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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선 D-1 주일, 판도는 여전히 안갯속…"부동층 잡아라"

등록 2017-04-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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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드니=AP/뉴시스】프랑스 중도 무소속 대선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3월 30일(현지시간) 생드니에서 선거 유세 중 윙크를 하고 있다. 2017.4.3.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오는 23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실시되는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는 독주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아 30%가 넘는 부동층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프렉시트(Frexit)'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

 이미 '브렉시트(영국 EU 탈퇴)'가 결정된 상황에서 프랑스마저 탈퇴한다면 EU는 그 기반마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따라 EU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프랑스 대선의 특징은 '극우'와 '극좌'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선투표에서 극우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와 극좌의 장 뤽 멜랑숑 좌파당 대표가 격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3일 치러지는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 2위자가 오는 5월7일 결선투표에서 격돌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낮은 지지율로 제5공화국 들어 재선에 도전하지 않은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멜랑숑 급부상으로 혼전 양상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르펜 FN 후보와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역임한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4%와 23%의 지지율로 1, 2위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선두권인 르펜과 마크롱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멜랑숑의 지지율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멜랑숑은 19%의 지지율로 3위로 뛰어 올랐다. 4위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지지율이 18%로 변화가 없는 데 반해 멜랑숑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때와 비교해 7% 상승했다.

 멜랑숑 캠프에서는 마크롱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4~5%포인트로 좁혀졌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까지 피용 전 총리와 사회당 후보인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에 밀려 하위권을 기록하던 멜랑숑의 지지율은 선거가 다가오면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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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AP/뉴시스】프랑스 좌파당의 대선후보인 장 뤽 멜랑숑이 9일(현지시간) 마르세유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오는 23일 대선 1차투표를 앞두고 멜랑숑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2017.04.10
 좌파당 후보인 멜랑숑 후보는 연간 36만 유로(약 4억3619만원) 이상 버는 부유층에 대해 소득세를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멜랑숑 후보는 또 대통령에 당선되면 프랑스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멜랑숑 후보는 오는 20일 실시되는 3차 토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프랑스 대선 불확실성으로 프랑스 국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EU에 부정적인 르펜 후보나 멜랑숑 후보가 당선되면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초래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르펜 ‘돌풍’ 결선투표에서도 이어질까

 르펜 후보의 선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르펜 후보는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검거 작전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벌어진 러시아 지하철역 자폭테러와 스웨덴 트럭 테러 등을 근거로 반(反) 난민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는 르펜 후보는 지난 9일 LCI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벨디브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 책임은 당시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 있으며 프랑스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벨디브 사건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2년 프랑스 경찰이 독일 나치 정권의 지시로 유대인 1만300명을 검거한 일이다. 당시 붙잡힌 유대인들은 나치 수용소로 넘거져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르펜 후보는 결선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결선투표에서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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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랜생드니=AP/뉴시스】프랑스 대선 후보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4일(현지시간) 라플랜생드니에서 BFM TV-C뉴스 공동 주최로 열린 TV 토론회에 참가했다. 2017.4.5.
 프랑스 여론조시관인 엘라베가 지난달 20일 실시한 조사에서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투표에서 격돌하면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는 마크롱 후보에, 37%는 르펜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또 피용 전 총리와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만나면 응답자의 57%는 피용에, 43%는 르펜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지후보 결정 못한 부동층 30% 넘어 

 이번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은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적지 않은 유권자가 결정하지 못했다며 사소한 말 실수 하나가 대선 승패를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선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갈렸다. 그러나 올 프랑스 대선에는 기존의 좌우파 정당에서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극우인 르펜 후보, 극좌인 멜랑숑 후보 그리고 무소속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지지율 1~3위에 올라있다. 30%가 넘는 부동층의 표심과 이들의 투표율에 따라 1차 대선투표의 결과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롱은 좌우를 초월한 정치를 하고 싶다며 정당을 결성하지 않은 채 시민단체에 가까운 정치운동 '앙 마르슈!(전진!)를 조직해 선거를 치르고 있다. 마크롱은 선거사무실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실험에 대해 다수의 사회당 원로들은 마크롱의 선명하지 않은 정치노선에 비판을 가했다.

 끊이지 않는 스캔들에 휩싸인 피용 후보는 지지율 정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용 전 총리는 11일 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자신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 확실하다며 지지자들에게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신경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날 유세에서 지지율이 4위로 하락한 피용 후보는 "이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당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라며 "마치 이미 선거가 결정돼 투표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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