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고비’…다시 보는 세월호 인양

등록 2017-04-04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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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추상철 기자 = 세월호 선체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호가 31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2017.03.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세월호 참사 1081일째,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3월31일 인양 작업의 종착지인 목포 신항을 향해 출발했다. 3년 만에 수면 위로 나온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였다.

 3월22일 시험 인양에 돌입해 본인양이 결정된 뒤 이뤄진 세월호 인양 작업은 매 순간 고비였다. 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소조기 내 선체를 사고 해역에서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 싣고자 시간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목포신항으로 옮기기 전에는 기름 유출 문제와 유골 발견 해프닝 등 예기치 못한 변수와 맞닥뜨렸다.

 우여곡절 끝에 육지에 올라온 세월호. 지난 인양 과정을 되짚어 봤다.

◇참사 1072일째 시험인양 성공…본인양 개시

 기상 악화로 한 차례 미뤄졌던 세월호 시험 인양은 3월22일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이날 오전 6시 발표된 국내외 기상예보에서 조석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소조기 동안 파고 1m, 풍속 10㎧ 이내의 양호한 기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해저에서 1m를 들어 올리는 시험 인양은 초조한 기다림 끝에 오후 5시30분께 성공 소식이 전해졌다. 애초 2~3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보다 2배나 더 걸렸다.

 시험 인양은 세월호 선체 무게에 각종 퇴적물과 바닷물 압력까지 더해져 2만 톤이 넘는 힘을 한 번에 줘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선체 균형과 인양 와이어에 걸리는 무게를 조정하는 작업 등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 3시간 뒤 인양추진단은 본인양 시도를 결정했고, 인양 작업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선체를 조금씩 끌어올리면서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해양수산부는 “3월23일 오전 3시45분께 스태빌라이저로 보이는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수면 위에서 관측됐다”며 “오전 4시45분께 본체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인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태빌라이저는 선박 양 측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돼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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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선박이 31일 오후 1시30분 목포 신항 철재부두에 접안을 완료했다.  [email protected]
◇1차 위기…선미 램프 열려 차질

 세월호 선체가 물 위로 떠오르자 인양 성공 기대감도 함께 솟아올랐다. 그러나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다. 선체와 잭킹바지선을 연결하는 고박 작업을 진행하던 중 선체와 바지선 간에 간섭 현상(구조물 때문에 세월호와 바지선이 서로 걸리는 현상)이 생긴 것. 정부와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체 자세를 조정하고, 인양 장애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3월23일 오후 8시 선미에 잠수사를 투입해 장애물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좌현 선미 램프의 잠금장치가 파손된 채 열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본인양을 하기 전에는 해저 면과 맞닿아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변수였다. 이에 해수부는 불가피하게 램프를 제거하기로 했다. 높이가 10m 넘는 램프가 열린 상태로는 반잠수선에 거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3월24일 오전 6시45분, 작업 시작 10시간 만에 선미 램프를 완전히 제거했다. 오전 11시10분께는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 13m까지 부상하며 고비를 넘겼다.

◇최대 고비 넘겨…인양 ‘사실상 성공’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세월호는 이날 오후 2시께 침몰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약 3㎞ 지점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류 방향이 맞지 않아 예상보다 4시간30분이 흐른 오후 8시30분께 반잠수식 선박 인근 200m 지점에 도착했다. 이로 인해 인양 마무리 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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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 호가 31일 오후 유가족들의 오열속에 목포신항에 접안하고 있다. 2017.03.31.    [email protected]
 다행히 세월호는 계획대로 반잠수식 선박에 안전하게 선적됐다. 비록 해수부가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3월24일 자정을 넘겨 3월25일 오전 4시10분이 돼서야 작업이 끝났으나 인양 과정 중 가장 까다롭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했던 작업에 성공하면서 목포신항으로 갈 준비를 차질없이 끝냈다.

◇목포 이동 준비 작업도 ‘산 넘어 산’

 그러나 ‘마지막 종착지’ 목포 신항으로 가기 위한 준비 작업 역시 순탄치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선체 왼쪽 평형수 탱크와 화물칸 D데크 등에 배수 구멍 32개를 뚫을 계획이었다. 세월호 무게를 최대한 줄여 육상 거치 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3월27일 시험용 구멍을 뚫는 과정에서 물이 아닌 기름이 흘러나왔다. 이에 해수부는 다음날 선체 천공 작업을 목포신항 거치 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3월28일 동물 뼈를 미수습자 유골로 오인한 소동이 벌어지면서 반잠수선과 세월호 선체를 고정하는 용접 작업이 중단됐다. 3월29일 새벽부터는 현지에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파도 높이가 최고 2.2m에 달할 정도로 치솟아 반잠수식 선박의 날개 탑을 제거하는 작업도 중단됐다. 이에 따라 3월30일 준비를 끝내고 목포신항으로 출발하려던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에도 차질이 생겼다.

 다행히 기상 악화로 중단됐던 세월호 인양 작업은 3월30일 오전 재개됐다. 날개 탑 제거 작업과 세월호 고정 작업이 마무리되면 3월31일 오전 7시 목포신항으로 출발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는 4월6일 육상부두에 거치될 예정이다. 미수습자 9인의 유해가 온전히 배 안에 있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바람을 한 몸에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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