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볼까]내가 신세계 시흥 아울렛 가는 이유…다향오리
오리는 육류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몸의 산성화를 막아준다. 또한 스태미너 식품이지만,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지방이 체내에 과다 축적해 발생하는 동맥경화, 고혈압 등 성인병에 걸릴 우려도 적다. 하지만 백숙이나 불고기, 찜, 더 나아가 값비싼 페킹 덕(북경오리 구이) 등 다소 '올드'한 요리 일색이어서 그 장점이 크게 빛을 보지 못 했다. 다향 착한 정육점은 달랐다. 캐주얼하고 트렌디한 요리를 그리 부담 없는 가격에 판매해 만족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께 문을 닫아 아쉬워하던 차에 지난달 다른 곳에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금연휴'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다 최근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길이 조금 멀었다. 서울 도심에서 40여 ㎞나 떨어진 경기 시흥시 서해안로 699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시흥점' 1층 푸드코트인 '테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탓이다. '큰 맘을 먹고 가는 건데 실망하면 어쩌나'했는데 역시 기우였다. 신사동 단독 매장 시절보다 규모가 작아지긴 했으나 당시 기자를 매료시켰던 별미들 중 상당수는 그대로, 아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신메뉴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사동 시절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때 오리 요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이 기자의 강권으로 오리 요리를 한 입 먹어본 뒤 아예 단골이 됐던 것처럼 다른 코너 요리를 주문한 일행 중 한 사람이 오리 요리를 한 입 먹고 난 뒤 자기가 주문한 다른 요리보다 오리 요리를 더 많이 먹었다. 후불제라면 먹은 만큼 돈을 내라고 했을 텐데 선불제라 아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 메뉴로는 '열혈 덕밥'(9000원), '불고기 덕밥'(〃), '스테이크 덕밥'(1만3000원) 등이 있다. 덕밥은 '덕(Duck), 즉 오리 요리와 '쌀밥'을 한 접시에 담아 제공한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자주 먹던 열혈 덕밥과 신메뉴인 스테이크 덕밥을 주문했다. 열혈덕밥은 이름 그대로 범상찮은 메뉴다. '불닭'처럼 혀가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한 매콤함이 매력적이다. 밥도둑이 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스테이크 덕밥은 대표적인 메인 메뉴인 '로스트 허브 덕'과 밥의 만남이다. 여기에 수란과 아보카도가 맛깔스러움의 추임새를 넣는다. 로스트 허브 덕은 오리고기를 회전식 직화 오븐인 로티세리 오븐에서 약 80분간 조리해 기름기는 쏙 빼고 육즙은 살렸다. 덕분에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면서 부드럽다.
오리보다 닭 요리를 선호하는 고객을 위해 메인메뉴로 '착한 닭 클래식'(1만5000원) '몬트리얼 치킨'(1만5500원) 등도 판다. 오픈 키친 형태여서 조리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주고, 요리에 신뢰감도 느끼게 한다. 아울렛과 마찬가지로 매일(설·추석 당일 휴무) 오전 10시30분~오후 9시 운영한다. 라스트 오더는 오후 8시30분까지다. 한편, 지난 4월6일 오픈한 이 아울렛에서는 해외 호화품 등 국내외 250여 브랜드가 이월상품 등을 할인해 판매한다. 쇼핑하러 가서 오리 요리를 먹든, 기자처럼 오리 요리를 먹으러 간 김에 쇼핑하든 황금연휴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겸해 간다면 즐거운 하루가 될 듯하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