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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케이블 뉴스의 왕' 오라일리 성추문…열혈팬 트럼프까지 불똥

등록 2017-04-09 06:00:00   최종수정 2017-04-10 09: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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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미국 폭스뉴스의 간판앵커 빌 오라일리(오른쪽)가 성추문에 휩싸였다. 오라일리는 2012년부터 5명의 여성에게 성추행과 성희롱 등으로 고소를 당했다. 6번째 피해 사실을 주장한 웬디 월시(왼쪽)는 오라일리의 추근거림을 거부했다가 폭스뉴스 출연을 거부당했다며, 지난 3일 독립조사를 요구했다. 2017.04.06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미국 케이블 방송 가운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폭스뉴스의 간판앵커 빌 오라일리의 성추행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음담패설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의 최고 인기프로그램인 '오라일리 팩터'의 진행자인 빌 오라일리의 성추행 논란은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오라일리는 성추행과 성희롱 등으로 5명의 여성에게 고소를 당했고, 폭스뉴스 측은 성추문을 일축하기 위해 총 1300만 달러(약 146억1720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불했다.

 폭스뉴스 측은 오라일리 성추문에 대한 공식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그를 위해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폭스뉴스가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폭스뉴스를 떠난 로저 에일스 전 회장의 사임 배경에도 여성 앵커를 성희롱한 사태가 있었다. 심지어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은 최근 그가 회장직을 맡고 있던 2015년 출연자 중 한 명인 줄리 로긴스키(43)으로부터 성희롱 소송을 당했다.

 미국 인터넷매체인 '살롱(SALON)'은 "여성 혐오는 폭스뉴스 브랜드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폭스뉴스 입장에서 오라일리를 해고하기 쉽지 않다. 그가 매년 '오라일리 팩터'를 통해 막대한 광고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오라일리 팩터는 총 4억4600만 달러에 달하는 광고수익을 기록했다. 2016년에만 1억1080만 달러를 끌어모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보수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시청률이 더욱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말 폭스뉴스가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제치고 케이블 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데에도 오라일리가 기여한 바가 크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2016년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프라임타임 시간에 폭스뉴스는 평균 243만명을 기록했다.

 가벨리앤드컴퍼니의 브렛 해리스 연구원은 "폭스뉴스가 빌 오라일리를 방송에 유지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CNN머니도 "빌 오라일리의 성추문으로 몇몇 광고주가 떠날 수 있지만 이는 폭스뉴스의 모기업인 21세기 폭스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며 "현재 오라일리는 여론의 비난에 무적"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라일리를 '케이블 뉴스의 왕(King of Cable News)'이라고 칭했다.

 오라일리는 자신의 '면제 특권'을 인식한 듯 떳떳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오라일리 팩터'에서 “직장에서 벌어진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사과에 가거나 회사에서 나가라"라며 그가 성희롱한 여성 직원들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오라일리는 지난해 에일스 전 사장이 성추문에 휩싸였을 때 '레이트 나이트' 진행자 세스 마이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서는 모든 유명인과 권력자, 부자들이 표적이다"라며 "내가 표적이고, 당신이 표적이며, 로저가 표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히려 자신과 에일스가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오라일리의 성추문은 폭스뉴스의 자타공인 열렬팬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과 NYT 등을 가짜뉴스로 비난하면서 폭스뉴스만이 진짜뉴스라며 열렬팬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빌 오라일리와 친구사이이다. 그는 지난 1월 지난 1월 취임 이후 첫 특별 언론인터뷰를 오라일리와 진행했다. 또 그가 개인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으로 팔로잉하는 미국 주요 언론사는 폭스뉴스 뿐이며 주요 언론인은 오라일리 뿐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라일리를 옹호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는 5일 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오라일리는 잘 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오라일리가 (성범죄 피해여성들과) 합의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모든 의혹을 불식시켜야 했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일리의 성추문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그가 지난해 10월 대선 기간 음담패설로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음성파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며 성관계 이력을 떠벌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그는 유부녀와도 성관계를 시도했으며 유명인사가 되면 여성들과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스타가 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뭘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음담패설 논란이 일었을 때 "탈의실에서 주고받은 농담"이었다면서, 자신을 비난한 공화당원들을 "독선적인 위선자" 로 공격했다. 그는 또 "모든 여성들이 거짓말을 했고 내 대선활동을 방해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는 케이블 스타 오라일리의 현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 언론들도 오라일리와 트럼프의 '닮은꼴'을 지적했다.

 살롱은 "빌 오라일리와 로저 에일스,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사람들에게 여성에 대한 파렴치한 행동은 패키지의 일부"라고 비난했다. 데일리비스트도 "트럼프 대통령과 빌 오라일리는 프로파간다 파트너"라고 지적했다. CNN머니는 "트럼프와 오라일리는 서로간의 홍보맨"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이'성폭력 예방의 달'로 선포한 4월에 폭발했다는 점이 역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성폭력으로부터 여성과 어린이, 남성을 보호하기 위해 행정력을 모두 쏟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막상 세간의 이목을 끄는 성추문이 일자 피해자가 아닌 오라일리의 편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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