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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장기집권 꿈', 고이케가 흔드나…도쿄 도의회 선거 앞두고 인기몰이

등록 2017-05-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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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5일 도쿄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제 84회 정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며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이날 자민당은  총재 임기를 기존의 '연속 2기 6년'에서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가결했다.  2017.03.05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초장기 집권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필생의 과업'인 개헌 작업에 본격 착수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베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5) 도쿄 도지사가 이끄는 지역 신당 '도민퍼스트회'를 비롯한 고이케 지지세력이 오는 7월2일 도쿄 도의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센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지방선거에 불과하지만 일본 정치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고이케 지사의 돌풍은 '아베 1강'이라 불리는 아베 총리의 독주 체제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잇단 사학재단의 특혜 의혹 등에 휩쓸리며 60% 대를 유지하던 아베 내각의 콘코리트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인 만큼, 도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아베 총리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의 꿈'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지방선거의 파급력이 이만큼 큰 것은 도의회 선거의 특징 때문이다. 거대 인구가 거주하는 일본 수도의 선거라는 상징성과 상대적으로 많은 무당파층의 민심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도의회 선거 결과는 그 해 열리는 전국 선거의 향배를 판가름 하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 도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집권당 총재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선례도 있다. 자민당은 2009년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패배한 뒤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민주당(현 민진당)에 정권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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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뉴시스】 장세영 기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2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냥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오륜기를 인계받고 있다. 2016.08.22.  [email protected]
 이번 도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자민당은 127개 도의회 의석 중 57석을 차지해 연립여당인 공명당(22석)과 함께 과반석(64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을 배신하고 '도민퍼스트회'와 연대 방침을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공천 후보 60명이 모두 당선된다고 해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또 제1 야당인 민진당에서도 도의회 선거 공천을 받은 36명 중 9명이 탈당하고 대부분이 고이케 진영과의 연대 방침을 밝히고 자민당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는 등 고이케 진영은 기존 정치인들을 흡수하며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다.

 고이케 돌풍의 실체는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뒷받침 된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0~21일 도쿄도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은 69%였다. 정당별 투표 의향에 대해서는 자민당이 25%로 1위를 유지했지만, 도민퍼스트회가 22%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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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도지사가 2일 첫 출근하면서 도청 직원들로부터 받은 축하 꽃다발을 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6.08.02
 현재 일본 언론은 고이케 지사를 가리켜 '태풍의 눈', '일본 정계의 핵', '포스트 아베'라고까지 지칭하고 있지만, 고이케 지사가 그야말로 '뜬'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고이케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작년 7월 일본 최초의 여성 도쿄 도지사로 당선됐을 때다. 물론 고이케는 1992년 참의원 의원으로 일본 정계에 입문한 후 중의원 8선에 환경상까지 지내는 등 화려한 정치 경력 소유자다. 

 하지만 고이케는 지난 수년간 자민당 내에서 왕따 시절을 겪으며 존재감이 없었다. 그것은 고이케가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의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側) 전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했다가 아베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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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도지사가 2일 도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6.08.02
 아베 총리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고이케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도 자민당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자민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맞섰고, 결국 여·야당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며 당선돼 크게 주목 받았다. 고이케가 자민당의 지지를 얻지 못했음에도 일본의 수도 도쿄의 수장 자리를 거머쥔 것은 당 지지 없이도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진 두둑한 배짱 및 그의 과감한 개혁정책에 유권자들이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또 4년 넘게 이어진 아베 정권에 대한 도민들의 피로감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선거의 여왕'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고이케의 인기몰이는 도지사 당선 이후 더 가속화했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자민당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에 '노(No)'를 외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맨 먼저 도쿄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일본 최대 수산물시장인 쓰키지(築地) 시장 이전에 제동을 걸었다. 쓰키지 시장은 당초 지난해 11월 도요스(豊洲) 시장으로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고이케는 예정지의 토양 안전성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전을 무기한 연기했다. 쓰키지 시장 이전 연기는 도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도요스 지역은 과거 조선소, 화력발전소, 가스공장 등이 있던 공장지대였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외에도 고이케는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 하향 조정, 자신의 급여 삭감 등을 시행에 옮겨 도쿄도민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그러나 고이케 지사의 이러한 파격적인 개혁정책이 사실상 인기를 의식한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고이케의 포퓰리즘의 끝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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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예고했던대로 23일(현지시간)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20일 도쿄 중의원에서 정책 연설을 하는 아베의 모습. 2017.01.24
 최근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 겐다이(現代)가 주요 언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에서 요미우리신문의 한 기자는 "고이케는 총리가 되기 위해 도지사가 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고이케가 '도민퍼스트'라는 지역정당을 창당해 세를 넓히면서도 소속 정당인 자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향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당수가 총리가 되기 때문에 고이케 지사가 총리를 하려면 자민당 당적을 유지하는 편이 도민퍼스트회를 전국 정당으로 개편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미운털' '왕따'에서 유력한 '포스트 아베'로 발돋움한 고이케 지사. 그가 작년 도지사 선거 때처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승리하며 아베 1강을 위협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사실상 평화헌법 개정을 주창하는 '개헌파'로, 아베 총리와 안보면에서 궤를 같이 하는 인물이다. 또 과거에 일본 대표적 극우단체인 '일본회의'의 국회의원 간담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혐한단체인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관련 활동도 해온 극우 성향의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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