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코앞인데…빙상 경기복 교체 두고 ‘시끌’

등록 2017-05-02 09: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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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히로(일본)=뉴시스】최동준 기자 = 21일 일본 훗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안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 한국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가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2017.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 경기복을 교체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빙상연맹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의 경기복을 후원했던 휠라(FILA) 측에 지난 3월 말 우선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의 테스트를 거친 빙상연맹은 결국 네덜란드 ‘헌터’사의 경기복을 대표팀에 입히기로 결정했고, 휠라와 빙상연맹의 계약은 지난달 30일로 종료됐다.

 빙상연맹은 2012년부터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졌고, 불만 사항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복을 교체했다. 네덜란드 경기복 제작 업체 스포츠 컨펙스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평창올림픽 경기복을 개발했던 휠라 측은 반발했지만, 결국 경기복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선수 편안해야” vs “세계 최고”

 빙상연맹은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2012년부터 유니폼이 잘 뜯어진다거나 목 부분이 말린다는 등의 불만 사항이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 개최된 2015~201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황제’ 이승훈(29·대한항공)이 매스스타트 전용 경기복 지퍼 부분이 찢어지는 바람에 매스스타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빙상연맹이 ISU 규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뒤늦게 경기복을 발주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지만, 연맹은 이를 계기로 아예 불만 사항을 정리해 휠라 측에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2월과 5월 휠라 측에 공문을 보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선수들의 편안함’을 이유로 내세운 빙상연맹은 평창올림픽 출전이 확정됐거나 유력한 선수들에게 경기복을 입어보도록 하고 의견을 취합했다. 쇼트트랙 심석희(20·한국체대), 최민정(19·성남시청), 서이라(25·화성시청), 임효준(21·한국체대),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김민석(18·평촌고), 김태윤(23·한국체대), 김보름(24·강원도청) 등이 헌터와 미즈노(일본)의 경기복을 착용 후 직접 점수를 매겼다. 빙상연맹에 따르면, 8명의 선수 중 7명이 무기명 설문을 통해 휠라를 포함한 3개 제조사 중 헌터의 경기복이 가장 몸에 맞다는 의견을 내 교체를 결정했다.

 그간 ‘빙속 강국’ 네덜란드 대표팀에 경기복을 독점 공급하는 스포츠 컨펙스와 제휴를 통해 OEM 방식으로 경기복을 공급해 온 휠라는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평창올림픽까지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평창올림픽 버전의 최첨단 경기복 개발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휠라 관계자는 “스포츠 컨펙스가 계약사가 너무 많아 한국 쪽과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왕립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까지 후원하면서 설득했다”며 “스포츠 컨펙스가 평창올림픽 버전의 최첨단 경기복을 제작해 네덜란드 대표팀에 지급한다고 해 많은 돈을 투자해 한국 대표팀에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컨펙스가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개발한 경기복은 네덜란드와 한국 대표팀만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휠라 측의 설명이다. 불만 사항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빙상연맹의 주장에도 휠라 측은 “지난 4년간 연맹이 요구한대로 다 해줬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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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 2017.02.08.  [email protected]
 ◇간판스타들도 의견 엇갈려

 빙상계에서는 빙상연맹이 경기복 교체를 결정한 시점을 두고도 엇갈린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냈는데도 평창올림픽이 불과 11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 5시즌 동안 대표팀이 입었던 유니폼을 교체하는 것을 두고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빙상연맹은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내린 결정일 뿐이다. 이권과 관련된 것은 전혀 없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입을 것인데 이권 개입이 있겠느냐”고 난색을 표했다. 한 실업연맹 지도자는 “미리 했다면 좋았겠지만,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지금이라도 선수들이 가장 만족하는 경기복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는 간판스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람들마다 패션이 다르듯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부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완벽한 경기복이 존재하기는 힘들다.

 이승훈과 여자 매스스타트 최강자 김보름은 헌터사의 제품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승훈은 “휠라 경기복을 입었을 때 경기복이 너무 잡아당기는 느낌이 강해 어깨와 목 쪽에 담이 올 정도로 아팠다. 5년 전부터 이야기를 했는데 변화가 없었다”며 “헌터사의 제품이 나에게 잘 맞았다. 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보름도 “휠라만의 좋은 점이 있지만, 나는 어깨와 상체 부분이 불편해 불만이 없지 않았다. 불만사항을 개선해달라고 계속 요청했는데, 네덜란드 업체다 보니 수선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터사의 제품이 잘 맞았다. 표준 사이즈를 입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평창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28·스포츠토토)는 경기복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상화는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 테스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상화의 매니지먼트사인 브리온 컴퍼니 관계자는 “이상화는 스포츠 컨펙스사의 제품을 선호한다.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4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때 입었던 경기복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에도 스포츠 컨펙스사의 제품을 입었다”고 전했다.

 빙상연맹은 의견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내린 결정인 만큼 최선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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