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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홀로코스트와 일본군 위안부…'나는 부정한다'

등록 2017-05-16 15:10:31   최종수정 2017-05-16 16: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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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나는 부정한다'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아돌프 히틀러(1889~1945)의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듬해인 1940년부터 유럽 곳곳에 수용소를 만들어 유럽 각지에서 잡아들인 유대인, 집시, 공산주의자, 동성애자 등을 가뒀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가장 잘 알려졌으나 체코 테레진, 독일 다하우,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에도 이런 수용소가 있었고, 그곳들에서도 아우슈비츠처럼 끔찍한 학살이 자행됐다.

 기록상 약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인종 청소'라는 명목 아래 나치에 의해 희생됐다.

 이 중 1940년 6월14일부터 유대인, 폴란드 공산주의자 등 약 130만 명이 수용됐던 아우슈비츠에서는 1945년 1월27일 소련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독가스에 의해 하루 3000명씩 110만여 명이 살해당했다. 희생자의 90%는 유대인이었다.

 이런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학살이 '홀로코스트(Holocaust)'다.

 '20세기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만큼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대중문화 작품도 수두룩하다.

 영화로는 '피아니스트'(감독 로만 폴란스키), '쉰들러 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사울의 아들'(감독 라슬로 네메스) 등이 대표적인데 전 세계인은 이들을 보며 통곡하고 분노하며 반성했다.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를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작품이 지난 4월26일 국내 개봉해 장기 상영 중인 레이철 와이즈, 티머시 스폴 주연의 '나는 부정한다'(감독 믹 잭슨)다.

 앞선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달리 1940년대 아우슈비츠가 배경이 아니다.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중후반, 주된 공간적 배경은 영국 런던이다.

 시간과 공간이 다르니 내용도 다르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유대인의 고난기가 아니다.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세력에 맞서 홀로코스트가 엄연히 역사적인 사실임을 밝혀 진실을 지키려는 역사학자와 그를 돕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줄거리는 이렇다.

 "1994년 어느 날 미국 애틀랜타에서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인 유대계 미국인 역사학자 '데버러 립스타트'(레이철 와이즈)의 강연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 그가 평소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라고 비판해 온 영국인 역사 저술가 '데이비드 어빙'(티머시 스폴)이 찾아온다. 그는 "홀로코스트가 있었다는 증거를 가져올 수 있냐"고 립스타트를 공격하며 선전포고를 한다.

 이어 립스타트가 저서에서 자신을 '히틀러 추종자' 등으로 모욕했다며, 그를 영국 법원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

 영국 법정을 택한 것은 그곳에서 재판하는 것이 원고에게 유리해서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무죄 추정의 원칙이 없어 원고인 어빙이 아니라 피고인 립스타트가 홀로코스트 존재 사실을 입증해 어빙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혀내야 한다.

 마침 립스타트의 저서를 영국 굴지의 출판사 펭귄북스에서도 펴내 어빙에게는 구실이 만들어졌다.

 진실을 지키려는 립스타트 측에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 '앤서니 줄리어스'(앤드루 스콧), 관록의 베테랑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 등이 합류해 '드림팀'을 이룬다."

 영화는 법정 드라마로 이뤄지지만, 어떤 형식을 취했든 결론은 하나다. 아무리 숨기려 하고, 어떻게든 감추려 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사건' 얘기다.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세력이나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는 세력이나 신기할 정도로 논리가 비슷하다.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을 지시한 증거는 없다" "수용소 가스실이 대량 학살에 사용됐다는 증명은 불가능하다" 등 어빙의 주장과 "위안부는 성노예와는 거리가 먼, 고급 매춘부였다"(모토야 도시오 일본 아파 호텔 회장) 등 일본 국우 인사의 발언이 그 좋은 예다. 

 차이점은 있다.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세력이 히틀러나 나치를 추종하는 극소수 극우주의자들인 것과 달리 일본군 위안부를 부인하는 세력의 정점에 사실상 일본 정부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미국 CNN이 "일본군이 여성 20만 명을 성 노예로 삼았다"고 보도하자 "(일본군 위안부)강제 동원 증거가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궤변을 늘어놓은 사람은 다름 아닌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다.

 영화를 보며 우리도 영국 법정에 일본 극우세력부터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면 어떨까 싶었다. 피고인 일본 극우세력이 일본군 위안부가 없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해야 무죄가 될 텐데 그러기에는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일본 정부다.

 1996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무려 4년 가까운 재판 끝에 립스타트기 완승했고, 어빙은 홀로코스트를 더는 대놓고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시간은 비록 걸릴지라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얘기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 4월4일 이순덕 할머니가 99세를 일기로 별세해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38명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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