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박지연 "가까운 객석, 1% 거짓도 있으면 안되는 느낌"
뮤지컬계 블루칩으로 통하는 배우 박지연이 대학로 스테디셀러 창작뮤지컬 '빨래' 19차 프로덕션에서 '서나영' 역을 맡아 새삼 호평 받고 있다. 박지연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윈스' '맘마미아!' 등 주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렸다.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와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휩쓴 기대주다. 그런 그녀가 이미 11년 동안 공연해온 소극장 뮤지컬 '빨래'에 출연하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화제가 됐다. 2005년 초연 이후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흥행을 지속해온 작품이라 가능했다. "19차 오디션 소식을 듣고 출연하고 싶어서 제가 먼저 러브콜을 했어요. 큰 결심이라기보다 적절한 시기에 인연을 맺게 된 거죠. 대극장 뮤지컬보다 더 힘들어요. 근데 다시 시작하면 떨리고 흥분되고, 한 회·한 회가 끝났을 때마다 아쉽죠."
박지연은 새침하고 세련된 외모와 달리 '서민 대표 배우'로 통한다. '레 미제라블'에서는 협잡꾼 테나르디에 부부의 딸로 천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에포닌',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금강, 1894'에서는 억압과 핍박 속에서도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인진아'를 연기했다. "제가 아픔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도 모르게 그런 작품을 택하는데 아무래도 배우 가치관이나 성향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겠죠. '레 미제라블', '금강, 1894'를 만나면서 그런 마음들이 더 커졌어요. 역사를 글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예술이랑 만났을 때 마음에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으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죠." '빨래'는 거대한 역사 대신 일상 속 아픔을 다룬다. "평범한 삶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돼서 더 고민을 했어요. 나영이와 솔롱고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딸을 키우는 할머니, 동대문에서 옷을 파는 희정 엄마…. 연습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삶을 좀 더 세밀하게 보고자 했죠."
"보면서 같이 분노하고 울고 해요. 특히 이번에 IMF 시절을 힘들게 보낸 가족의 이야기가 특히 와 닿았어요. 마트에서 일하시는 어머님들 이야기요. 우리 시대의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같았죠." 2010년 '맘마미아!'로 뮤지컬에 데뷔한 박지연은 올해 7년차를 맞았다. 이전까지 연기하는 인물과 자신의 공통점을 찾아왔는데 이제 '나라는 생각이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사유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빨래'의 초반 넘버 '서울살이 몇핸가요?'는 크게 공감이 됐다고 했다. "추민주 연출님이 말씀해주셨어요, 신나는 노래인데 그 안에 외로움이 없으면 노래를 시작할 수가 없다고요. 근데 또 너무 슬프면 안 되더라고요. 나영이는 사람들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의 격차가 큰 캐릭터에요. 저도 그런 모습이 있죠."
"작가님이 캐릭터에 제 장점을 녹여주셔서 놀랐어요. '레미제라블' 공연을 보셨다는데 성스루 뮤지컬이라 대사가 없었음에도 포인트를 잡아주셨어요. 제가 지방 공연을 많이 가는 편이지만 그래도 지역에 있는 팬들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드라마는 어디서든 볼 수 있으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지연은 무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힘껏 노래하고 힘을 다해 말하며 거리낌 없이 웃는다. 감정을 날 것 그래도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녀의 말마따나 "함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나영이가 그래서 한껏 어울린다. "판타지처럼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어요. 나영이가 (어려움을 굳세게 이겨내는) '하니'처럼 보여지는 건 원치 않았어요. 착할 필요도 없고. 보통의 20대 여성이자 여느 누군가처럼 평범한 부모의 딸이죠." '빨래' 19차 프로덕션 오는 11월26일까지 동양예술극장 1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