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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덮친 시장①]났다 하면 '대형 화재'…불나면 '속수무책'

등록 2017-03-28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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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전진환 기자 = 20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이 이틀전의 화재로 철제구조물과 잿더미만 남아 있다.  지난 18일 발생한 화재로 332개 점포 중 220여 곳이 불에 타 소방당국 추산 6억5000만원의 피해가 났다. 영업을 하지 않은 새벽 시간대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2017.03.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화마(火魔)가 시장을 또 덮쳤습니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상인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상인들이 감내해야 할 심적·정신적 고통을 누가 짐작이라도 하겠습니까.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상인들의 상실감이 어느 정도일지, 함부로 표현하기가 버겁습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삶의 터전을 모두 집어삼켰습니다. 누군가에는 한낱 시장에 불과한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족 모두의 생계가 걸린 전부일 수 있습니다.  

 한순간 화마에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이 언제 복구될지 기약도 없습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절망의 땅이 돼버립니다.

 시뻘건 화마가 집어삼킨 시장을 보면서 필자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모두 검은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잿빛 하늘 아래 상인들의 한숨조차 벅찹니다. 상인들이 화마와 홀로 싸우며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화마 앞에 희망이 힘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선뜻 목소리도 내지 못합니다. 그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금세 또 희석됩니다. 화마가 더 이상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짓밟지 않게,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합니다. 화마의 상흔이 지워질 때까지 만이라도.

두 달에 한 번 대형 화재…지난 5년 간 477건 발생
전통시장 10곳 중 1~2곳 시설 불량

 #1.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11년 만에 또 대형 화재가 발생해 점포 679개가 잿더미로 변했다.

 지난해 11월30일 오전 2시8분께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불이 났다. 4지구에는 의류와 침구, 원단 등을 파는 점포가 많았다. 이 때문에 유독가스와 연기가 많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 겪었다.

 특히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점포로 이뤄진 4지구 특성상 불이 삽시간에 번졌고, 소방차 등 진화 장비 진입도 어려움을 겪었다. 16시간이 넘게 진화작업을 벌여 불을 모두 껐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다쳤다.

 이번 화재로 4지구 점포 839곳 가운데 500곳 이상이 잿더미를 변했다. 이를 감안하면 재산피해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앞서 2005년 12월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서문시장 2지구 화재로 점포 1190여 곳이 잿더미로 변했다. 이때 소방당국은 재산 피해액을 80억 원 가량으로 잠정 추산했지만, 중구청은 개별 상인을 상대로 피해 내용을 접수한 결과 모두 689억 원으로 집계했다.

 #2. 전남 여수 수산시장에서 큰 불이 나 점포 116곳이 불에 탔다. 지난 1월15일 오전 2시30분께 여수 수산시장에서는 전기적 원인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125개 점포 가운데 116곳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그을렸다.

 이 불은 2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1층에 110개 점포와 2층 6개 점포가 불에 탔다.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금세 불이 번졌다. 이 시장에는 별다른 소방시설이 없어 피해가 더 커졌다.

 다행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전라남도는 여수시와 상인회가 자체 조사와 면담을 통해 확인한 피해액이 무려 70억6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건물과 아케이드 등 공용시설물 피해가 50억 원, 개별 상인의 수족관과 수산물 등이 20억 원이 넘는다.

 전라남도와 여수시는 보험사 손해사정을 마치고, 한 달 정도의 정밀 안전진단을 거친 뒤 내달 초 시장을 다시 열기 위해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3. 인천의 관광명소이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소래포구어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래포구 어시장에 불이 난 건 지난 18일 오전 1시35분.

 불이 난 곳은 종합어시장 건물이 아닌 바닷가 쪽 구시장 쪽으로 천막이 쳐 있던 좌파들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이 불은 2시간30분 만에 꺼졌지만, 점포 370여 곳 가운데 240여 곳이 재로 변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서 추산 6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났다.

 비닐천막 형태의 무허가 가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불이 잘 붙는 스티로폼 등 포장재가 방치돼 있어 피해를 키웠다.

 특히 이미 3년 전 중소기업청이 어시장 내 전기시설 등 화재취약 시설을 점검한 뒤 인천 남동구청에 개선을 권고했지만, 묵살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인재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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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시스】신대희 기자 = 16일 오후 여수시 교동 여객선 터미널 맞은편 여수 수산시장 화재 피해 현장에서 국과수 정밀 감식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 상인이 시장 길목을 지나고 있다. 2017.01.16.    [email protected]
 ◇두 달에 한 번 대형 화재 발생…전기 요인 절반 넘어

 최근 전통시장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과 올해 1월 여수 수산시장에 이어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도 대형 화재가 발생해 모두 잿더미가 됐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전통시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불이나면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노점이나 천막, 가건물 등이 주를 이루는 전통시장의 경우 화재 취약성할 수밖에 없다. 빽빽이 들어선 점포와 좌판은 한 번 불길이 번지면 쉽사리 잡기 어려워 피해를 키운다.

 시장 특성상 불에 타기 쉬운 비닐 소재 천막과 좁은 통로 역시 초기 진화를 방해한다. 또 소화기를 제외하면 스프링쿨러 등 방재 시설은 거의 없고, 온갖 전선들이 뒤엉켜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전통시장 화재의 절반이 누전이나 접촉 불량, 절연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13일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47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 234건이었으며, 누적 피해액만 19억 원이 넘었다. 특히 지난 2015년 경기도 부천시와 경상북도 경주시의 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피해액이 각각 3억 원에 달했다.

 ◇소화기 불량·가스차단기 미설치 등 '화재 취약'

 겨울철 대형화재가 반복되고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소화기 불량, 가스차단기 미설치 등 화재 위험요소 733건이 지적됐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17일 전국 전통시장 1256곳을 대상으로 유관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벌인 결과 총 733건의 불량사항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최근 서문시장과 여수수산시장 화재 등 겨울철 전통시장 화재가 잇따르고 전기, 가스 등의 화기취급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상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실시됐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유도등 파손, 화재수신기 회로 단선, 수신기 예비 전원 불량 등 시정 명령 대상이 648건(88%)으로 가장 많이 지적됐다.

 이 중에서도 화재 시 초기 진화를 위한 중요한 설비인 소화기 관리 불량이 전체의 43.3%를 차지했다. 시장 상인들의 자율 안전 관리 능력 배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방시설 불량 외에도 전통시장 내 아케이드 개폐장치 작동 불량, 분전함 내 접지 불량, 가스 차단기 미설치 등 위험 요소가 곳곳에 존재했다.

 아케이드 개폐는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를 배출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다. 전기와 가스 시설 관리는 화재 초기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유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안전처는 설명한다.

 안전처는 적발 사항과 별개로 587건은 현지에서 즉시 시정 조치했고, 지적사항 중 648건은 조속히 개선토록 시정 명령, 79건은 관계기관에 통보, 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조치했다.

 안전처는 이번 점검결과 나타난 지적사항과 제도개선에 대해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협조해 전통시장에 화재 발생 시 소방관서로 즉시 통보되는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전통시장에 대해서는 올해 처음 신설하는 중앙소방특별조사단에서 직접 점검에 나선다.

 안전처 관계자는 "취약시간대 화기 단속, 철시 확인, 위해 요소 제거 등 소방 순찰 강화와 시장 상인들의 안전의식 제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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