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민주-국민의당, 공방전 가열
◇국민의당 “모든 게 민주당 탓” 먼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 거부와 관련해 “도대체 더불어민주당의 현 시국관은 무엇인지 우리는 규탄하고 국민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황 대행의 특검연장 불승인은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포기하고 박근혜-최순실의 권한대행 업무와 변호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저와 우리 당은 이러한 일을 예상했기 때문에 ‘선 총리 후 탄핵’을 제안했고 주장했다”며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은 그러나 혁명적 청소를 운운하며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만약 우리 당의 제안대로 선 총리 후 탄핵을 했다면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겠느냐.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개혁이 이뤄졌겠느냐”라며 “이런 문제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세했다. 그는 또 “대통령 유고 그 이상의 국가비상사태가 어디 있느냐”며 “그렇지만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은 4당 원내대표 합의를 요구하고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을 거부해 오늘의 사태가 가중됐다”고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거절했던 정 의장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황 대행의 탄핵, 문 전 대표의 책임, 정 의장의 입장에 대해 토론하고 또 다른 당과 4+4 회동을 통해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민주당 책임론’을 공론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다른 당과의 공조를 통해 황 대행 탄핵 문제와 문 전 대표의 책임 문제, 그리고 정 의장의 직권상정 문제를 토론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를 집중 겨냥했다. 그는 “절차를 지키면서 질서 있는 퇴진, 박 대통령 탄핵이 얼마든지 가능했음에도 모 대통령 후보는 혁명적 상황과 청소를 운운하며 이를 거절했다”며 “오늘을 예측하지 못한 데 대해 변명을 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민주당 유력 주자인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민주당 “‘1위 문재인’ 견제 전략”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야4당 당대표-원내대표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국민이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를 준다고 하면 정치인 개개인 또는 각 당이 다 ‘총리 떡고물’만 바라보고 탄핵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지 않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총리로 정치권의 주제가 갔다고 하면 탄핵 추진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건 광장의 촛불민심이나 국민이 대통령 퇴진·탄핵을 들고 나온 마당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그것 때문에 국민의당 지지율이 폭락했지 않나”라며 “끝까지 그 고집을 가지고 12월2일에 탄핵안을 발의하자고 하는데도 그때까지도 미적대고 안 하고 그랬던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국민의당이) 2월27일부터 본격적으로 남 탓을 하기 시작했다”며 “사실관계도 복기하면 전혀 맞지 않는 것인데 아전인수, 견강부회 식으로 본인들이 다 잘했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또 “특정 주자를 자꾸 이야기하는 게 정략적이라고 본다”고 발언, 국민의당의 ‘민주당 책임론’ 제기가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양당의 대립에는 대선주자들도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 불발의 책임을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에게 돌렸다. 안 전 대표는 전남 나주에서 열린 ‘국민의당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합동연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가 그간 일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도 “이 사태를 예견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문 전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전 공동대표도 “(문 전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사과해야 한다. 이런 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됐다”며 “국민의당은 정당하게도 국무총리부터 바꾸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진행하자고 했는데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그런 주장을 외면해서 오늘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먼저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대선 주자들의 지적에 대해 “그런 주장을 하는 건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총리를 받았다면 대통령 탄핵이 안 됐을 거다. 당시 국회는 새 총리를 선출할 것이냐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문자로 지명 해제하고 김병준 총리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전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전제는) ‘너희 국회가 추천해준 사람으로 하면 되는 거지?’ 이것이었다. 이건 큰 딜이었다”라며 “대신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겠다는 전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응을 자제하던 문재인 전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만약 그때 야당이 그 제안(신임 총리 인선)을 받아서 총리를 인선 했거나 총리에 누가 적임자냐 논란이 시작됐다면 탄핵열차는 탈선했을 것이다. 탄핵을 안 했거나, 훨씬 늦었거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야3당이 황 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를 합의한 것과 관련,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지지한다”며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행보를 보면 출마를 염두한 행보도 있고 이번 특검 문제도 그 일환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황 대행 탄핵과 특검 연장 대해 야당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선 끝날 때까지 지속될 듯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이었던 지난해 11월부터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쳐 왔다. 특히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민주당은 12월2일 표결을, 국민의당은 12월9일 표결을 주장하며 극명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에서 비박계를 이끌던 김무성 의원을 다른 야당과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만나는 ‘돌출행동’을 하며 박지원 대표가 격노하는 등 양당 간 격앙된 감정이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했다. 이후 12월9일 표결을 주장하던 국민의당이 ‘탄핵 반대파’로 몰리자 당 소속 인사가 민주당 및 문 전 대표 지지층을 ‘문빠’ ‘광신도’로 칭했고, 두 당 간 앙금은 한층 더 깊어졌다 양당의 대립은 당연히 야권의 주도권 경쟁 차원이다. 특히 국민의당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이 지지세를 넓혀가자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아가 반문 정서가 적지 않았던 호남에서 최근에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문 전 대표를 집중 견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안 전 대표는 5년 전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를 위해 중도 사퇴하고 문 전 대표를 도왔지만 오히려 문 전 대표 측이 흔쾌히 돕지 않았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을 두고 “동물도 고마움을 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손 전 지사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와 손 전 지사도 호남에서 자신들이 지지를 받아야 대선 경쟁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와 대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당의 대립은 결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또는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