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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한한령 속 일본애니 '너의 이름은' 흥행이 주는 교훈

등록 2017-03-06 06:51:37   최종수정 2017-03-14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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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영화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중국 영화 연출 계약이 취소됐어요. 나중에 다시 하자네요."

 절친한 국내 영화감독 Z씨가 몇 달 전 기자에게 털어놓은 얘기다.

 이 감독은 국내에서 히트한 자신의 영화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해 선보여 역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수많은 작품 연출 제안이 몰려 그중 한 작품을 엄선해 계약까지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받았으나 갑작스럽게 무산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 제작사가 너무 미안해하며 위약금까지 주더군요."

 지난해 한국이 북핵 대응책으로 미국과 손잡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국내 도입을 추진하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 중 하나로 자국 내 한류 열풍을 옥죄는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나서자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Z감독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그러다 말겠지' 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더욱 나빠져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류스타는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에서는 통편집되는 굴욕을 겪고, 신규 출연 자체를 봉쇄 당했다. 한류스타가 맡았던 중국 내 CF 모델은 중국 연예인에게 넘어갔다.

 합작 영화나 드라마 제작은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내 한국 드라마 방송도 이뤄지지 않더니 이제는 동영상 사이트에 업데이트도 금지됐다. 이름하여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다.

 가히 중국 내 한류가 '멸종'될 지경에 이르른 셈이다.

 중국 내 한류 열풍이 가져오는 효과는 국내 콘텐츠 수출이나 한국 연예인·연출자·스태프 등 관련 인적 자원의 직접 진출 등에 그치지 않는다.

 한류를 토대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확산을 통한 관광 활성화, 한국 상품 수출 등으로 이어진다.

 한류 멸종은 그 길 자체가 봉쇄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흥미로운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산카이 마코토)이 지난 5일까지  누적 관객 수 364만7444명을 기록했다. 지난 1월4일 개봉해 2개월 남짓 상영하며 거둔 성적이다. 국내 개봉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1위,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7위다,

 개봉일부터 1월17일까지 2주 동안에는 전체 흥행 1위를 고수했다.

 흥행 성적뿐만 아니다. 여러 번 보는 것을 뜻하는 'N차 관람'부터 영화 주제가나 대사를 마음껏 따라 하는 멀티플렉스 블록버스터 체인 메가박스의 '합창 상영' 등 새로운 트렌드까지 낳았다. 

 사실 이 영화가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폭발적으로 흥행한 사실을 접하며 기자도 국내 흥행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처럼 신드롬까지 일으킬 것이라고는 감히 짐작하지 못 했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 개봉해 1600만 관객을 모으며 약 200억엔을 쓸어담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약 308억엔)에 이어 일본 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2위에 랭크됐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2월 개봉해 한 달 남짓 상영하며 5억6000만 위엔을 벌어들여 역시 애니메이션인 '도라에몽'(5억3000만 위엔)을 밀어내고 중국에서 상영한 일본 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일본은 35년 식민 압제,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다.

 한국에서만 그럴까.아니다.중국에서는 중일전쟁, 난징대학살,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반일 감정의 골이 깊다.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갖는 반일 감정보다 크면 컸지 적지 않다.

 그런 두 나라에서 '너의 이름은' 대히트는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의미한다.

 물론 한중 간 사드 갈등은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중국 정부가 한류 제한을 비공식적으로 조장하는 사실 등 차이가 있가는 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망연자실한 상태로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를 기다려야만 하나.

 간단하다. 더 큰 한류를 일으키면 된다. 중국인이 안 보면 미치겠고 안 들으면 고통스러울, 그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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