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바른정당 어디로 가나
당내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도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두 후보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파열음을 내고 있어 당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과 남 지사는 보수후보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최근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 룰’을 마련하기 위해 으르렁대기도 했다. 여기에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바른정당의 구애에도 자유한국당 잔류 쪽에 무게를 두는 듯 하고 한 때 제기됐던 김무성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 번복도 이젠 잠잠하다. 결국 대선 후보 경선도 2명의 맞대결로 결판 지어야 하는 초라한 상황이다. ◇“당 정체성 제대로 확립못해” 바른정당이 창당 한 달여 만에 이 같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초반에 당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다른 정당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입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2차 탈당 설득 작업에 미온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 창당 직후 개혁보수정당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1호 법안이나 당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선거연령 18세 인하에 대한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 단적인 ‘실수’라고 지적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연령 18세 법안은 어차피 우리 주도로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도 아니었다. 자유한국당과는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이를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니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국 정당을 꾸리기 위해 당 주요 핵심 인사들이 창당 작업에만 ‘올인’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창당 초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 정책 등도 함께 준비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여실히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입당을 기대했던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과 태극기 집회로 대표되는 보수성향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각종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바른정당은 어떠한 이슈도 선점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장제원 의원 아들의 성매매 시도 정황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으로선 악재만 거듭 만났다. 한편 당내 대선주자들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정책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파괴력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모병제 도입, 사교육 철폐, 육아휴직 3년 연장, 보육수당 및 아동수당 인상 등 공약이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남 지사가 청와대 폐지 검토 주장을 내놓은 것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황교안 비난하며 탄핵은 안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른정당은 중요 현안마다 여당과 야당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7일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작 야3당의 황 대행 탄핵 움직임에는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병국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100번 탄핵돼야 마땅하지만 황 대행의 탄핵과 관련해 법상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며 “탄핵할 만한 사유가 아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황 대행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 결정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규명을 원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은 처사이자 특검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독재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권한대행이 현행 헌법이나 법률을 실질적으로 위배한 게 아니다”라며 “저희들이 법률 전문가와 이게 탄핵사유가 되는지를 여러 차례 논의했는데 이건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바른정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모든 결정을 한다”며 “따라서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 정치·선거 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권 일각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미 우리들은 4당 회의에서도 입장표명을 했다”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이 부분에 대해 소극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긴급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를 비난하며 황 대행 탄핵 추진에 합의했다. 바른정당은 회동에는 참여했지만 결국 탄핵에는 불참키로 했다. 어딘가 어색한 모습이 계속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바른정당이 황 대행 탄핵에 불참하기로 결정하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을 야당 모임에 초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린다”고 비꼬았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은 그쪽 지지층을 생각하면 탄핵 지지를 안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바른정당이) 야당이 아닌 것도 아니고”라며 “흔쾌히 합의가 안 된다. 그게 지지율 추락의 원인인 것 같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탄핵을 추진할 경우 총 166석으로, 바른정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