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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대표 "헐레벌떡 뛰어오던 관객들에 감사하고 미안해요"

등록 2017-04-02 10:03:18   최종수정 2017-04-10 09: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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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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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게릴라극장 폐관
'30스튜디오'에서 새 출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희단거리패가 게릴라극장에서 20대를 치열하게 살았죠. 게릴라시대를 마감한 이후의 30대는 30스튜디오에서 좀 더 많은 걸 품고 싶어요."

 지난달 31일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만난 극단 연희단거리패 김소희(47) 대표는 이 극장의 폐관공연인 연극 '황혼'(연출 채윤일)의 단출한 무대와 객석을 돌아보며 담담히 말했다.

 70석 규모의 소극장인 게릴라극장은 오는 16일 '황혼'(연출 채윤일)의 마지막 공연과 함께 폐관된다. 기존 동숭동에서 2006년 혜화동 지금의 터로 옮긴 지로 따지면 11년 만이다.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부산에 본거지를 두고 창단된 극단이다. 대학로 중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오프 대학로'에 위치한 게릴라극장은 이 극단 창단 20주년을 맞아 지었고 이 극단이 서울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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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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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극장을 만들어 소극장은 어두컴컴한 지하에만 있다는 편견을 깬 게릴라극장은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통했다. 연희단거리패의 소극장 레퍼토리와 더불어 명망 있는 연극인들의 다양한 실험의 장이 돼왔다.

 연희단거리패 외에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 연출,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김재엽 연출 등 기라성같은 연극인들이 이 공간을 애용했다.

 돈이 없는 극단에게는 대관료 대신 수익의 절반만 받고 극장을 빌려주기도 했다. 그동안 아마추어 작품까지 합하면 무려 290편이 공연됐다.

 하지만 각종 지원금이 끊기는 등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폐관을 계획했다. 이 건물은 헐리고 용도가 바뀐다. 다른 업종의 작업실, 원룸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소희는 게릴라극장까지 찾아와준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했다고 했다. 혜화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평일 오후 8시까지 극장에 오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관객들이 많아 다른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연을 늦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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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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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는 "게릴라극장은 대기할 공간이 없어 추운 겨울에는 관객분들이 기다리기 힘들었어요. 더구나 증축이 안 됐다"며 "30스튜디오는 카페도 있고 마당도 있어 관객분들을 만나는 건 물론 다른 예술가분들하고도 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겼죠. 게릴라극장은 문 닫지만, 연희단거리패가 새로운 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혼' 마지막 공연 이후 진행될 폐관식은 성대하게 치러지지 않는다. 평소 이 극장을 아껴준 관객, 관계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보고 추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폐관 결정 이후 다시 살려보자는 의견들이 모아져 올해 초 체홉의 '갈매기'를 올리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 작품은 본 공연을 물론 앙코르까지 전석 매진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정부의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버티기 힘들었다. 다시 폐관을 결정, 칼 발렌틴은의 단막극을 모은 연극 '변두리극장'과 현재 공연 중인 '황혼'을 폐관작으로 선정했다.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변두리극장'은 대학로의 변두리극장인 게릴라극장에 덧없이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광대들의 에너지 넘치는 소극이 내내 진행되던 '변두리극장'의 마지막 장면에는 첼로, 색소폰, 건반 등을 무지막지하게 연주하는 장면에서 극장이 결국 무너진다. 게릴라극장의 끝을 은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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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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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10여년 전에는 정말 게릴라극장이 변두리극장이었어요. 이 극장 말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죠. 광대들의 세상에 대한 태도 등 '변두리극장'이 안에 품고 있는 내용들이 게릴라극장과 잘 맞았죠"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라 작가 페터 투리니 작품이 원작인 '황혼'은 알프스 산속에 사는 맹인,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무원의 이야기다. 지난해 국내 11월 게릴라극장에서 초연했다. 김소희와 명계남이 주연이다.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게릴라극장의 마지막 작품은 연희단거리패와 대학로의 간판인 김소희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으면 했다.

 "'황혼'도 세상에서 밀려나간 예술가들의 이야기에요. 그런데 감성적이고 칙칙하게 풀어낸 것이 아니라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 도발적으로 풀었죠. 고통의 아픔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고급스럽게 보였고, 마지막 작품으로 잘 맞다고 생각했어요."

 빚을 내 게릴라극장의 터를 사고 건물을 지은 연희단거리패는 이 공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 70석 공간임에도, 연극을 보러 찾아와준 관객들을 위해 바닥 등에 보조석을 깔고 80석씩 매번 늘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돈이 더 남느냐 그것도 아니다.

 대학로 중심의 공연에 비해서는 훨씬 싼 티켓 가격임에도 학생 등에게는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활용해 할인하는 방법을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 김소희는 "자리가 없어 돈이 없어 우리 연극을 보지 못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 어떻게든 보여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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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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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정타는 이윤택 예술감독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면서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 이 감독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정부의 공모 심사에서 1위를 받고서도 지원작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등의 의혹이 곳곳에서 일었다.

 이 극단은 임영웅 연출의 극단 산울림, 박근형 연출의 극단 골목길과 함께 앞서 정부의 공간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이미 존재감과 실적 등을 확인한 단체였다. 

 "민간이 자기 극장을 갖기 힘든 구조예요. 빚을 내서 극장을 지으면 임대료 사업도 지원을 못 받죠. 극단은 항상 떠돌아야하고 경제적으로 유지가 힘들게 되는 거죠."

 배우뿐 아니라 행정적인 일도 관장해야 하는 극단 대표까지 맡는 등 다양한 삶을 사는 김소희는 "좋은 연기는 삶에 영향을 끼치고 그 삶이 다시 연기에 영향을 끼치고 유기적으로 얽힌다"고 웃었다.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하는 것이 사실은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연기는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만 했으면 알지 못했을 걸 많이 경험했어요."

 연희단거리패가 숱한 위기를 넘기고 묵묵히 걸어가는 길은 다른 연극 단체에게 전범이 되고 있다. 김소희는 "삶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모든 건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사건, 밀어닥친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힘든 일이 왔을 때 상투적으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하지만 이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해석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 고통의 고비를 잘 넘기고 잘 해석하고 잘 표현하며 그 고통을 겪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나은 국면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연희단거리패도 좀 더 창조적으로 즐기면서 나아가고 싶어요."

 게릴라극장 시대를 마감하고 30스튜디오 시대를 맞은 연희단거리패에게 더 믿음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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