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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가족의 전설···에리카 스와일러 '루살카 저주의 기록'

등록 2017-06-04 12:18:24   최종수정 2017-06-13 0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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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루살카 저주의 기록'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책은 풀어야 할 수수께끼처럼 전화기 옆에 놓여 있다. 오늘 밤 나는 잠들지 못할 것이다. 자주 그런다. 나는 생각에 골몰한 채 깨어 있을 것이다. 집에 대해, 여동생에 대해, 돈에 대해 생각에 잠길 것이다. 책의 번져 있는 H자를 엄지손가락으로 따라가본다. 만약 이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다."(24쪽)

 "어쩐지 매우 불길하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흥미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와 가족 관계인 여자들이 젊은 나이에 자살하는 병에 가까운 습성이 있을 뿐 아니라 모두 7월 24일에 익사했다는 경악스러운 발견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점점 어두운 무엇인가로 빠져드는 기분이다."(123쪽)

 2015년 미국의 젊은 작가 에리카 스와일러가 발표한 첫 장편소설 '루살카 저주의 기록'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출간과 동시에 찬사를 받으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아마존·버즈피드 올해의 베스트 소설로 선정된 소설이다.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가미된 이야기는 오래된 책의 힘, 대를 이어온 가족의 저주라는 독창적인 소재를 그리고 있다.

 6월의 어느 날, 벼랑 끝에서 무너져가는 집을 지키는 도서관 사서 사이먼의 집에 낡고 오래된 책 한 권이 배달된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책에 매혹된 사이먼은 집도 잃고, 직장도 잃고, 연인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책의 기록을 바탕으로 가족의 역사를 추적해가던 사이먼은 그의 가족 중 여성들이 대대로 익사하는 죽음을 맞이했음을 알아낸다. 그의 여동생인 에놀라 역시 저주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불길한 기운에 휩싸인 그는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저주의 원인과 그것을 부술 방도를 찾아 나선다.

 "저주의 명판은 숨겨졌고, 주문이 그 효험을 발휘한 뒤에야 비로소 발견될 수 있는 곳에 묻혔다. 연서를 태워서 옛 연인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처럼, 명판이 발견되면 부서지거나 주문의 힘을 잃게 되었을 것이다. 그 책은 홍수 때문에 저절로 숨겨졌고, 책과 옛 물건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소장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들은 감히 흥미로운 역사의 한 조각을 없애버릴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책이 나에게 오기 전까지는. 이제 저주가 풀릴 때다."(395쪽)

 사이먼의 서사는 1700년대를 무대로 하는 신비로운 유랑극단의 기록과 절묘하게 교차되며 읽는 이로 하여금 호흡을 가쁘게 만든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빈티지한 삽화는 마술적인 소설의 세계 속으로 독자를 손짓한다.

 옮긴이 소설가 부희령씨는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 자신의 자리를 선택하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는 새로운 자리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운명은 우리를 선택하지만, 우리의 선택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슬프고, 아름다워서 가혹한 운명 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루살카의 노래 같은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52쪽, 1만4500원,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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