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수익률 하향…'벼랑 끝' 국민연금

등록 2017-03-06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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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운용수익률 4.75%…수년째 하향 곡선
 "부끄럽다", "멀어져서" 직원들 잇따라 퇴사
 정부, 궁여지책으로 운용직 보수 인상 추진
 '투명성 강화·견제 필요"…거버넌스 개편 법안 봇물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이 벼랑 끝에 섰다. 기금운용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다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기금운용에도 차질이 빗어지는 등 취약한 거버넌스를 드러냈고, 이미지 악화와 본사 이전 문제로 대규모 인력 이탈까지 각종 악재에 노출된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든든한 노후 보장 역할을 하기 위해선 총체적인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은 4.75%로 잠점집계됐다. 지난 2009년 10.39%와 2010년 10.37%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 2.31%로 급락했고, 이후 2012년 6.99%, 2013년 4.19%, 2014년 5.25%, 2015년 4.57% 등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자산군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채권이 282조6000억원(50.7%)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 노후임을 감안할 때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내주식 102조4000억원(18.4%), 해외주식 85조7000억원(15.4%), 해외채권 23조4000억원(4.2%), 국내대체투자 21조9000억원(3.9%), 해외대체투자 41조7000억원(7.5%) 등의 순이다.

 작년 자산군 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5.64%, 해외주식 10.13%, 국내채권 1.83%, 해외채권 4.01%, 국내대체투자 5.74%, 해외대체투자 12.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외주식과 해외대체투자 수익률이 다른 자산군에 비해 수년 째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기금의 27.1%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2021년말까지 3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지난 2월28일 회의를 통해 해외주식 위탁운용 목표범위를 기존 65~85%에서 55~75%로 10%포인트 하향 조정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접운용 비중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위탁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 개입 원천 차단해야

 권력에 취약한 거버넌스도 중장기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번번이 정치적 사안에 휘말려 기금운용본부가 운용에만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에 노출되고 있어서다. 작년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두차례 강도높은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고, 최근까지도 주요 임직원에 대한 특검 조사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 개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기금 운용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연금 수장인 문형표 이사장은 작년 12월31일 특검에 구속됐다.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합병 때 삼성물산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표를 던질 것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투자손실 우려가 있음을 알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했고, 그 결과 수천억원의 주식평가액 손실이 났다. 이같은 비리를 주도한 인물로 문 이사장이 지목된 것이다.

 문 이사장은 당시 합병 과정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했던 김성민 전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장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연락을 받았다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밝혔다. 그는 "안 전 수석이 김성민 전 위원장의 임기를 물었는데 교체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요 보직의 임직원들도 수사 대상에 올라 수차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국민연금 내부감사 결과 퇴직 예정자 3명이 기밀정보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작년 퇴직률 14%…2.5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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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련의 사건들로 국민연금의 대외 이미지가 추락했고, 사기저하와 본사 이전 문제로 인해 인력이 대규모로 이탈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인력 이탈의 원인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연금 측은 지방 이전이 인력이탈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부실한 거버넌스와 이로 인한 임직원들의 일탈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국민연금 운용역의 보수를 민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상위 25%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8일 2017년도 제2차 회의를 개최하고 지방이전에 따른 인력이탈 방지 대책으로 이같은 내용을 보고 받았다.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자는 30명으로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올해 들어 퇴직하거나 퇴직의사를 밝힌 직원도 11명이나 발생했다. 작년 퇴직률은 14%로, 2015년 5.6% 대비 2.5배 증가했다. 동종업계 평균치인 12.3%에 비해서도 다소 높은 편이다.

 특히 직위·직급별로는 실·팀장을 포함한 상위 직급자의 퇴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장은 정원 7명 중 5명이 퇴사(71%)했으며 팀장은 정원 26명 중 7명 퇴사(27%), 팀원은 정원 226명 중 29명 퇴사(13%)했다.

 인력이탈 방지대책으로 기금운용직의 보수수준은 시장 평균수준으로 향후 기재부 협의를 통해 중단기 예산을 확보해 시장 상위 25%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영본부 실장급 운용직의 작년 기준 총보수는 1억7800만원으로 업계 상위 50% 평균 보수(2억500만원)에 비해선 87.9% 수준, 상위 10% 평균 보수(7억9900만원)에 비해선 22.3%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상위 25% 평균 보수인 3억2400만원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간 직급인 선임 운용직의 경우 작년 기준 총보수는 1억2500만원으로, 업계 상위 50% 수준(1억2000만원)에 비해선 높지만 업계 상위 25%(1억5200만원), 상위 10%(2억6800만원)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다. 하위직급은 시장 평균수준에 도달했지만 팀·실장급은 시장 평균 수준에 미달한다는 게 국민연금 측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의 투명성·독립성 강화와 견제를 위한 기구·절차 개편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 22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의 기준과 절차, 방법을 법에 명시하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기금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 손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 19일 국민연금 이사장 임면에 국회의 인사청문 과정을 추가하고, 운용위원회에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두며, 회의 참석자 발언내용을 기록한 회의록과 녹취록을 작성·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광수 의원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면은 현행법상 대통령에게 있어 대통령이 임명을 하면 사실상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메르스 사태 초기 부실대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문형표 전 장관이 아무런 징계 없이 약 4개월 만에 국민연금 이사장에 취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종용, 결국 구속기소된 것은 국민연금의 허술한 인사시스템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기업의 의결권 행사에 관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에 설치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전문기관 자문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의 발의했다.  

 박정 의원은 "현행 제도는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대한 결정 요청 여부를 공단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해 의결권행사의 전문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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