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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의 눈물③]길 위의 '을(乙)' 처우 개선 위한 대리운전업법 '시급'

등록 2017-06-07 05:50:00   최종수정 2017-06-07 2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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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불법 부당행위 근절 대리운전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규혁 (왼쪽 다섯 번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대리운전노조는 '국토부의 대리운전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과 카카오드라이버의 출시로 인해 높은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등 대리운전업체들의 갑질횡포와 노동착취 사슬을 끊을 수 있다'고 반기고 있지만 기존 대리운전 업체와 대리운전 프로그램 업체는 대리운전상생협의회를 발족해 카카오의 시장진입을 규탄하고 있다. 2016.05.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전국에 등록된 대리운전 업체는 4000여 개.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까지 합치면 2만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리운전업은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뚜렷한 관리·감독 부서가 없어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교통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마저 업체들을 직접 통제하거나 제재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아직 대리운전 시장에 대한 통계 자료도 없다. 업계는 연간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3조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간 3조 원에 이르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들의 사실상 독과점으로 전국 17만 대리기사들이 각종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업체의 과도한 중개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콜 취소 수수료 ▲보험료 착복 ▲각종 벌금 ▲경쟁업체 프로그램 사용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또 영세한 대리운전 업체까지 난립하면서 기사들의 처우는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대리기사는 특수 고용직으로 분류된 자영업자로, 임금 계약뿐만 아니라 노동 3권 보장과 4대 보험도 전혀 없다.

 대리기사들의 정당한 보상과 처우 개선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메이저 3개 업체 과점…"관리 사각지대서 일방적 조건 따라야"

 아직 국내 대리운전 시장에 대한 통계 자료가 없다. 업계는 연간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3조 원 안팎의 시장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업체와 대리기사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사는 전국 10여개 정도 되지만, 3~4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열악하다. 이 중 로지(로지 연합), 콜마너, 아이콘 등 3개 업체가 사실상 수도권 대리운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도한 중개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 등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대리기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과도한 중개수수료가 가장 큰 횡포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리운전 건당 중개수수료는 서울 20%, 수원 등 경기도는 25~30% 수준이다. 심지어 지방의 경우 40% 가까이 중개수수료는 요구하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대리기사가 1만 원짜리 콜을 잡으면 업체는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최소 2000~4000원을 떼가는 방식이다.

 직업안정법에는 직업소개소는 건설일용직 임금의 10%를 초과한 소개비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대리운전 업체의 중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대리기사는 이런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리기사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업체에 돈을 떼인다. 프로그램 사용료(프로그램 개당 1만5000원~2만 원), 보증금(10만원), 보험료(10~20만 원), 통신비 및 관리비(1~5만 원), 배차 취소 수수료(1000만 원) 등이다. 또 일부 업체는 대리기사가 아파서 출근하지 못할 경우 3000~4000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의 대리운전기사는 심야에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하고, 월평균 20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체에 내는 수수료와 대리운전 전용 앱 사용료(3만~7만원), 보험료(13만~20만원) 등을 빼면 순수입은 월 150만 원 수준이다.

 5년차 대리기사 김모(51)씨는 "사실상 독과점 시장에서는 업체의 일방적인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이유가 배차에서 제외되는 등 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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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21일 오후 울산시 프레스센터에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울산지부는 대리운전 노동자에대한 업체의 비인간적인 갑질을 중단하고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6.09.21.  [email protected]
 이에 대해 뉴시스는 대리운전 업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취재를 거부하는 등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경쟁사 프로그램 쓰면 배차 제외…불공정 거래 적발

 경쟁사 배차 앱을 깔았다는 이유로 자동 배차에서 제외하는 등 갑의 횡포를 부리다 적발된 업체도 있다.

 지난해 수도권 대리운전 배차 서비스업계 1위인 바나플이 불공정 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대리운전 배차 프로그램 '로지(Logi)'를 개발·운영하는 바나플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거나 대리운전 업체와 대리기사의 거래처 선택을 제한하는 등 구속조건부 거래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 원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바나플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8월까지 경쟁사의 배차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리운전 업체가 지불해야할 프로그램 사용료를 면제해줬다. 또 경쟁사의 배차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리기사에게 자동배차를 제한하기도 했다.

 이어 2014년 10월에는 대리운전 업체들에 경쟁사 배차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해당 대리운전 업체가 등록한 콜의 배차 지연과 자동배차를 중단한다는 등 불이익을 제공해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만 터져

 10년 차 대리기사 최모(55)씨는 얼마 전 카카오 대리운전 앱을 깔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카카오 대리운전 앱을 실행하다 기존 업체의 콜 목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배차까지 제한됐다. 결국 최씨는 배차 제한을 풀기 위해 '타사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고 나서야 다시 배차를 받을 수 있었다.

 최씨는 "한 푼이라도 벌 요량으로 카카오 앱을 깔았는데, 기존 업체로부터 배차 제한을 받았다"며 "예전처럼 노골적으로 스마트폰을 검사하거나 프로그램을 지우라고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압박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과 카카오 사이에서 애꿎은 대리기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5월 말 '카카오드라이버' 스마트폰 앱을 출범시키면서 대리운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고, 20% 수수료에 보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까지 포함됐다. 또 현재 손님이 요금을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기사들은 카카오 앱을 사용하고 싶어도 기존 업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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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카카오의 본격적인 수익 사업인 대리운전 호출앱 '카카오 드라이버'가 3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본료는 1만5000원으로 카카오페이에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으며 요금은 거리와 시간에 따라 추가 요금이 1000원 단위로 실시간 계산된다. 카카오는 카카오 드라이버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카카오페이 결제액의 일정 부분을 신용카드사로부터 가져간다. 2016.05.31.  (사진=카카오 제공)  [email protected]
 6년차 대리기사 박모(55)씨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거리로 나온 대리기사들이 카카오 앱을 사용하고 싶어도 기존 업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걱정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 을의 입장에서 선택의 자유를 암암리에 막는 업체의 횡포에 그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10년차 대리기사 강모(46)씨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 것도 모자라 다른 업체의 프로그램 사용을 막는 것은 대리기사 위에서 군림하겠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대리운전 업체는 카카오가 생존권을 위협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의 물량 공세를 기존 업체들이 감당할 수 없고, 업체 난립까지 더해져 힘든 상황"이라며 "기존 업체들이 큰 이득을 보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는 다르고, 나름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중개수수료를 20%로 통일하고, 보험료도 카카오가 부담하고 있다"며 "카카오의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나 벌금 등 별도 비용이나 일일 의무 운행 횟수 설정, 배차 제한 등 부당한 관행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대리기사분들을 포함한 다양한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문제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리 사각지대 더 이상 안 돼"…대리운전업법 제정 필요

 기존 업체들의 횡포와 실력행사에 대리기사들의 처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길 위의 을인 대리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리운전업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대리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리운전자의 처우 개선과 대리운전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해 소관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이번 법안은 ▲대리운전업체의 등록 절차 및 대리운전자 신고 신설 ▲3년 이상 운전 경력이 있는 21세 이상으로 대리운전자 요건 한정 ▲대리운전자의 교육 이수 ▲보험 가입 의무화 ▲대리운전업체의 대리운전자에 대한 부당이득 및 부당행위 금지하는 등이 주요 골자다.

 원 의원은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국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대리운전업법을 통해 부적합한 업체를 걸러내고, 운전자들의 교육 이수를 통해 대리운전의 품질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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