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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20년만에 뮤지컬 첫 도전, 매번 저하고 싸워요"

등록 2017-05-23 09:45:54   최종수정 2017-05-30 09: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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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노래 없는 뮤지컬 '컨택트'로 무대에 오르는 김규리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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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동작 하나하나 할 때마다 저하고 싸워요. '내가 할 수 있을까' '틀리면 안 되는데…'라는 불안으로 몸서리를 칠 정도죠. 악몽까지 꾸는데 그 때마다 타이르고… 호호."

 뮤지컬 '컨택트'(프로듀서 신춘수, 연출∙안무 토메 커즌)로 데뷔 20년 만에 무대에 도전하는 배우 김규리(38)는 "새로운 도전이지만 겁먹고 두려워하기보다 그 시간에 오히려 더 연습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는 뮤지컬과 무용을 융합한 장르인 '댄스시어터'를 표방하는 '컨택트'에서 발레리나 김주원과 노란드레스 역을 나눠 맡는다. 김규리는 지금껏 접해 본 적 없는 발레 기반의 춤을 높이 8㎝ 가량의 하이힐을 신고 소화해야 한다. 

 최근 역삼동에서 만난 김규리는 "스텝을 밟고 하나씩 습득할 때 마다 몸이 만신창이가 된다"고 했다. 온통 고름이 가득한 발에는 소염제를 끊임없이 발랐다. 그럼에도 "춤을 너무 추고 싶었다"며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컨택트'는 토니상 5관왕에 빛나는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과 극작가 존 와이드만이 그려낸 사랑에 관한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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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노래 없는 뮤지컬 '컨택트'로 무대에 오르는 김규리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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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없는 '댄스시어터 뮤지컬'로 뮤지컬의 전통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대신 '춤'에 주력해 극적 전개를 이끌어간다. 무용과 뮤지컬의 융화가 두드러진 작품으로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이 있다.

 특히 극의 방점이자 하이라이트인 노란드레스 역은 유연한 몸놀림으로 특유의 관능미를 뽐내야 하는 건 물론 위트도 갖춰야 한다. 2010년 국내 초연 당시 이번에도 출연하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김주원이 맡아 매력을 뽐낸 바 있다.

 "도도해야 하는 동시에 미스터리해야 하고, 여유가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팽팽해야죠. 에너지를 과도하게 주려기보다 빼야 하더라고요. 조율에 애를 먹고 있어요."

 그간 한국뿐 아니라 해외 프로덕션에서도 배우가 이 역을 맡은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배우가 이 역을 하겠다고 용기는 가상하지만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프로덕션 자체에게도 도전인 거죠.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님이 저를 믿고 적극적으로 나셔주셔서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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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노래 없는 뮤지컬 '컨택트'로 무대에 오르는 김규리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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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의 춤 실력은 이미 증명됐다. 지난 2011년 MBC TV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화려한 스포츠댄스 실력을 뽐내며 2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 2·3의 MC를 잇따라 맡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김규리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영화 '화장'에 그녀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안무가인 언니를 따라 어릴 때 동작은 따라했지만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기 전까지 춤을 배운 적이 없는 그녀는 "전문 댄서가 아닌 제가 가진 장점은 움직이면서 드라마를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같은 역을 나눠 맡는 김주원과는 절친한 언니, 동생 사이다. 김주원이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심사위원으로 출연 당시 처음 만났지만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다가 방송이 끝나고 급격히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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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노래 없는 뮤지컬 '컨택트'로 무대에 오르는 김규리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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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에 출연하게 된 것 역시 김주원 덕분이다. "5년 전에 함께 있을 때 언니가 '컨택트' 영상을 보여줬어요. 이런 작품이면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주원에 대해서는 본래 팬이었다고 했다. "언니가 출연한 '마그리트와 아르망'을 봤는데 춤, 동작, 연기 모두에 감동을 받았어요. 바로 홀려서 팬이 됐죠. 언니랑 춤을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이 행복해요. 제가 언니에게 에너지를 얻듯, 언니도 제게 에너지를 얻었으면 하죠. 제가 연기하는 노란 드레스는 분명 다를 거라며 겁내지 말라고 응원도 해줬어요."

 노래 역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진 김규리는 "노래방에서는 잘 해요. '컨택트'를 우선 잘 끝내고 나면 노래가 있는 뮤지컬도 고민하고 싶다"고 웃었다.

 통통 튀는 잡지모델에서 '학교2'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청소년의 대표 얼굴을 거쳐 '현정아 사랑해'의 털털한 모습을 선보인 이후 영화 '미인도'에서 고혹적인 모습, 영화 '화장'에서 복잡하지만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매력까지 선보인 김규리는 그간 꾸준히 성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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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노래 없는 뮤지컬 '컨택트'로 무대에 오르는 김규리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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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문화전에 오디오 가이드로 재능 기부를 하고 SBS TV '옛 그림, 인생을 말하다'에서 인터뷰 진행자이자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김규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문화예술과 대중 사이의 접점을 만들어나가고 싶다"며 "미술관 오디오 가이드 역시 친구가 설명해주는 것처럼 전달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뮤지컬 소개요? 우선 '컨택트'를 잘하고 나서 고민해봐야죠"라고 웃었다.

 세월호참사 추모 글을 꾸준히 올리는 등 사회와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은 김규리는 "사람이 아닌 물질 위주의 사회가 된 것 같아요. 음료가 나와도 그걸 마시기 위한 사람이 아닌 빨대와 컵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고 했다.  

 평소 소신과 당당한 모습에 여성 팬들이 많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부끄러워했다.

 김규리가 지난 20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 "앉아서 머리로만 고민하지 말고 뭐든지 익숙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불안해서 심장이 떨려도 그때마다 계속 움직였어요. 그 덕분에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마다 대나무처럼 마디가 생기며 성숙했죠."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기 위해 의상과 소품을 챙기던 김규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다리를 뻗고 올리고 스텝을 밟았다. "어? 그렇네요. 잠을 자면서도 다리를 계속 움직였을 지 몰라요. 호호."  6월 8~18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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