어 부담스럽지만, 주말에 원하는 캠핑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만족해요. 단 한 번뿐인 인생인데 이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잖아요. 미래가 조금 불안하지만, 그래도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2. 김혜정(28·여)씨는 4년의 직장생활을 갑자기 접고 무작정 프랑스행 티켓을 끊었다. 주위의 만류로 2개월간 휴직한 뒤에 다시 복직했지만, 일에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심 끝에 사표를 썼다. 김씨는 지금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직장서 하던 마케팅 일을 프리랜서로 하면서 여행 작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책이 나오면 수익금 중 일부를 어린이 복지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훗날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삶에 충실하고 싶어요" 최근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족'이 주목받고 있다.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사는 '현재지향적'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노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욕망을 채우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상향을 실천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욜로족의 이상향은 현재의 행복과 자기만족이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것을 경계한다.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면서 힘겹게 사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족은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경의 대상이다. 인터넷이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여행이나 취미 등을 즐기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글이 쏟아진다. ◇20·30대 10명 中 8명 "욜로 긍정적" 실제 20·30세대 10명 가운데 8명은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1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20~30대 성인남녀 830명을 대상으로 '욜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84.1%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60.7%·복수응답)'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어서(55.4%)'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생각인 것 같아서(30.7%)', '열정적인 것 같아서(23.5%)', '도전정신이 있어 보여서(20.9%)'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미래의 더 큰 행복과 현재의 행복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서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가 53.3%로 '미래의 더 큰 행복이 중요하다(46.7%)'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욜로족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44.5%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본인 삶이 안정적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자신을 욜로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41.7%가, 그렇지 않은 사람은 33.2%가 안정적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40대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욜로족 응답자의 28.8%, 그렇지 않은 응답자의 33%가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욜로족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본인이 욜로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응답자(461명)들은 '경제력(59.2%)'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건강·체력(28.2%)' '업무 능력(지식·기술 4.8%)' '가족(3.5%)', '취미를 갖는 것(2.6%)' 등의 순이었다. 또 평소 노후대비를 위해 투자하는 것으로는 '저축(62.9%·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국민연금(28.9%)' '재취업 준비(25.6%)' '보험(24.7%)' '개인연금(12.6%)'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욜로 문화 확산 원인으로는 '경제 불황(27.1%)' '개인주의 가치관 확산(25.9%)' '비혼자 증가(17.1%)' '청년실업 증가(15.4%)' '가족의 의미 변화(7.7%)'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4.6%)' 등을 선택했다. ◇'도전적 삶'이냐 '현실도피'냐 욜로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다소 무모하더라도 도전하고 실천하는 삶'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나약한 청춘들의 현실 도피 수단'이라는 비판이 맞선다. 젊은 세대는 현재의 행복과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직장인 한정원(27·여)씨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인생을 설계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용기 있는 사람"이라며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민지(23)씨는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제멋대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 한 번뿐인 인생인데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반면 현실 도피 수단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김은철(48)씨는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아 안타깝지만, 그래도 지금의 행복만을 추구하기에는 불안하다"며 "취지는 공감하나 인생 선배로서 아무런 대책 없이 노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장인 한인수(32)씨도 "현실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과 준비 없이 현재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삶이 이상적인 삶은 아닌 것 같다"며 "욜로족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삶을 보란 듯이 올리는 경우가 많고, 일종의 '관종(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사람)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래가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 현재의 행복과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거나 불안할수록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청년들에게 확산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태를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사회라면 미래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며 "노력을 통해 정당한 사회적 보상이 이뤄지고, 미래가 예측 가능한 안정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